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영태 기자 = 이란을 방문 중인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은 10일(현지시각) 이란 외무차관과 만나 한국 국적 선박 '한국케미'호와 선원들의 억류를 조속히 해제해달라고 강력하게 요청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11일 최 차관이 전날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부 정무차관과 한·이란 외교차관 회담을 갖고 이같이 말했다고 전했다.
최종건 외교부 1차관과 압바스 아락치(Abbas Araghchi) 이란 외무차관이 10일 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1.1.11 [사진=IRNA 통신 홈페이지 캡처] |
최 차관은 이란의 주장대로 선박 억류가 기술적 문제라면,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아직까지 이란 측은 관련한 증거를 내놓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당국자는 최 차관의 요청에 대해 이란 외교당국은 '한국 측의 구체적 증거 자료 제출 요구는 즉시 이란 국내 유관부문과 사법절차를 관장하고 있는 부문에 전달했고 신속하게 제출해달라고 촉구해나가고 있다. 잠시 기다려달라'고 이야기하고 있다며, 현재까지 이란 측이 자료 제출과 관련해 굉장히 협조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란 관영 IRNA 통신에 따르면 아락치 차관은 이날 회담에서 "페르시아만(이란 해역)에서 한국 유조선을 나포한 것은 온전히 기술적인 이유와 환경 오염 때문"이라는 입장을 반복하면서 약 2년 반 동안 한국 내 은행에 동결된 이란 자금 문제 해결을 강하게 촉구했다.
그는 또 "한국에 있는 이란 자금이 묶여 있는 이유는 미국의 제재 때문이라기보다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한국의 정치적 의지가 부족한 것에 더 크게 기인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은 이 문제(선박 억류)와 관련 정치화하는 것을 삼가고, 법적 절차가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란 측이 문제 삼은 동결 자금은 한국 우리은행과 IBK기업은행 등에 묶여 있는 70억달러(약 7조6000억원) 정도의 이란 원유 수출대금이다. 당초 이 자금은 미국의 제재를 우회하기 위해 원화 계좌를 운용해 이란과 한국의 무역 자금을 결제하던 계좌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추가 제재로 인해 계좌 사용이 중단되면서 2년 반 동안 동결돼 왔다.
이와 관련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0일(현지시각) 이란 강경파 정부 관계자가 "한국은 모욕을 당할 필요가 있었다"며 "우리가 약과 백신 구입이 절박한 때 이란의 자금을 묶어둘 수 없다는 걸 깨달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란 정부는 지난 4일 선박 나포 직후 급파된 한국 정부 실무대표단과 최종건 차관 일행에 대해 억류된 선박과 선원들의 석방 교섭이 아니라 자국 동결 자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방문했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최 차관은 이날 이란 보건부 차관과도 만나 이란과의 보건 방역협력과 인도적 교역 확대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최 차관은 11일(현지시각)에도 자리프 외교장관을 비롯해 정부 고위인사들과 만나 한국 선박 및 선원들의 조속한 억류 해제를 요청할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한국 선원들이 억류돼 있는 반다르아바스항에 급파된 주이란한국대사관은 선원들과의 영사접견을 지속적으로 추진 중이며, 이란 당국도 협조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선박 내 한국 선원 전원은 지난 8일 저녁 국내 가족들과 개별적으로 통화를 가졌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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