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구윤모 기자 = "내가 태어나기 전보다 더 나은 세상을 꿈꾸며."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이사회 의장의 카카오톡 상태 메시지이다.
김 의장은 이 같은 철학 아래 지금껏 200억원이 넘는 재산을 사회에 기부해왔다. 여기에 향후 자신의 재산 절반을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환원하기로 결정했다.
김 의장의 총 기부 금액만 5조원이 넘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최근 불거졌던 자녀들의 승계 논란도 수면 아래로 잦아들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스핌] 구윤모 기자 =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사진=카카오] 2021.02.08 iamkym@newspim.com |
◆ 김범수 "사회문제 해결, 더 이상 늦추면 안돼"...5조원 이상 기부
8일 카카오에 따르면 김 의장은 이날 카카오 및 계열사 전 임직원들에게 보낸 신년 카톡 메시지를 통해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기부하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3월 10주년을 맞아 사회문제 해결의 주체자가 되자고 제안드린 후 무엇을 할지 고민이 많았다"면서 "격동의 시기에 사회문제가 다양한 방면에서 더욱 심화되는 것을 목도하며 더 이상 결심을 더 늦추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결심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식적인 약속이 될 수 있도록 적절한 기부서약도 추진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구체적으로 어떻게 사용할지는 이제 고민을 시작한 단계이지만, 카카오가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의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사람을 찾고 지원해 나갈 생각"이라며 "구체적인 플랜은 크루 여러분들에게 지속적으로 공유드리며 아이디어도 얻고 기회도 열어 드리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의장의 기부금액은 최소 5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김 의장이 보유하고 있는 재산은 10조원을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우선 김 의장이 보유하고 있는 카카오 주식 1250만주만 해도 전날 종가 기준으로 5조700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카카오 지분 11.26%를 갖고 있는 김 의장 개인회사 케이큐브홀딩스 주식 994만주도 소유하고 있다.
◆ 14년간 200억원 기부...사회문제 해결 꿈꾸는 IT벤처 1세대
김 의장은 1998년 한게임을 창업하고 2000년 네이버 합병 이후 NHN 공동대표를 맡은 대한민국 IT벤처 1세대로 꼽힌다.
이후 그는 지난 2010년 3월 메신저 앱 카카오톡을 선보이며 '카카오 신화'의 서막을 알렸다. 2014년 다음커뮤니케이션 합병, 2016년 로엔엔터테인먼트 인수 등을 거치며 계열사 100여 곳을 거느린 지금의 '카카오 제국'을 건설했다.
이 과정에서 김 의장은 평소 교육 생태계 변화, 후배 기업가 양성, 사회문제 해결 등 경영 외적인 부분에도 많은 관심을 키워왔다. 특히 사회문제 해결에 대한 남다른 애착을 갖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효율적인 조직이 기업일 수 있다"는 의견을 몇 년 전부터 강조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발전하는 기술과 카카오의 문제 해결 방식으로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사회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해 나가자는 것이다.
김 의장은 지난해 3월 카카오톡 출시 10주년을 맞아 전 직원에게 보낸 메시지에서도 "우리만의 문화, 넥스트 비즈니스의 고민을 넘어 사회문제 해결의 주체자로서 우리의 역할도 포함돼야 한다"며 "급격히 발전하는 기술과 우리만의 문제 해결 방식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 크루들이 관심을 갖길 바란다"고 당부한 바 있다.
이 같은 철학 아래 김 의장은 지난 2007년부터 현금 72억원, 주식 약 9만4000주(152억원) 등 200억원이 넘는 자산을 우리 사회 곳곳에 기부하며 'IT 기부왕'으로 불렸다.
기부처도 자신의 모교(건국대사대부고) 뿐만 아니라 아쇼카 한국재단, (사)문화예술사회공헌네트워크 등 다양하다. 지난해 3월(사회복지공동모금회)과 8월(전국재해구호협회)에는 코로나19와 수해 피해 시민들을 위해 각각 1만1000주(20억원), 2830주(10억원)를 쾌척하기도 했다.
카카오 로고. [제공=카카오] |
◆ 두 자녀 경영 승계 의혹, 수면 아래로
일각에서는 이번 김 의장의 재산 기부 결정 배경에 최근 두 자녀의 경영 승계 의혹이 있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앞서 김 의장의 아들인 상빈(28)씨와 딸 예빈(26)씨가 지난해 초부터 카카오의 2대 주주인 비상장회사 케이큐브홀딩스에 근무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케이큐브홀딩스는 김 의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투자전문회사다. 김 의장과 케이큐브홀딩스가 보유한 카카오 지분을 합치면 총 25%에 달해 사실상 케이큐브홀딩스가 카카오의 지주회사로 보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에 전형적인 '재벌식 승계' 과정이 아니냐는 비판도 거셌다.
또 최근 김 의장이 아내와 두 자녀에게 각각 6만주(약 264억원 상당)의 카카오 주식을 증여하면서 의혹은 증폭됐다.
이에 카카오는 "케이큐브홀딩스가 공정거래법상 카카오 계열사로 묶이나 카카오와 사업적인 관계가 없고 종속회사나 자회사의 개념도 아니다"라며 "(지분 증여 및 케이큐브홀딩스 근무 등은) 카카오 경영승계와 무관하다"며 경영승계 작업에 선을 그었지만 김 의장을 향한 의심의 시선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결정과 함께 본격적인 기부가 진행되면 이 같은 의혹도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김 의장은 평소 두 자녀에게 경영권을 승계하지 않겠다는 뜻을 꾸준히 밝혀온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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