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최온정 기자 =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이 불거지면서 농지 취득 제도와 관리 체계의 '구멍'이 드러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일반인도 손쉽게 농지를 구매할 수 있도록 한 농지법의 허점이 이번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1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농지법 상 '경자유전의 원칙' 때문에 농업인 외에는 농지를 소유할 수 없다. 따라서 일반인이 농지를 새롭게 매입할 때는 어떤 작물을 심을 계획인지를 명시한 '농업경영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 계획서가 없으면 소유권 이전의 근거가 되는 농지취득자격증명을 지자체에서 발급받을 수 없다.
◆ 일반인 농지취득 예외조항 16개…LH 투기에 악용
문제는 농업경영계획서가 없어도 농지를 구입할 수 있는 예외조항이 16개나 된다는 점이다. 대부분은 공공기관이 정책상 필요할 때 농지를 취득할 수 있다는 내용이지만, 일반인 중에서도 ▲농지를 상속받았거나 농사를 짓다가 중단한 사람 ▲주말·체험농장 용도로 1000m² 미만의 농지를 소유한 사람은 농지를 구입할 수 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송파둘레길 벼농사체험장의 벼들이 노랗게 익어있다. 송파구에서 운영하는 벼농사체험장은 도심에서 체험하기 힘든 벼농사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이곳에서 수확된 쌀들은 불우한 이웃들에게 전달된다. 2020.10.07 pangbin@newspim.com |
이런 허점은 부동산 투기에 빈번하게 악용되고 있다. 작년 11월에는 타지역 공무원 10명을 포함한 188명이 제주도에서 투기 목적으로 농지를 사들였다가 경찰에 붙잡힌 바 있다. 당시 이들이 얻은 시세차액은 140억원에 달했다. 이 중 일부는 주말·체험농장 용도임을 내세워 농지를 매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예외인정을 받지 않고 농지를 사들이는 것도 어렵지 않다. 농업경영계획서를 허위로 꾸며서 제출해도 이를 걸러낼 마땅한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농업이 아닌 다른 목적으로 농지를 취득했다는 사실이 입증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한다. 그러나 이를 감시해야 할 지방자치단체는 인력 부족으로 사후 점검을 제대로 실시하지 않고 있다.
농업경영계획서에 벼를 심는다고 해놓고 다른 작물을 심는 행위도 불법이 아니다. 이번 LH 사태처럼 농작물 대신 관리가 쉬운 묘목 몇 그루를 심어도 법적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뜻이다. 농사를 짓는다는 기준도 명확하지 않아 관할 지자체에서 감사를 나오더라도 투기 목적인지 실제로 농사를 짓는지 현실적으로 파악이 어렵다.
◆ 정부 "농지제도 개선방안 검토 중…농업계 의견 수렴"
현금 유입을 막기 위한 대토제도 문제다. 현행 법상 수도권의 경우 주민 공람일 이전에 1000㎡ 이상 토지를 갖고 있으면 단독주택 용지인 '협의양도인택지(협택)'를 받을 수 있는데, 원하는 경우 공공 택지 지구 내 개발되는 다른 땅(대토)으로 보상받을 수도 있다. 대토 보상을 받게 되면 단독주택용지 또는 근린생활용지로 돌려받기 때문에 건물을 지을 경우 상당한 개발이익을 누릴 수 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관계장관회의를 마치고 '부동산 관련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발표하던 중 국민들께 사죄의 인사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대지 국세청장, 구윤철 국무조정실장, 홍남기 부총리,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이재영 행정안전부 차관. 2021.03.07 leehs@newspim.com |
이처럼 일반인들의 농지 소유에 대한 규제가 완화된 것은 농업의 규모를 키우고 도시민들의 귀농귀촌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 컸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지의 경우 소유규제를 강화하면 거래가 잘 안되기 때문에 농지를 규모화하는 일이 어려워진다"며 "또 귀농귀촌을 늘리기 위해 (규제를)완화하는 쪽으로 제도개선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부는 일반인들이 취득한 농지에 대한 사후관리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작년부터 이번 건과 별개로 농업계에서 농지 취득 규제를 강화해달라는 요구가 있었다"며 "이러한 의견을 수렴해 농지제도 개선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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