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구윤모 기자 =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아내와 두 자녀를 비롯한 가족, 친인척들에게 1452억원 규모의 카카오 보유주식을 증여하면서 화제다.
이번 증여가 김 의장의 전체 보유주식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 점에 미뤄 김 의장이 그동안 자신을 도왔던 가족들에 대한 감사의 표시를 한 것이라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또한 증여 시점을 볼때 향후 사업에 대한 자신감을 표한 것이란 관측도 이어진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 [제공=카카오] |
◆ 전체 0.46% 해당 지분...아내·두 자녀에게 각 264억원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김 의장은 자신이 보유중인 카카오 주식 33만주를 부인과 자녀 등 친인척에게 증여했다. 그가 보유한 총 주식은 1217만여주로, 이번 증여주식을 그의 카카오 보유지분율로 환산하면 0.46%에 해당한다.
김 의장의 기존 카카오 보유지분율은 14.20%로, 증여에 따라 13.74%로 조정됐다.
증여내용을 구체적으로 보면, 김 의장은 아내인 형미선씨와 두 자녀 상빈·예빈에게 각각 6만주씩 총 18만주를 줬다. 6만주는 약 264억원 수준이다.
또 친인척인 김행자(2만5000주), 김명희(2만800주), 김대환(4200주), 김화영(1만5000주), 장윤정(5415주), 김예림(4585주), 김은정(1만5900주), 김건태(4550주), 김유태(4550주), 형미숙(1만9000주), 박효빈(6000주) 씨 등에게 나머지 18만주가 증여됐다.
이로써 증여시점은 지난 19일 기준, 카카오 주가(종가 44만원)를 감안하면 증여된 주식의 가치는 1452억원 상당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증여가 김 의장이 가족과 친인척들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한 개인적 판단이라고 보고 있다. 인터넷 벤처 1세대로 현재의 카카오 신화를 일구기까지 자신을 믿고 지지해온 가족과 친인척에게 감사의 뜻을 담아 일종의 성과를 나눴다는 이야기.
◆ 주가 높은데 증여...가족 고마움 표시+주가 상승 자신감
실제 김 의장은 1998년 게임회사 '한게임'을 시작해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2010년 카카오톡을 선보이며 현재까지 '카카오 신화'를 써내려가고 있다. 어느덧 카카오는 계열사만 101개를 거느린 초대형 IT기업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3분기에는 매출 1조원과 영업이익 1000억원을 돌파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김 의장의 재산도 크게 늘었다. 기업분석 전문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김 의장이 보유한 주식평가액은 50대 그룹 총수·회장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지난해 초 1조9067억원이던 평가액은 3분기 말 4조 5564억원으로 무려 2조6497억원(139%)이나 올랐다.
카카오 로고. [제공=카카오] |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오너가에서는 만일 발생할 수 있는 경영 분쟁권 때문에 시아버지가 며느리, 남편이 부인에게 주식 지분을 잘 넘겨주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하다"며 "카카오가 잘 나갈 때 김 의장이 아내뿐만 아니라 친인척에게 주식을 챙겨준 것은 내부 가족에 대한 감사의 뜻을 전하기 위한 목적이 클 것"이라고 풀이했다.
일각에서는 김 의장의 증여 시점에도 주목한다. 보통 증여는 증여세 부담을 낮추기 위해 주가가 낮을 때 진행하는 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증여세율은 증여금액이 30억원을 초과할 경우 최고세율 50%가 적용된다. 기준은 증여 시점 전후 2개월씩 총 4개월간 종가의 평균으로 계산된다.
현재 카카오의 주식가치는 올해 코로나19 영향과 사업 호재 등으로 매우 높아진 상황이다. 그럼에도 김 의장이 증여를 진행한 것은 향후 주가가 더 오를 것이란 자신감을 표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증권업계에서는 카카오가 지난해 4분기에도 실적 상승세를 이어갔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해 역시 사업 순항을 예상하는 분석이 많다. 더욱이 카카오페이,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지 등이 올해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어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치가 높다.
업계 관계자는 "가족과 친인척에게 떨어질 주식을 나눠 주겠냐"라며 "이번 증여의 뜻은 앞으로 카카오의 가치가 더 오를 것이라는 자신감을 표현한 것으로 보여진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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