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영섭 기자 = 청와대 내부기강을 잡아야 할 민정수석실이 흔들리고 있다.
설 연휴가 끝나자마자 이광철 민정비서관과 김영식 법무비서관의 사의표명설이 수면 위로 나오더니 급기야는 신현수 민정수석의 사의표명 소식까지 터져 나왔다. 문제는 신 수석의 사의표명 배경과 관련, 검찰 고위급 인사를 놓고 갈등이 빚어졌다는 점이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청와대 전경. 2020.12.14 yooksa@newspim.com |
신현수 민정수석의 사의표명 소식은 지난 16일 오후 늦게 전해졌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즉각 기자단 공지를 통해 "인사와 관련한 사항은 확인해 드릴 수 없다"고 답변을 피했다. 청와대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히는 대신 '침묵'을 택한 것을 두고 신 수석의 사의표명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다.
신 수석의 사의표명에 앞서 지난 14일에는 이광철 민정비서관과 김영식 법무비서관의 사의표명 소식이 알려졌다.
청와대는 김영식 법무비서관이 사의를 표명한 것은 맞지만 이광철 민정비서관은 사의를 표명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특히 김영식 비서관의 사의표명 배경과 관련, 거짓말 해명 논란을 빚고 있는 김명수 대법원장의 거취와 연관시키는 해석에 대해 "김 비서관이 사의표명은 신현수 수석이 임명된 후 이뤄진 것"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하기도 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뒤숭숭한 가운데 결정타를 날린 것은 민정수석실을 총괄하는 신현수 민정수석이 사의를 표명했다는 것이다. 특히 검찰 고위급 인사를 놓고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갈등을 빚은게 그 이유라는 것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즉각 신현수 수석의 사표를 반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수석은 지난 16일에도 정상적으로 출근해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는 등 민정수석으로서의 공개적인 행보를 계속 수행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첫 검찰 출신 민정수석으로 임명된 신 수석은 최근 검찰 고위급 인사와 관련, 추미애 라인으로 꼽히는 이성윤, 심재철 검사장을 제외시켜야 한다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의견을 수용하고 이를 건의했으나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이에 반대하며 인사를 강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장관은 지난 검찰 인사에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유임했고, 윤석열 검찰총장의 징계를 이끈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은 최고 요직 중 하나인 서울남부지검장으로 이동시킨 바 있다.
이 과정에서 법무부가 신현수 민정수석을 건너뛰고 이광철 민정비서관과 인사 관련 논의를 했다는 얘기도 흘러나오며 '신현수 민정수석 패싱설'이 정치권에서 제기되기도 했다. 결국 신 수석이 '더 이상 내 역할은 없다'는 뜻을 밝히며 사의를 표명하게 됐다는 것이다.
법무무 인권국장을 지낸 친문 황희석 열린민주당 최고위원은 17일 페이스북에 올린 '비서론'이란 제목의 글을 통해 "신 수석이 사의를 표시한 표면적 사유는 '지난 7일 단행된 검찰 고위 간부 인사 과정에서 박범계 법무부장관으로부터 논의에서 배제당하자 사표'라는 것"이라며 "하지만 사의표명이 사실이고 또 언론에 나타난 사유가 진짜 사유라면 대통령의 수석비서관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맞다 싶다"고 신 수석을 비난했다.
그는 "검찰 보직인사는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하는 것이고, 수석은 대통령을 보좌하는 사람에 불과하다. 예전의 검찰간부에 대한 인사를 보면, 대통령은 법이 정한 절차와 권한 그대로 인사를 하시는 분"이라며 "그러니 장관의 인사안을 받고 비서진들의 여러 검토의견을 들으신 뒤 당신이 생각하는 바대로 결정하여 이를 법무부에 통보하셨을 것이다. 특히나 이번 인사대상은 몇 명 되지도 않는 터라 대통령이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의사를 표시한 인사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역대급 고용한파에 부동산 문제 등 풀어야 할 현안이 쌓인 문재인 대통령에게 뒤숭숭한 민정수석실의 중심을 잡아줘야 하는 숙제가 또 던져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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