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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총장 직무배제에 검찰 내부 "근거·명분 없어" 반발

기사등록 : 2020-11-25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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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계 사유 출처 명확…정치검사 부당한 지시 거부해야"

[서울=뉴스핌] 장현석 기자 =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전날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사상 초유의 직무배제·징계청구 카드를 꺼내들자 검찰 내부에서 "직무배제에 반대한다"며 반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수현 제주지방검찰청 검사는 이날 오전 검찰 내부 통신망인 이프로스에 '불법, 부당한 총장 직무배제에 단연코 반대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며 추 장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취재진들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출근을 기다리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지난 24일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직무 집행 정지를 명령을 내리면서 징계도 청구했다. 법무부 장관이 현직 검찰총장의 직무를 배제한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이날 직무 집행정지 명령이 내려진 윤 총장이 즉각적으로 법적 대응에 나설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020.11.25 pangbin@newspim.com

김 검사는 "너무도 황당한 일이 아무렇지도 않게 벌어지니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헌정사상 초유의 총장 직무배제를 하려면 그에 걸맞는 이유와 근거, 정당성과 명분이 있어야 할텐데 직무배제 사유 어디에도 그런 문구를 발견할 수 없다"고 적었다.

김 검사는 윤 총장의 '부적절한 언론사 사주 만남' 부분에 대해 "(JTBC의 태블릿 PC 관련 고소 사건에서) 대주주에 불과한 홍석현 씨가 '사실상 사주'라는 이유로 피해자(JTBC)를 대표하여 사건관계인이 되는지 의문"이라며 "법령을 해석할 때 무작정 확대해석하면 안된다는 것은 법률을 공부하는 새내기 때 배우는 것인데 다들 공부한 지 오래되셔서 그걸 잊고 계신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설혹 사건관계인에 포함된다고 해도 여러 명이 모인 자리에 잠시 동석한 것이고, 사건 관련 이야기는 나온 적도 없으며, 만남 이후 규정에 따라 상급자에게 그 사실을 신고했다면 사건관계인 접촉 금지에 관한 규정을 어긴 것이 하나도 없다"며 "하여간 무조건 만나면 안된다고 우기면 직무배제 사유가 되는가보다"고 꼬집었다.

또 '판사 불법 사찰' 혐의와 관련해선 "통상의 용례로 '불법 사찰'이란 특정인 또는 특정 집단에 불이익을 주기 위해 불법적인 방법으로 정보를 수집해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며 "이 사유 어디를 봐도 그런 내용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에 대해 판사님들 보시라고 끼워 넣은 모양인데 그런 얄팍한 전략이 법원에 통할지 모르겠다"고도 덧붙였다.

김창진 부산지방검찰청 동부지청 검사도 이날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청구, 직무배제에 반대합니다'라는 글을 올리며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그는 "어제 장관이 발표한 총장님 징계청구 사유는 징계권자가 마음만 먹으면 어느 누구도 징계를 통해 직무를 배제할 수 있음을 명확히 확인시켜줬다"며 "사실상 검사에 대한 분명한 경고"라고 강조했다.

김 검사는 채널A 사건에서 독직폭행 혐의로 기소된 정진웅 차장검사를 언급하며 "장관이 하명한 사건을 수사하면 압수수색 과정에서 위법이 있어도, 심지어 압수수색 상대방을 폭행해 기소돼도 징계는커녕 직무배제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정권에 이익이 되지 않는 사건을 수사하면 총장도 징계받고 직무배제될 수 있다는 분명한 시그널"이라고 적었다.

이어 "이와 같이 위법하고 부당한 징계권 행사를 좌시하지 않는 것이 국민이 우리에게 부여한 의무라는 생각이 든다"며 "후배 검사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선배 검사로서 목소리를 내야 할 때인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희도 청주지방검찰청 검사도 '정치인, 정치검사 그리고 협력자'란 제목의 글에서 "법무부 장관이 징계 사유로 거론한 몇 개 의혹을 보니 그 출처가 누구인지 명확히 알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며 "이전 정권에서 주변부를 기웃거리거나 보신에만 열중하던 분들이 정권이 바뀌니 갑자기 검찰개혁의 화신이 돼 모든 요직을 다 차지하시고 온갖 막가파식 행태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치인, 정치검사들의 말도 안 되는, 어이없는, 심히 부당한 업무지시를 그대로 이행하는 검사들은 없어야 될 거라는 생각이 든다"며 "부당한 지시는 거부합시다"고 당부했다.

한편 검찰 안팎에선 정 검사가 지적한 '정치 검사'는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추 장관이 전날 윤 총장을 직무배제한 혐의 가운데 '주요 사건 재판부 판사 불법 사찰'과 관련해서다.

추 장관은 윤 총장이 지난 2월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로부터 조국 전 장관 관련 사건 등을 담당하는 주요 재판부 판사에 대한 보고서를 보고받고 반부패강력부에 전달하도록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은 심 국장이었다.

kintakunte87@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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