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양섭 기자 = 연기금이 올해 들어 약 10조원 가량의 국내 주식을 팔았다. 지난 해 6월 이후 매도 추세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올해 들어 속도가 더 가팔라졌다. 증권가에선 연기금의 매도 성격을 '자산배분 비중조절' 차원으로 해석하고 있다.
연기금 올해(1.1~2.9) 순매수·순매도 상위 10개 종목 현황(코스피+코스닥). [자료=키움증권HTS] |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9일까지 연기금은 코스피 시장에서 10조174억원을 순매도 했다. 올해 들어 단 하루도 순매수를 기록한 날이 없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올해 누적 순매도가 4400억원을 기록했다.
주로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 위주로 매물이 나왔다. 삼성전자 한 종목에서만 3조 2000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순매도 2위로 집계된 현대차(6000억)보다 5배 이상 많은 규모다. 이어 LG화학, SK하이닉스, 삼성SDI, 현대모비스 등의 순이었다.
주식시장에서 동학개미들이 열광하며 신고가를 갈아치웠던 자동차(전기차), 반도체 섹터에서 주로 매물이 쏟아졌다.
증권가에선 연기금의 이 같은 매도에 대해 '자산배분 비중조절' 차원으로 해석하고 있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021년 초부터 펼쳐진 코스피 대형주의 강한 상승 랠리는 연기금 국내 주식 비중을 더 높였다"면서 "동시에 채권 등 다른 자산 수익률이 국내주식보다 낮은 상황을 지속하면서 연초부터 빠른 비중 조절을 유발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코스피가 현재 수준이 유지된다는 가정을 하면 앞으로도 연말까지 약 30조원 정도의 연기금 매물이 더 나올 가능성도 거론된다. 노 연구원은 "연기금 코스피 순매도 가속화에도 지수 상승 효과를 고려하면 여전히 2021년 국내주식 목표치 142조8000억원을 크게 상회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예상 비중 22.5%)된다"면서 "현재 코스피 레벨이 유지된다는 가정 하에 단순 계산하면 연말까지 추가로 가능한 연기금 코스피 순매도는 30조원대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자료=NH투자증권] |
연기금이 가장 많이 매수한 종목은 빅히트다. 빅히트는 지난 해 상장 직후터 '고평가' 논란에 휩싸이면서 하향세를 기록했다. 상장 첫 날 35만원를 기록했던 주가는 14만~18만원대에서 수개월간 횡보세를 보이다가 최근 급반등 추세로 전환됐다.
네이버, YG엔터 등과 제휴에 나서는 등 '플랫폼' 사업 영역에 대한 가치가 부각됐다는 게 증권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수급 측면에서는 연기금의 강력한 매수가 주가 상승 동력으로 작용했다. 연기금은 올해 들어서만 빅히트 주식을 1000억원 이상 순매수했다. 주가는 최근 25만원대까지 반등해 상장 둘째날 정도 수준까지 올라섰다.
두 번째 순매수 상위 종목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다음은 키움증권이다. 이어 LG디스플레이, SK, 고려아연 등의 순이었다.
매도 종목군이 시총 상위 종목들을 중심으로 뚜렷하게 자동차(전기차), 반도체 섹터로 집계된 반면 매수 사이드는 섹터보다는 종목별 접근이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빅히트 상장 이후 주가 추이. [자료=네이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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