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준희 기자 = 미국에서 본격적인 쇼핑 시즌이 시작되면서 국내 투자자들이 중국기업 알리바바에 통 큰 베팅을 시작했다. 최근 알리바바 주가가 크게 떨어진 만큼 블랙 프라이데이를 저점 매수 기회로 본 것이다.
알리바바 로고 [사진=로이터 뉴스핌] |
1일 한국예탁결제원의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블랙프라이데이가 한창이던 지난달 23~27일 국내 투자자들은 알리바바 주식을 3759만 달러(약 416억 원) 어치 사들였다. 알리바바는 올해 순매수 상위권을 독식한 테슬라, 엔비디아 등을 제치고 이 기간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 1위를 기록했다. 또 다른 전자상거래 강자인 아마존은 알리바바의 11분의 1 정도인 301억 달러(약 33억 원) 순매수에 그쳤다.
국내 투자자들이 알리바바로 눈길을 돌린 이유는 알리바바 주가가 11월 들어 크게 빠지면서 저점 매수 기회라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나스닥 웹사이트에 따르면 뉴욕증시에 상장한 알리바바의 주가는 최근 한 달 새 고점 대비 20% 가까운 등락폭을 기록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종가는 261.40달러다. 지난달 18일 주당 가격이 255.83달러까지 떨어졌다가 한 주간 소폭 상승한 것이다.
앞서 중국 최대 핀테크 업체 앤트그룹이 중국 상하이와 홍콩증시에 동시 상장을 준비하다 제동이 걸리자 알리바바 주가는 크게 휘청이기도 했다. 앤트그룹은 알리바바가 지분 3분의 1을 보유하고 있는 핀테크 계열사다.
하지만 알리바바의 주가는 지난 주말 시작된 블랙 프라이데이 기대감에 상승세로 전환하는 모습이다. 특히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쇼핑이 강세를 보이며 실적 기대감이 한껏 반영됐다는 평가다.
[신화사 = 뉴스핌 특약] 마윈(馬雲) 알리바바 창업자의 모습. |
알리바바의 안정적인 성장세도 투자 매력을 높이는 주요 요소로 꼽힌다.
알리바바는 최근 10년 새 꾸준히 매출 상승 곡선을 그려왔다. 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이던 지난 3분기 영업이익도 136억 위안(한화 약 2조 2903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3% 빠진 수치지만, 앤트그룹 관련 일회성 비용을 제외하면 297억 위안(한화 약 5조원)까지 늘어나 전년 동기 대비 44% 증가했다.
증권가에선 알리바바의 클라우드 사업 분야 역시 내년부터 흑자 전환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박신애 KB증권 연구원은 "알리바바의 경우, 현재 전자상거래 부문을 제외한 모든 사업부문이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며 "이를 감안할 때 폭발적인 매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클라우드 부문 흑자 전환은 전사 수익성 개선에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앤트그룹의 기약 없는 상장 연기와 미국 하원의 중국기업 압박 등 단기적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당분간 주가 상승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엇갈린 반응도 나온다.
정진수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미국에서 ADR주에 대해 회계감리 받으라는 내용의 법안 추진하고 있는데 법안통과가 임박하며 불안 요소가 됐다"며 "장기성장성은 여전히 매수 관점으로 보고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노이즈가 많이 껴 있는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정 연구원은 이어 "알리바바뿐만 아니라 시장의 투자스타일, 트렌드 변화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최근에는 성장주가 주도했던 스타일에서 시클리컬쪽으로 이동한다면 플랫폼 기업에 부여했던 프리미엄이 낮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zuni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