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
주요뉴스 부동산

[르포] 'LH 투기장' 시흥시 땅, 일본인·중국인도 지분 쪼개기의 場 돼 버렸다

기사등록 : 2021-03-06 07:37

※ 뉴스 공유하기

URL 복사완료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한 필지 공유자 무려 118명…'협택' 노린 법인·'조각조각' 사간 외지인
지장물 보상 노린 '묘목심기' 꼼수도…"보상금 최대한 많이 받기 위해"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면적이 1000㎡가 안 되는 소유자들이 '협의양도인 택지'를 받으려면 공유자 전원이 협의해야 해요. 100명이 넘는 공유자 전원이 땅 하나를 놓고 한 배를 탄 셈이죠." (경기 시흥시 과림동 S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

"비싼 나무일수록 취득비가 비싸서 보상금이 더 많이 나온다는 얘기도 있어요. 지장물을 최대한 많이 놓아두면 땅 보상금보다 지장물 보상금이 더 많아 '배보다 배꼽'인 격이죠." (과림동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LH 직원들의 '지분쪼개기' 의혹이 제기된 경기 시흥시 과림동 산 79-2번지 일대 [사진=김성수 기자] 2021.03.05 sungsoo@newspim.com

5일 찾은 경기 시흥시 과림동 산 79-2번지. 염소, 개 몇 마리와 다 쓰러져가는 가건물이 보였다. 진입로가 축축한 진흙밭인 데다 포크레인으로 공사하는 인부들도 있어 얼핏 보면 특별하지 않은 땅이었다.

하지만 이 곳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매입이 집중된 지역이다. 면적이 1만1304㎡(약 3425평)인 해당 임야의 등기부등본에서 소유권을 나타내는 '갑구'에는 무려 134명의 이름이 올라와 있다. 한 필지를 여러 명이 나눠갖는 '지분쪼개기'를 한 것이다.

◆ 한 필지 공유자 무려 118명…'협택' 노린 법인·'조각조각' 사간 외지인

땅을 사려는 외지인이 구름같이 몰려든 시점은 작년 5월부터였다. 작년 5월 5일 K주식회사가 약 10%에 해당하는 1405㎡를 매입한 것이 시작이었다. 

초창기에는 K주식회사, W주식회사, E경매주식회사, J경매주식회사와 같은 법인이 매수자의 주를 이뤘다. 눈에 띄는 점은 이들 법인의 매입 면적이 모두 1000㎡가 넘었다는 점이다. 이는 '협의양도인 택지'를 받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협의양도인 택지'(협택)란 지구지정 공람공고일 이전부터 사업지구 내 토지를 소유한 원주민이 사업지구 내 토지, 지장물, 영업권을 비롯한 모든 사항을 LH 등 사업시행자와 협의할 경우 구매할 권리를 얻는 토지를 말한다.

협의양도인 택지를 받으려면 사업구역 내 수도권 기준 1000㎡(수도권 외 지역은 400㎡) 이상 토지를 소유하고 있어야 한다. 이들 주식회사가 사간 1000㎡ 이상의 땅들은 118명에 이르는 외지인에게 조각조각 팔려나갔다. 마치 '기획부동산'과 비슷했다.

매수자는 다양했다. 대전, 경남 밀양, 경북 구미 거주자 뿐만 아니라 바다 건너 일본인(M씨)과 중국인(L씨 등 3명)도 있었다. 공유자들이 소유한 지분은 작게는 17㎡(433만1600원)에서 많게는 424㎡(1억913만7600원)에 이르렀다.

협의양도한 공유지분 면적이 1000㎡ 미만일 때는 소유자 전원 지분면적의 합계가 1000㎡ 이상일 때 1명에게만 공급하며 반드시 공유자 전원이 협의해야 한다. 과림동 S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100명이 넘는 공유자 전원이 땅 하나를 놓고 한 배를 탄 셈"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이 제기된 경기 시흥시 과림동 산 79-2번지 일대 [사진=김성수 기자] 2021.03.05 sungsoo@newspim.com

◆ 지장물 보상 노린 '묘목심기' 꼼수도…"보상금 최대한 많이 받기 위해"

인근 땅에는 지장물 보상을 노린 묘목 심기도 눈에 띄었다. 근처에 검은 비닐을 씌운 땅에는 채 30cm도 안 돼 보이는 묘목들이 빼곡히 심어져 있었다. 좁은 면적에 많은 나무를 심는 것은 지장물 보상금을 최대한 많이 받기 위한 '꼼수'다.

지장물은 사업시행지구 내 토지에 정착한 건축물, 공작물, 시설, 입목, 죽목, 농작물 및 기타 물건 중 당해 공공사업 수행에 직접 필요하지 않은 물건이다. 보상 받을 땅에 심어진 나무는 '지장물'에 해당한다.

사업시행자는 지장물을 철거 또는 다른 장소로 이전·이설·이식해야 한다. 나무 한 그루(지장물)당 보상금이 책정되는 셈이다. 원칙적으로는 지장물의 이전비를 소유자에게 보상해야 하지만 예외적으로 취득비를 보상할 때도 있다.

지장물 조사가 끝나고 물건조서, 토지조서 작성을 거쳐 감정평가를 하면 토지보상액이 산정된다. 이를 바탕으로 소유자들과 협의보상을 실시하게 된다.

과림동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비싼 나무일수록 취득비가 비싸서 보상금이 더 많이 나온다는 얘기도 나온다"며 "지장물을 최대한 많이 갖다놓으면 땅에 대한 보상금보다 지장물 보상금이 더 많아 '배보다 배꼽'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sungsoo@newspim.com

CES 2025 참관단 모집
<저작권자© 글로벌리더의 지름길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Newspim),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