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구윤모 기자 = 메모리반도체의 한 축인 낸드플래시 업황 악화가 지속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보릿고개'도 길어지고 있다.
내년 상반기 '슈퍼 사이클' 진입이 예상되는 D램 시장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각 사는 장기적인 투자 계획을 실천하며 내년 낸드 수요 회복 시기를 기다리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공장인 삼성전자 평택 2라인 전경 [서울=뉴스핌] 김선엽 기자 = 2020.08.30 sunup@newspim.com |
◆ 길어지는 낸드 불황 터널...내년에는?
17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내년 1분기 낸드 평균판매가격(ASP)은 전 분기 대비 10~15% 가량 하락할 전망이다.
낸드 가격 하락 추세는 올해 하반기부터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낸드 고정거래가격은 지난 6월 4.68달러에서 7월 4.39달러로 6.2% 떨어졌다. 지난해 5월 이후 1년 2개월 만에 하락했다. 9월 들어 보합세를 보였지만 10월에 다시 3.45% 하락한 4.2달러를 기록한 뒤 지난달까지 유지됐다.
낸드 가격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공급과잉이다. 데이터센터 업체들이 지난 3분기부터 재고 감축에 나섰다. 특히 낸드 수요의 30%를 차지하는 솔리트스테이트드라이브(SSD) 시장의 수급 불균형이 계속되고 있는 점이 결정적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3개 업체가 과점하는 D램 시장과 달리 낸드 시장은 1위 삼성전자를 비롯해 키옥시아, 웨스턴디지털, SK하이닉스, 마이크론, 인텔 등 공급자가 상대적으로 많다. 트렌드포스는 내년 1분기에 업체들이 공급을 더 늘리면서 공급과잉 문제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 1분기까지 불황이 예상되는 가운데 2021년 전체 전망도 불투명하다. 불황이 더 길어질 수 있다는 분석과 하반기 반등에 대한 전망이 함께 나온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낸드 수요·공급 비율은 올해보다는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그러나 공급과잉 상황이 지속돼 내년 상반기, 하반기 내내 가격 약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진단했다.
반면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낸드 산업 수급은 내년 2분기부터 본격적인 개선이 전망된다"며 "내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기업용 SSD 시장 성장 효과를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서울=뉴스핌] 심지혜 기자 =SK하이닉스가 개발한 176단 4D 낸드 기반 512Gb TLC. [사진=SK하이닉스] 2020.12.07 sjh@newspim.com |
◆ 삼성·SK "낸드는 결국 성장...내년 기대"
글로벌 낸드 업계 1위, 4위 업체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현재 낸드 시장의 불황이 이어지고 있지만, 기술 개발과 투자를 소홀히 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를 진행하며 내년 시장 반등을 기대하는 모습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6월 평택캠퍼스 2라인에 8조원 규모의 낸드 생산라인 구축 투자를 단행한다고 밝혔다. 평택 2라인에서는 첨단 V낸드를 생산할 계획이며 내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울러 유일한 해외 메모리반도체(낸드) 생산기지인 시안 공장에 대한 투자도 진행 중이다. 현재 1공장은 가동 중이며 2공장은 2017년부터 70억 달러를 투자한 데 이어 지난해 2단계로 80억 달러의 추가 투자를 확정했다. 올 상반기 제2공장 1단계 투자 출하식을 열었으며 2단계는 내년 하반기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로 인한 매출 효과가 내년 연말부터 나타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이 시기부터 본격적인 장비 투자를 집행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무엇보다 인텔이 기업용 SSD 시장 2위를 달리는 강자인 만큼, 이 수요가 회복되면서 SK하이닉스가 본격적인 인수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 관계자는 "낸드 시장이 공급과잉이라고 하지만, 결국 시장 성장에 따라 기업마다 공급을 늘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며 "특히 반도체 업계는 업황이 안 좋다고 기술 개발과 투자를 소홀히 할 수 없기 때문에 불황기에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며 호황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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