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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폭등시키고 떠나는 김현미 장관...24번 대책으로 퇴장

기사등록 : 2020-12-04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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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6개월 최장수 장관 기록 남기고 교체
24차례 대책에도 부동산시장 불안 ′오명′
정부·여당, 전세난에 지지율 하락도 부담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현 정부 최장수 장관이던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3년 6개월 만에 교체됐다. 이번 교체가 경질이 아닌 변화된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선택이라는 게 정부측 공식 입장이다. 하지만 부동산시장 불안을 진정시키지 못한 책임을 더 지켜볼 수 없다는 결단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집값에 이어 전국적으로 전셋값까지 들썩이자 핵심 지지층인 중산층이 대거 이탈했다.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등을 앞두고 정부와 여당의 부담이 한층 커질 수밖에 없다. 이에 김 장관은 그동안 20여 차례 크고 작은 부동산 대책을 쏟아냈음에도 부동산시장 안정화에 실패했다는 ′오명′을 쓰고 물러나게 됐다.

◆ 3년6개월 최장수 장관...24차례 대책에도 집값 못 잡아

4일 청와대는 4개 부처 개각에서 김현미 국토부 장관을 교체한다고 밝혔다. 변창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을 신임 장관에 임명했다. 지난 2017년 6월 장관직에 오른 김현미 장관은 3년 6개월 만에 자리에서 떠난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생각에 잠겨있다. 2020.12.03 leehs@newspim.com

김 장관은 그동안 24차례 부동산 관련 대책을 발표하며 시장에 대응했지만 대부분 실패로 돌아갔다. 대책을 발표할 때마다 1~2개월 후 시장이 반응할 것으로 자신했지만 그런 예측은 번번이 빗나갔다. 집값이 잡히기는커녕 역대 정부 중 중위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오명까지 남겼다.

임대차법 시행 이후 전셋값마저 시장을 흔들었다. 전세품귀 현상에 전셋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고통받는 서민들이 크게 늘었다. 시장에선 임대차법이 전세난에 불을 지폈다고 지적했지만 김 장관은 전세난과 임대차법은 상관이 거의 없다며 각을 세웠다. '11.19 전세대책' 이후에도 전세시장 불안이 더욱 가중되자 김 장관의 대응에 문제가 많다는 여론이 거세졌다. 대책과 문제 대응에서 현실인식이 부족하다는 지적까지 받았다.

김 장관의 교체에는 최근 문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이 하락한 것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4일 여론조사 전문회사 한국갤럽에 따르면 지난 1~3일 전국 18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문 대통령이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고 보는지' 물은 결과, 긍정 평가는 지난주(40%)보다 1%p 하락한 39%를 기록했다. 직무 긍정률 39%는 취임 후 최저치다.

더불어민주당의 정당지지율도 33%로 두달전과 비교해 8%P(포인트) 빠졌다. 반면 무당층은 27%에서 33%로 늘었다. 이번 조사는 전화조사원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 ±3.1%p(95% 신뢰수준)에 응답률은 15%다.

이런 흐름이 김 장관을 교체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만들었다는 관측이 많다. 집이 있는 사람이나 없는 사람이나 모두 불만이 터져 나오는 상황이다. 고가주택의 경우 공시지가 현실화율이 90%에 달해 종합부동산세가 작년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다주택자는 대부분 종부세 대상이 됐다. 주택을 보유한 것만으로도 세금 부담이 한층 커진 것이다.

전세 세입자는 전세난에 고통을 받고 있다. 전세물량이 줄어 전세 재계약 시점에 2억~3억원 뛴 전셋집이 적지 않다. 그마저도 경쟁적으로 계약하는 실정이다. 매물을 찾지 못한 세입자는 서울에서 경기도로 밀려나는 상황에 놓이다 보니 정부와 여당, 김 장관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상당했다.

◆ "빵투아네트·3년간 서울 집값 14% 올라" 등 설화 남겨

정치인 출신인 김 장관은 그동안 많은 설화를 남겼다.

최근에는 아파트를 '빵'에 비유했다.. 김 장관은 지난달 3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현안질의에서 "아파트가 빵이라면 밤을 새워서라도 만들겠다"고 말했다. 단기간에 주택 공급을 늘리기 어렵다는 발언이었지만 아파트 공급을 '빵 굽기'에 비유한 자체가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야당에서는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된다'고 했던 프랑스 마리앙투아네트의 발언에 비유해 '빵투아네트'라는 별명을 붙였다.

지난달에는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5억원 이하 주택 구입 시 이용할 수 있는 디딤돌 대출 기준과 관련해 "(일산) 저희 집은 디딤돌 대출로 살 수 있다"고 말해 인근 주민들의 반발을 샀다. 김 장관이 소유한 일산 주택은 시세가 6억원 안팎으로 올라 디딤돌 대출을 받을 수 없다. 주민들은 본인 주택의 시세도 모른다고 비꼬았다.

부동산 신조어가 양산된 것과도 연관이 있다. 집값 계속 오르자 불안감을 느낀 2030세대가 대출을 일으켜 집을 구매하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집값이 더 오를 것 같아 공포심에 집을 사는 '패닉바잉' 등이 김 장관 시설에 만들어졌다. 현재 세태를 풍자한 말이기도 하다.

집값 상승률을 놓고도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최근 3년간 서울 아파트값이 14% 올랐다고 주장했다. 한국감정원의 매매가격지수를 근거로 한 것이다. 하지만 매매가격지수는 설문자의 시장 전망치가 포함되다보니 실제 실거래가와 차이가 크다.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아파트값 상승률과 동떨어진 얘기를 하자 현실감각을 비판하는 여론이 거셌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KB국민은행의 주택가격동향 등을 분석한 결과로는 이 기간 53% 급등했다. 부동산114도 아파트값이 52.8% 상승했다는 조사결과를 내놨다.

김 장관에 후임에는 변창흠 LH 사장이다. 변 사장은 도시계획 및 도시재생 등 주택 공급 정책 전문가로 꼽힌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 부연구위원과 세종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을 거쳤다. 민간시장 활성화보단 공공성을 강조한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leed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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