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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TX역사·신규택지 "다 조사하라"...땅 투기에 변 장관 발언까지 더 뿔났다

기사등록 : 2021-03-07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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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의혹 국정감사 요청에 GTX역사·신규택지 등도 조사해야
법적 규제 허술해 맘먹으면 투기 가능, 차익 회수도 불가
변창흠 장관도 책임론 제기...직원 두둔 발언도 논란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3기 신도시 예정지에 사전 투기한 것으로 드러나자 대대적으로 비리 척결에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현재 정부가 꾸린 합동조사단은 3기 신도시 6곳에 대해 공기업 지원의 사전 투기 혐의를 조사하고 있다. 이 범위를 수도권광역 급행철도(GTX) 역사 예정지와 신규 택지지구 예정지 등으로 확대하자는 것이다. 개발계획이 확정되기 전 국토교통부와 LH 등 관련 공기업 직원들이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투기 가능성이 여전히 크다는 시각이다.

변창흠 장관의 책임론도 도마위에 올랐다. LH 직원들의 땅 매입이 이뤄질 당시 수장이 변 장관이다. 직원들의 불법 투기를 예방하지 못한 책임이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LH 직원들을 두둔하는 식으로 발언하면서 논란을 낳았다.  

◆ GTX 역사 등 개발 예정지도 투기 가능성 높아

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LH 직원들이 광명·시흥 신도시에 사전 투기한 것으로 밝혀지자 조사 범위를 GTX 노선 주변 및 역사 예정지, 신규 공공택지 예정지 등으로 확대해 달라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청년진보당 관계자들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LH직원 땅 투기 의혹에 대한 청와대 해결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1.03.05 dlsgur9757@newspim.com

부동산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조만간 GTX-D 발표한다던데 그 전에 사전 투기 의혹을 조사하라", "신규 택지지구 후보지로 꼽히는 하남감일과 김포고촌 등도 투기 혐의를 확인해야 한다", "땅만 조사하지 말고 아파트, 상가의 거래 내역도 검증하라" 등의 의견을 내놓고 있다.

부동산 커뮤니티에서 한 네티즌은 "GTX-A·B·C 역사가 확정된 게 30여 곳인데 이들 주변 땅 거래 내역을 조사할 필요가 있다"며 "오는 6월 확정되는 GTX-D 노선도 발표되기 전부터 예상 노선이 공공연하게 나돌아 내부 정보를 이용한 사전 투기가 벌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창릉신도시 내 GTX-A 노선 역사가 신설된다는 발표 이후 인근 지역인 원흥, 삼송 등의 집값이 크게 올랐는데 관련한 투기가 없었는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시민들의 원성이 높아진 이유는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할 국토부와 LH 등 공기업 직원들이 투기로 사익을 취하고 있다는 의혹 때문이다.

무주택자들은 집값이 오르고 청약경쟁률이 치솟아 내 집 마련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임대차법 이후 전셋값마저 하늘 높을 줄 모르고 올라 집 때문에 고통받는 서민이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 정책을 일선에서 실행해야 할 공기업 직원들이 내부 정보를 이용해 투기에 나섰다는 점에서 분노를 사는 것이다.

또한 광명·시흥 신도시의 사전 투기 의혹이 첫 사례가 아닐 것이란 추정도 공분이 커지는 이유다. 실제 2018년 3기 신도시 지정을 앞두고 유력 후보지로 거론됐던 고양 원흥지구의 개발 도면이 유출되는 사고가 있었다. 이 자료가 부동산 업자들에 넘어가 이 일대 토지 거래량이 급증하고 땅값이 폭등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원흥지구는 막판 신도시 지정에서 제외됐는데, 이 사건 조사 결과 개발 도면을 유출은 LH 직원의 소행으로 밝혀졌다. 직원들도 일부 투기에 동참했을 것이란 게 업계의 시각이다.

비난 여론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올라왔다. 지난 3일 청원인은 "LH 임직원 광명 시흥 신도시 투기 의혹 국정감사 강력히 요청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 글을 게재했다. 투기와의 전쟁을 믿어왔는데 정말 허탈하고 LH 직원 10여 명이 100억원대 땅 투기를 했다는 것에 분노한다는 내용이다. 게시된 지 이틀 만에 1만5000명 정도가 청원에 동참했다.

변창흠 장관의 책임론도 확대되고 있다. LH 직원들의 땅 매입은 변 장관이 LH 사장으로 근무하던 시절에 벌어진 일이다. 조직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비난은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개발 정보를 알고 직원들이 땅을 매입한 것은 아닌 것 같다는 발언도 논란을 낳았다.

이에 여당의 질책이 이어졌다. 지난 5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변 장관을 불러 강도높게 질책했다. 책임의식을 갖고 비리 혐의를 조사하고 직원들을 옹호하는 발언도 삼가하라는 것이다.

◆ 재산등록 대상 포함 및 차익 몰수 등 검토

공무원들의 부도덕한 행위에 분노하는 시민이 많지만 실제 조사대상을 신도시 이외 지하철 역사 및 철도노선 예정지 등으로 확대할지는 불투명하다.

[시흥=뉴스핌] 정일구 기자 =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광명·시흥 3기 신도시 예정지에 일부 부지를 투기 목적으로 매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4일 경기 시흥시 과림동 일대 LH 직원들이 매수한 것으로 의심되는 농지에 작물들이 매말라 있다. 2021.03.04 mironj19@newspim.com

조사 범위가 너무 넓을 뿐 아니라 업무상 알게 된 비공개 정보를 이용해 땅이나 아파트, 상가 등을 매입했는지 가려내기가 쉽지 않다. 특히 아파트와 같은 주택의 경우 실거주를 위한 매입이었다고 주장하면 위법성을 따지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현재 국토부와 LH 직원이라고 해도 부동산 취득시 회사측에 신고할 의무가 없다.

이렇다 보니 직원들의 도덕성을 높이는 교육과 함께 차익을 몰수할 수 있는 제도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현재는 자본시장법과 달리 부동산 투기로 차익을 얻어도 차익을 회수하지 못한다.

여당에서도 이번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해 발 빠른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최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주택 및 토지 개발 관련 공직자가 내부 정보를 이용해 사적 이득을 취하면 법적 처벌과 함께 투기 이익을 환수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며 "공직자윤리법을 개정해 LH 같은 공기업의 개발 담당 부서들도 재산등록 대상에 포함하는 것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도적으로 규제를 강화해 공무원의 투기 근절에 힘쓰겠다는 의지다.

 

leed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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