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장현석 기자 = 교통사고 후 피해자에게 구호 조치가 필요하지 않다고 인정될 때에는 인적 사항을 제공하는 조치를 이행하지 않고 사고 현장을 떠나도 도주치상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례가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치상) 등 혐의로 기소된 김모 씨의 상고심 선고기일에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지방법원에 환송한다"고 판결했다고 4일 밝혔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재판부는 "특정범죄가중법 제5조의3 제1항은 자신의 과실로 교통사고를 야기한 운전자가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고 도주하는 행위에 강한 윤리적 비난 가능성이 있음을 감안해 이를 가중처벌함으로써 교통의 안전이라는 공공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제정된 규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었다고 인정되지 않을 때는 인적 사항을 제공하는 조치를 이행하지 않고 사고 장소를 떠났다고 해도 위 규정의 위반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원심은 피해자들을 구호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었는지 여부에 관해 심리하지 않은 채 피고인이 인적 사항 제공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사고 장소를 이탈했다는 이유만으로 유죄로 판단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특정범죄가중법 위반(도주치상)죄 부분은 파기돼야 한다"며 "유죄가 인정된 도로교통법 위반죄 부분과 상상적 경합범 관계에 있는 등 하나의 형이 선고됐으므로 원심판결 전부가 파기돼야 한다"고 말했다.
법원에 따르면 김 씨는 지난 2019년 11월 21일 오전 8시 50분경 혈중알코올농도 0.049% 상태로 전남 여수시 돌산로 앞 삼거리에서 중앙선을 넘어 맞은편에서 오는 차량의 왼쪽 앞부분을 들이받았다. 당시 김 씨는 4차례의 음주운전 전력으로 집행유예 상태 중이었다.
김 씨는 운전자와 동승자 등 피해자들에게 각각 약 2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혔음에도 곧바로 정차해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조치를 취하지 않고 그대로 도주한 혐의를 받았다.
1심은 김 씨에게 징역 1년 3월을 선고했다. 다만 고의적으로 도주해 사고 현장을 떠났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특가법상 도주치상죄 부분은 무죄로 판단했다.
반면 2심은 "피해자들이 사고로 상해를 입었다고 봄이 타당하며 도주의 고의성도 인정된다"며 도주치상 부분을 유죄로 판단했다. 2심은 "경합범 관계에 있어 하나의 형을 선고해야 한다"며 원심을 전부 파기했지만 양형은 그대로 유지했다.
대법은 원심이 구호 조치의 필요성 유무에 관해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파기·환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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