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연순 기자 =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의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오는 4일로 연기하면서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일각에선 전날 법무부 감찰위원회와 법원이 윤 총장의 손을 들어주면서 추 장관의 징계위 강행에 급제동을 건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추 장관이 전날 법무부 차관 사의표명에도 징계위를 4일로 못박은 만큼 징계는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란 관측 또한 만만찮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는 2일 고기영 법무부 차관 사의 표명 하루 만에 후임 차관을 내정했다.
[사진=뉴스핌DB] |
◆윤석열 징계위 연기 배경은
추 장관이 징계위를 연기한 표면적인 이유는 윤 총장의 방어권 보장 차원이다. 앞서 윤 총장은 2일로 예정된 징계심의기일을 미뤄달라고 법무부에 요청했다.
윤 총장 측 이완규 변호사는 지난 1일 "징계심의 절차 방어준비를 위해 징계기록 열람등사신청, 징계청구결재문서, 징계위원 명단 등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으나 법무부에서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고 있어 해명 준비를 할 수 없으므로 이에 대한 조치가 행해질 때까지 징계심의 기일 변경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징계위 연기와 관련 "충분한 절차적 권리와 방어권 보장을 위해 검찰총장의 요청을 받아들여 검사 징계위원회를 4일로 연기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질적인 징계위 연기 배경은 감찰위원회의 부적정 결론, 법원의 총장 직무배제 집행정지 판단이 징계위 강행에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관측이 높다.
감찰위는 윤 총장에 대한 징계청구·직무배제 과정에서 절차상 중대한 흠결이 있다고 봤다. 아울러 징계위원장 직무대행을 맡을 고기영 법무부 차관의 사의 표명이 징계위 연기에 직접적인 영향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법무부는 전날 "법원의 집행정지 인용 결정은 직무정지라는 임시조치에 관한 판단에 국한된 것으로 결정을 존중한다"며 "사표를 제출한 법무부 차관에 대한 후임 인사를 조속히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4일 징계위는 예정대로 열릴까
징계위원장 직무대행을 맡을 고기영 법무부 차관의 사의 표명으로 4일 징계위 개최 여부도 불확실하다는 관측이 나왔다. 검사징계법에 따라 법무부 차관 없이 징계위를 열 수는 있지만, 향후 행정소송 등에서 절차적인 문제가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이날 바로 후임 법무부 차관으로 이용구 변호사를 내정했다. 절차상 문제 없이 투명하고 공정한 상황에서 징계위 만큼은 열려야 한다는 게 문재인 대통령의 생각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전 인사 검증 없이 하루이틀 만에 차관급 인사가 이뤄질 수 없다는 점에서 청와대와 법무부가 사전에 조율해왔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날 문재인 대통령과 추 장관의 30분 면담 역시 법무부 차관 인사에 대해 논의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문 대통령이 후임 법무부 차관을 '속전속결'로 임명하면서 4일 징계위 개최에 힘을 실어준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검사징계법 제4조 및 제5조 등에 따르면 징계위는 법무장관을 위원장으로 하고 법무차관과 장관 지명 검사 2명, 장관 위촉 변호사·법학교수·학식과 경륜을 갖춘 사람 각 1명씩으로 구성된다. 다만 추 장관은 징계청구권자 신분이어서 사건 심의에는 관여하지 못한다.
위원장이 부득이한 사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위원장이 지정하는 위원이 그 직무를 대리하고, 위원장이 지정한 위원이 부득이한 사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위원장이 지명하는 예비위원이 그 직무를 대리한다. 예비위원으로는 검사 중 장관이 지명하는 3명을 두도록 규정돼 있다. 위원회는 사건심의를 마치면 출석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징계를 의결한다. 징계위 개최시 정족수를 채우는데 큰 문제는 없는 셈이다. 현재 3명의 위촉 위원들은 임기가 남아 있지만, 장관이 지명하는 검사 2명이 위원으로 선임됐는지는 현재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윤 총장이 징계위원에 대한 기피신청에 나설 경우 추가 연기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윤 총장 변호인에 따르면 현재 법무부는 징계청구결재문서와 위원명단 정보공개를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사징계법 제17조3항에 따라 징계혐의자는 징계결정의 공정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을 경우 위원회에 그 사실을 서면으로 소명하여 기피를 신청할 수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검사징계법에 따르면 징계혐의자(윤석열)는 징계위원의 공정성이 의심스러울 경우 기피신청을 보장하고 있다"며 "행정소송으로 갈 경우 절차적인 흠결은 소송 내용까지 가지도 않고 바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기피신청의 경우 재적위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기피 여부를 의결한다.
◆해임 결의시 윤 총장 카드는
법무부 징계위원회에서 징계는 해임과 면직, 정직, 감봉, 견책(중징계순)으로 구분된다. 이 중 견책을 제외한 나머지 징계는 법무부 장관의 제청을 받아 대통령이 집행한다.
면직이나 해임 등 중징계가 결정되면 윤 총장은 이에 불복할 것이란 관측이 높다. 해임처분이 내려지만 해임처분을 송달받은 시점부터 해임효력이 발생한다.
윤 총장은 법원에 해임처분에 대한 효력정지 신청을 하고, 해임처분 자체의 부당성을 다투는 행정소송을 별도로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행정법원에서 징계 집행 정지 신청을 인용할 경우 검찰총장직을 수행하면서 소송을 진행할 수 있다. 반면 집행 정지 신청이 기각되면 검찰총장직에서 내려온 채 행정소송을 해야 한다.
김성훈 변호사는 "본안소송을 통해 1심에서 3심까지 가려면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결국은 해임처분의 정당성과 효력에 있어서도 실질적으로 집행정지 사건에서 결론이 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반면 문 대통령이 해임 징계를 재가했다는 건 사실상 윤 총장에 대한 불신임 의사를 밝힌 것이기 때문에 윤 총장이 법적 대응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오는 상황이다.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