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송기욱 기자 = 북한의 실실적 2인자로 알려진 김여정 조선노동당 제1부부장이 9일 공개 담화를 통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특히 이번 담화가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겸 대북정책특별대표의 방한 후 첫 일정이 시작되는 날 이뤄지며 북한의 의도가 어디에 있는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사진=뉴스핌DB] |
◆'대남 총괄' 김여정, 강경화 겨냥해 "우리 방역 조치에 주제넘은 발언"
김 제1부부장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남조선외교부 장관 강경화의 망언 두고두고 기억할 것이다'라는 제목의 담화를 발표하고 비난을 쏟아냈다.
김 제1부부장은 "며칠전 남조선외교부 장관 강경화가 중동 행각 중 우리의 비상방역조치들에 대해 주제넘은 평을 하며 내뱉은 말들을 보도를 통해 구체적으로 들었다"고 말했다.
김 제1부부장은 이에 "앞뒤 계산도 없이 망언을 쏟는 것을 보면 얼어붙은 북남관계에 더더욱 스산한 냉기를 불어오고싶어 몸살을 앓는 모양"이라며 "그 속심 빤히 들여다보인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정확히 들었으니 우리는 두고두고 기억할 것이고 아마도 정확히 계산돼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앞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초청으로 바레인에서 열린 '마나마 대화' 질의 응답에서 언급한 "코로나19 확진자가 전혀 없다는 북한의 주장은 믿기 어렵다"는 내용에 반발한 것으로 보인다.
강 장관은 "북한이 우리의 코로나19 방역 지원 제안에 별로 호응하지 않고 있다"면서 "이 도전은 북한을 보다 북한답게 만들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자국 내 코로나19 확진자가 없다는 사실을 대내외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19 방역 단계를 최고등급인 '초특급'으로 격상하고 지상,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을 봉쇄하는 등 코로나19 유입 방지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 겸 부장관. [사진=로이터 뉴스핌] |
◆ 비건 방한하자 담화문 발표...전문가 "한미 양국 겨냥한 것"
김 제1부부장의 이번 발언은 과거 대남메시지와는 달리 수위를 조절한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다. 이번 메시지는 노동당 관영매체인 노동신문에도 게재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내용 면에서도 원색적인 표현은 드러나지 않았다.
특히 시기를 놓고 봤을 때 강 장관 뿐만 아니라 방한 중인 비건 부장관까지 겨냥한 메시지를 담고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비건 부장관이 방한 중인 상황에 발표됐다는 점에서 담화문이 한미 양측을 겨냥했다는 시각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담화) 시간을 비건의 방한에 맞춘 것은 대북 문제에 대해 한미 양측이 언행에 신중을 기해 달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담화가 간결하고 험한 표현을 자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는 8차 당대회를 앞두고 대남 메시지를 관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그 과정에 남측이 자신들을 자극하지 말라는 경고도 담겨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비건 부장관이 한국에 오는 날 발표했다는 것으로 봐서는 강 장관보다 문재인 정부를 향한 불편함을 드러낸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문 센터장은 "북한은 한미가 공조해 자신들이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것에 대해 분명한 경계를 하고 있다"면서 "이 부분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드러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onewa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