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최근 열리고 있는 북한의 제8차 당대회에서 군부 의석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선군정치로부터의 결별 시도"라는 분석과 "섣부른 결론은 이르다"는 관측이 엇갈리고 있다.
북한은 지난 5일부터 노동당 당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그런데 북한 매체 보도에 따르면, 5년 전 열린 제7차 당대회에 비해 전국 각 조직 당 대표자 내 군인 대표가 719석에서 절반 가까이 줄어든 408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핵심 당원 대표는 기존 786석에서 2배 가까이 늘어난 1455석이었고, 행정경제 부문 대표도 423석에서 801석으로 늘었다. 당 정치 부문 대표의 경우 5년 전 1545석 보다 소폭 늘어난 1959석에 달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5일 열린 제8차 당대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 = 노동신문 홈페이지 캡처] 2021.01.06 |
통일부는 이에 대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군 장악력 강화 차원"이라며 "군 역할 축소와 함께 당의 역할이 강화됐음을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전우회장(전 한미연합사령관)도 미국의소리(VOA) 방송과 인터뷰에서 "군부 의석 감소는 김정은 위원장의 최우선 정책목표의 변화를 반영한 것"이라며 "김 위원장의 권력구조 재편과 밀접히 연계된 움직임으로 보인다. 당과 국가정책 시행에서 당내 군부의 반대 목소리를 약화시키기 위해 군부의 영향력을 줄이는 조치의 일환"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김 위원장의 궁극적 목표는 처음부터 경제발전에 있었다. 핵개발 추진 와중에도 그랬다"며 "이번 당 대회에서 경제에 방점을 둔 발언과 인선 변화는 김 위원장이 새로운 길로 방향을 틀었음을 나타내는 지표"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물론 김 위원장이 추구하는 새로운 길의 구체적인 내용은 여전히 많은 분석이 필요하지만, 이번 당 대회를 계기로 이전과는 다른 접근법을 모색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며 "김정은 위원장은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선군정책'으로부터 이미 멀리 떨어져 나왔다"고 지적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이번 당 내 인선 변화는 심각한 경제난 극복을 강조하고 있는 김 위원장의 발언과 연동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며 "군부 보다는 경제관료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지난 5일 북한 제8차 당대회가 개최되고 있다. [사진 = 노동신문 홈페이지 캡처] 2021.01.06 |
다만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군부에 힘을 실어주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핵 포기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를 지낸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도 VOA에 북한 내 군부 입지 축소에 따른 시사점에 대해 "김 위원장이 심각한 경제 압박에 놓여 있는 점은 자명하지만, 어떤 결론을 내리기는 아직 이르다"고 평가했다.
특히 "당 내 군부의 입지축소는 선군정치에서 경제우선 정책으로 재조정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볼 수 있지만, 북한의 핵정책을 포함해 현 시점에서는 성급한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도 "당 내 구성 변화가 반드시 군부의 입지 축소로 이어질 것으로 결론 짓기는 이르다"며 "당장 당 대회 직후 열병식이 개최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김정은 위원장이 군부의 역할을 축소한 것에 대해선 "미국의 새 행정부에 대화 의지를 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suyoung07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