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심지혜 기자 = 글로벌 TV 시장 1, 2위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내년에는 미니 발광다이오드(LED)를 적용한 프리미엄 액정표시장치(LCD) TV로 정면 대결을 펼친다.
미니LED는 LCD TV에서 빛을 내는 백라이트유닛(BLU)에 소형 LED 칩을 기존 제품보다 촘촘하게 박아 밝기와 명암비를 높인 것이 특징이다.
다만 미니LED TV를 둔 전략에 양사가 차이를 보이고 있어 향후 신경전이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주력인 QLED의 상위 모델로 내놓는 반면 LG전자는 QLED와 경쟁하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보다 하위 모델로 내놓을 예정이다.
[서울=뉴스핌] 심지혜 기자 = LG전자는 미니LED를 적용한 LCD TV를 프리미엄 모델로 출시한다고 밝혔다. [사진=LG전자] 2020.12.29 sjh@newspim.com |
◆ LG, 미니LED 활용한 최상위 LCD TV 'QNED' 공개
LG전자는 29일 온라인으로 진행한 TV 기술 설명회에서 '미니LED TV'를 프리미엄 LCD TV 라인업인 'LG 나노셀' 상위 모델로 출시한다고 밝혔다.
LCD TV는 빛을 내는 백라이트에 LED를 광원으로 사용하는 데, 미니LED TV에는 기존 대비 크기가 1/10 미만 수준으로 작은 LED가 탑재된다.
LED 크기가 줄어들면 동일한 면적에 더 많은 광원을 배치할 수 있다. 보다 밝은 화면을 구현할 수 있으며, 화면분할구동(로컬디밍) 영역을 세분화할 수 있어 LCD TV의 단점 가운데 하나인 명암비도 올라간다.
LG전자 신제품은 86형(대각선 길이 약 218센티미터) 8K(7680x4320) 해상도 기준 3만 개 가량의 미니LED를 탑재한다. 로컬디밍(화면 분할 구동) 구역은 약 2500개에 달한다. 기존 LCD와 비교하면 LED 개수는 10~15배, 디밍 블록은 5배 이상 증가한 수준이다.
두께도 얇아진다. 일반적인 LCD TV가 30~40mm 정도라면 이번 제품은 10~20mm 수준으로 얇다.
[서울=뉴스핌] 심지혜 기자 = LG전자는 미니LED에 퀀텀닷과 나노셀 기술을 결합한 'QNED'로 최상의 LCD TV 기술을 완성했다고 발표했다. [사진=LG전자] 2020.12.29 sjh@newspim.com |
이와 함께 기존 프리미엄 LCD TV에 적용했던 나노셀(Nanocell)에 이어 퀀텀닷(Quantum Dot) 기반 기술을 동시에 활용하는 '퀀텀 나노셀 컬러 테크놀로지'를 적용한다. 업계에서 사용 중인 대표적인 고색재현 기술을 모두 사용해 LCD TV의 색 표현력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설명이다.
LG전자는 이러한 기술을 바탕으로 미니LED TV 이름을 'QNED'로 지었다. 미니LED와 퀀텀닷 나노셀 테크놀로지를 모두 갖추고 있다는 뜻이다.
백선필 TV상품기획담당은 "LCD TV에서는 최상의 화질을 선사하게 되는 만큼 우리는 이번 QNED가 LCD TV 진화의 정점이라고 본다"며 "8K, 4K 해상도에서 55~86인치 크기로 다양하게 나온다. 필요하면 100인치 이상 대형으로 내놓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중국에서 미니LED가 먼저 나와 차별점이 없다는 시각도 있으나 LG전자는 기술력에서 앞선다고 자부했다. LED 개수나 디밍 블록 수는 비슷하지만 정확하게 색을 표현할 수 있도록 빛을 컨트롤하는 기술에서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서울=뉴스핌] 심지혜 기자 = LG전자는 미니LED를 적용한 'QNED'가 LCD에서는 한 단계 위지만 OLED에는 못 미친다고 설명했다. [사진=LG전자] 2020.12.29 sjh@newspim.com |
◆ LG는 OLED보다 '하급' vs 삼성은 QLED보다 '상급'
이날 LG전자가 미니LED TV 'QNED'를 발표하면서 삼성전자와 TV 시장에서 또 한 번 맞붙게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도 내년 신제품으로 미니LED를 준비하고 있는 데다 차세대 TV로 QNED를 개발하고 있어서다.
우선 미니LED를 두고 양사가 다른 시각을 보이고 있어 신경전이 예상된다.
LG전자는 이날 QNED가 OLED보다는 한 수 아래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OLED는 백라이트가 필요 없는 자발광 TV로 픽셀 수가 약 1억 개(8K 88인치 기준) 정도로 훨씬 많다.
