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공매도를 개인 투자자에게도 허용하고 전문투자가 규정을 도입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재점화 되고 있다. 특히 불법 공매도를 사전 적발하는 대신 사후 관리 체계를 강화한다는 점을 두고는 "도둑이 도망간 뒤 경찰에 신고하겠다는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은 위원장은 전날 '2020년 금융위 출입기자단 송년간담회'에서 "공매도 부분에서도 전문투자가라는 규정을 도입해 책임을 감당할 수 있는 투자자들한테 우선 허용하되 그것을 넓혀가는 방식이 타협점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발언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1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송년 기자간담회를 열어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
공매도는 특정 종목의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면 해당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주식을 빌려 매도 주문을 내는 투자 전략을 말한다. 공매도는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에게만 허용돼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다.
금융당국은 올해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폭락장이 이어지면서 공매도 세력이 기승을 부리자 지난 3월 16일부터 오는 2021년 3월 15일까지 공매도를 금지했다. 공매도 허용까지는 이날 현재 3개월 남은 상태다.
이런 가운데 은 위원장이 공매도 제한 연장이나 금지 조치 대신 공매도는 허용하되 개인도 할 수 있도록 타협하는 방안을 고심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부 개인 투자자들이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이들은 "결국 금융당국이 공매도를 포기하지 못하고 개인 투자자를 외국인·기관 투자자의 먹잇감으로 만든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주식 투자 커뮤니티 사용자는 게시글을 통해 "불법 공매도를 확실히 차단할 방안도 마련하지 못한 채 개인 투자자에게도 허용해도 결국 개미핥기(외국인·기관 투자자)들에게 개미를 던져주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며 "금융위는 투자자들을 보호하는 곳이 아니라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를 대변하는 기관"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사용자도 "결국 아무런 대책 없이 3개월 뒤 공매도가 부활하면 코로나19 정국에서 증시 떠받들었던 개미들 죽어 나간다"며 "금융위원장부터 공매도가 왜 필요한 것이고 이렇게까지 포기하지 못하는 것인지 설명해야 한다"며 "공매도 금지 조치도 개미들을 위한 게 아니라 단순히 증시에 대한 악영향을 우려해서 시행했던 것 아닌가"라고 글을 게시했다.
특히 은 위원장이 불법 공매도를 사전에 차단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보다는 사후에 적발하는 방법이 바람직하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을 두고는 더 날 선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또 다른 주식 투자 커뮤니티에서는 전날부터 "사후적발이면 개미는 이미 손해보고 망한 뒤인데 정부에서 배상해줄 건가", "개미들 피해본 뒤 적발해 처벌하겠다는 기발한 발상", "도둑이 물건 훔치는 거 가만히 보고 있다가 도망친 뒤에 경찰에 신고하겠다는 것" 등 금융당국을 조롱하는 댓글도 줄을 잇고 있다.
은 위원장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공매도 적발 시스템 구축과 관련해 "우리나라 전산시스템 상으로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실제로 너무 많은 노력이 들어가기 때문에 그렇게 할 필요는 없다"며 "한국거래소에 전산시스템이 여러 개 있는데 공매도만 특화된 부분에 대한 시스템을 강화하고 또 불법 공매도를 확인하는 주기를 단축하는 방법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앞서 은 위원장은 개인 투자자 등을 비롯한 단체 및 기관들과 공청회, 비공개 간담회 등을 갖고 의견을 청취했다. 이 자리에서 개인 투자자들은 개인을 포함한 외국인, 기관의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거나 개인에게도 공매도를 허용해 달라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전문가와 투자자 단체 등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청취해 이르면 내년 초쯤 공매도 규제와 관련한 후속대책 등을 내놓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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