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 '별장 성접대' 의혹을 받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지난해 수사 과정에서 출국금지된 경위를 놓고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검찰 수사로 절차적 위법 여부를 비롯한 각종 의혹이 진상규명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2020.10.28 pangbin@newspim.com |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검 안양지청 형사3부(부장검사 김제성)는 최근 김 전 차관 사건 재조사 과정에서 가짜 사건번호 등을 이용해 위법한 긴급 출국금지가 이뤄졌는지 여부를 수사 중이다. 안양지청은 대검찰청으로부터 지난해 12월 초 이같은 내용이 담긴 공익신고서를 이첩 받았다.
해당 공익신고서에는 지난 2019년 3월 대검찰청 검찰과거사진상조사단이 김학의 전 차관 사건을 재조사하는 과정에서 김 전 차관의 출국을 막기 위해 불법적으로 서류를 조작해 출국금지를 사후 승인받았으며 이 과정에서 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던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관여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진상조사단에 파견된 이규원 검사는 법무부에 김 전 차관의 긴급 출국금지를 요청했는데 관련 서류에 2013년 수사 결과 이미 무혐의 처분된 그의 성폭행 사건 사건번호를 기재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이후 법무부에 제출한 긴급 출국금지 승인요청서에는 이 사건번호가 아니라 또 다른 '서울동부지검 2019년 내사1호'라고 기재했다고 한다. 그러나 내사1호는 이와는 전혀 다른 사건인데다 5월에 생성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가짜 사건번호' 논란이 불거졌다.
이성윤 당시 반부패·강력부장이 절차적 문제가 될 것을 우려, 이 사건을 수사했던 동부지검에 정식 내사번호를 입력해 동부지검장 명의로 출국금지를 요청한 것으로 해달라는 취지로 연락을 했으나 거절당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김 전 차관은 2019년 3월 22일 밤 인천국제공항에서 태국으로 출국하는 비행기 표를 발권하고 이튿날 자정 무렵 비행기 출발을 기다리다 긴급 출국금지 돼 해외로 나갈 수 없었다. 김 전 차관은 당시 건설업자 윤중천 씨로부터 성접대를 받았다는 의혹과 관련해 재수사를 앞둔 상황이었다.
그러나 진상조사단 파견 검사가 김 전 차관의 출국금지 시도를 알게 된 경위와 관련해서도 논란이 일었다. 출입국당국이 법무부에 김 전 차관의 출국시도를 보고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법무부가 정식 수사 대상이 아니었던 김 전 차관에 대해 불법적으로 출입국 조회 등을 통해 사실상 '사찰'을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었다.
또 출국금지 요청은 기관장(소속 검사장) 승인이 필요한데, 조사단 파견 근무 중으로 출국금지 요청 권한이 없던 이 검사가 검사장 승인 없이 출국금지를 요청해 받아들여진 것 역시 출국금지 사실이 알려진 직후부터 위법 논란에 휩싸였다.
[과천=뉴스핌] 백인혁 기자 =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에 위치한 법무부의 모습. 2020.12.03 dlsgur9757@newspim.com |
이 때문에 최종적인 출국금지 승인 권한을 갖고 있던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의 책임론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같은해 3월 18일 박 장관에게 김 전 차관 성접대 의혹을 구체적 예시로 들며 권력형 비리 등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지시하면서 이같은 비판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대검에 제출한 공익신고서 내용도 안양지청에서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 주 대표는 지난달 6일 법무부가 당시 김 전 차관을 긴급 출국금지 하기에 앞서 170여 차례에 걸쳐 불법으로 출국 정보를 조회했다며 대검에 공익신고서를 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일부 절차적 위법 논란이 있을 수 있으나 특수수사 과정에서 긴급성을 요하는 사안의 경우 이처럼 일부 사후승인 등 방식으로 출국금지를 비롯한 각종 행정조치가 이뤄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당시 정식 수사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김 전 차관이 해외로 출국했다면 결과적으로 김 전 차관에 대한 재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고 단죄 역시 어려웠을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김 전 차관은 작년 10월 뇌물수수 등 혐의로 항소심에서 징역 2년6월을 선고 받고 법정구속 됐다.
반면 그 어떤 피의자라 하더라도 방어권 보장과 인권보호를 위해 반드시 적법절차가 지켜져야 하는데 당시 정식 피의자도 아니었던 김 전 차관을 대상으로 적법한 절차 없이 법적조치가 이뤄진 것은 명백한 위법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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