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백지현 기자 = 달러/원 환율이 내년 하단이었던 1100원마저 뚫고 내려가자 시장이 그 원인에 주시하는 모습이다. 내년에도 주요국의 돈 풀기가 불가피한데다가 시장에서는 신흥국 투자 심리가 가열되고 있어 원화 강세가 이어진다는 관측이 나온다. 달러/원 환율이 1000원을 터치할 가능성도 조심스레 점쳐진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2년간 단 한번도 없었던 일이다.
7일 외환시장에 따르면 달러/원 환율은 오후 2시 30분경 1082.2원으로 3개월 전과 비교해 8.91% 급락했다. 앞서 지난 3월 19일(1285.7원) 1300원에 근접했던 달러/원 환율은 9월 들어 하락세를 보였다. 이후 주춤했던 움직임은 미 대선 직전 10월부터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10월 12일 (1146.8원) 1150원대를 돌파한 이후 두 달도 안돼 12월 3일(1097원) 내년 상반기 저점으로 꼽혔던 1100원이 붕괴됐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4일 원·달러환율은 전일 대비 14.9원 내린 1082.1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2020.12.04 yooksa@newspim.com |
원화 오름세는 다른 주요 통화에 비해서도 가파르다. 그간 원화가치는 달러나 위안화 등 글로벌 통화 흐름을 따라갔던 터라 이례적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같은 기간 달러지수는 2.55% 하락했다. 원화 가치와 동조되는 위안화의 경우, 역외 환율은 달러당 4.56% 내리는데 그쳤다. 유로화와 엔화 환율도 각각 2.65%, 2.14% 하락했다.
원화가 급등한 가장 큰 이유는 주가와 연관이 있다. 미국 경기부양책 합의와 백신 상용화 기대감으로 달러 값이 내려가자 환차익을 노리고 들어오는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이어졌다. 이는 주가를 부양시켰고 추가 매수를 견인하며 원화를 더욱 강하게 만드는 고리를 형성했다. 즉, 주가와 원화가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현재로서는 달러/원 환율의 추가 하락을 저지할 수 있는 것은 당국 개입 밖에 없다는 게 시장의 공통된 의견이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달러 매도 흐름은 거스를 수 없는 데다가 한국,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의 경기가 회복이 빨라 수급이 눌릴 수 밖에 없다. 이 상황에선 정부 밖에 방어할 자가 없다"고 전했다.
내년에도 원화의 초강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미 정부의 부양책 합의 기대 뿐아니라 비둘기파로 알려진 재닛 옐런 재무장관의 취임으로 약달러 기조가 유지된다는 분석이다. 서정원 하나은행 연구원은 "금융시장은 코로나19 팬데믹(대확산)에 대한 우려가 이미 무덤덤하게 받아들이고 있어 코로나 관련 이슈가 충격을 주기엔 쉽지 않아 보인다. 백신 부작용이 우려되기도 하지만 아직까지는 코로나19를 종식시킬 수 있는 기대감으로 작용하고 있어 달러약세를 압박하는 요소다"라고 전했다.
잠시 숨고르기 장세에 들어갔던 위안화도 다시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줄리안 에반스-프리차드 중국 전문 이코노미스트는 리포트를 통해 "세계적 위험 선호 심리와 신흥국의 주요국 대비 매력적인 수익률은 위안화 절상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고 전망했다.
시장은 달러/원 환율의 내년 상반기 하단 전망치를 1050~1000원 수준으로 하향 조정됐다. 달러/원 환율이 1000원 밑으로 내려간건 2008년 4월 28일(996.6원) 이후 한번도 없다. 내년 상반기 저점을 1000원으로 제시한 오창섭 연구원은 "결국 관건은 주식시장이다. 외국인이 1050원 밑으로 베팅할 수 있을지가 문제"라며 "내년 상반기에도 달러약세가 계속된다고 하면 마지노선을 1000원이 될 것이다. 그 이하로는 수출에 타격을 줄 수 있어 내려가기 어렵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lovus2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