또한 미니LED는 디밍 블록이 빛을 컨트롤해 표현에 한계가 있지만 OLED는 각각의 픽셀이 켜고 꺼지기 때문에 훨씬 더 섬세하고 선명한 표현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백라이트가 없어 두께도 얇다. OLED 두께는 벽걸이형 기준으로 4mm 수준이다.
LG전자는 이러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 QNED를 LCD 라입업 '나노셀'에서는 상위급에 배치하면서도 OLED보다는 한 단계 아래로 위치시켰다. 가격대는 같은 해상도 크기 기준으로 LCD 라인업 중에서는 높지만 OLED보다는 낮게 책정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 QLED TV는 LCD TV에 퀀텀닷 필름을 추가한 제품이다. 이에 QLED는 삼성전자 TV 라인업에서 일반 LCD보다 상위 라인업에 위치해 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는 QLED를 LG전자 OLED와 경쟁 제품으로 선보이고 있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는 미니LED가 기존 LCD보다 우위의 기술을 사용했다는 점을 감안, QLED보다 한 단계 높게 뒀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시장에서는 LG OLED가 최상위 모델이 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주력 프리미엄 TV를 두고 QLED와 OLED로 경쟁해왔지만 미니LED 전략으로 인해 서열이 정리되는 셈이다.
삼성전자의 미니LED TV 전략은 내년 1월 6일 TV 사업 전략을 발표하는 '퍼스트룩' 온라인 행사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서울=뉴스핌] 심지혜 기자 = LG전자는 미니LED TV를 최상위 LCD 라인업으로 배치시켰다. [사진=LG전자] 2020.12.29 sjh@newspim.com |
◆ 삼성 vs LG, QNED 두고 '진짜' 싸움 또 한 번 벌일 수도
'QNED'라는 이름을 두고 양사가 신경전을 벌일 수도 있다. LG전자가 삼성전자가 차세대 TV로 준비해 온 QNED 이름을 먼저 상용화했기 때문이다.
LG전자는 이에 대비해 최근 특허청에 QNED·QNLED·NQED 등의 상표권을 출원했다. 또 미국·유럽연합(EU)·호주 등 3개 지역에도 출원했다.
이에 삼성전자에 디스플레이를 공급하는 자회사 삼성디스플레이도 특허청에 QNED, QDNED, LED 등 상표권 3종을 출원했다. 미국, 유럽, 호주에서도 QNED 관련 상표권을 올려놨다.
QNED의 기술을 두고 충돌할 가능성도 있다. 통상적으로 업계에서 이해하는 QNED는 '퀀텀 나노 발광다이오드(Quantum nano emitting diode)'의 앞글자를 모아 놓은 것이다.
나노로드라고 불리는 미세한 청색 LED를 발광소자로 한다. OLED는 유기물이 발광하는 구조라 수명과 화면 잔상(번인)에 문제가 있지만 이 QNED에서 사용하는 LED는 무기물이 발광하는 구조라 수명이 길고 전력 소모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를 근거로 하면 LG전자가 이번 공개한 QNED와는 구조적으로 다르다.
현재 삼성디스플레이는 퀀텀닷을 활용한 차세대 디스플레이를 개발 중이다. 시장에서는 삼성디스플레이가 QD-OLED에 이어 QNED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해 왔다.
다만 전례를 볼 때 이번 전략이 LG전자에게 독이 될 수도 있다. 앞서 LG전자는 삼성전자의 QLED 이름을 두고 이의를 제기한 바 있다. 삼성전자의 QLED가 진정한 의미의 QLED(퀀텀닷발광다이오드·Quantum dot Light Emitting Diode) 기술이 아님에도 QLED라는 이름을 사용, 소비자 혼란을 야기한다고 주장했다.
QLED는 퀀텀닷이라는 자발광 물질을 이용해 디스플레이를 구동토록 하는 것을 말한다. 쉽게 말해 자발광 물질이 유기물일 때는 OLED, 무기물일 때는 QLED를 쓰는 것이다. 이와 달리 삼성전자의 현재 QLED는 LCD 구조를 기본으로 하면서 퀀텀닷 물질을 사용하는 수준이다.
이런 사례가 QNED에서도 반복될 수 있는 셈이다.
이정석 HE마케팅커뮤니케이션담당은 "그동안 퀀텀닷에 나노셀을 결합하는 기술을 꾸준히 개발해 왔기 때문에 QNED라는 이름은 단기간에 나온 아이디어가 아니다"라며 "그 전부터 로드맵에 있었고 기술이 가시화 되면서 상표권을 등록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경쟁사가 개발하는 기술은 워낙 보안이 철저해 우리도 아는 바 없다"며 "우리는 퀀텀닷과 나노셀 기술이 결합됐다는 걸 명확하게 하기 위해 이름을 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sj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