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국민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수탁위)가 기금운용본부의 삼성전자 사외이사 연임안 찬성 의견을 존중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논의 과정에서 일부 수탁위원의 기금운용본부의 결정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사퇴 의사를 밝히는 등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수탁위는 이날 오후 회의를 열고 기금운용본부의 삼성전자 의결권 행사 방향을 재논의해야 하는지 여부를 논의했다. 수탁위는 이 자리에서 기금운용본부가 삼성전자 사외이사 연임안에 찬성표를 던진다고 한 기존 결정을 존중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국민연금공단 본부 전경 [사진=국민연금공단] 2020.06.10 kebjun@newspim.com |
당초 수탁위 일부 위원이 전날 해당 안건에 문제를 제기하며 긴급히 회의를 요청해 국민연금의 결정이 번복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해당 위원들은 세계 최대 의결권자문회사인 ISS가 사외이사 연임안을 반대하는 의견을 냈고 기업가치와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이 안건을 수탁위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ISS는 박병국 서울대 교수와 김종훈 키스위모바일 회장, 김선욱 전 법제처 처장 등 사외이사 3인 재선임 안건에 대해 반대를 권고했다. 해당 이사들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관련 수사 및 재판이 이뤄질 때 사외이사를 역임하면서 경영진을 견제하거나 감시하는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내부 투자위원회에서 논의한 끝에 삼성전자의 사외이사 연임안에 찬성하기로 결정, 전날 이를 공시했다. 수탁위는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이를 수탁위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취지로 기금운용본부에 회의를 요청했다. 수탁위 안건 상정은 소속 위원 3명 이상이 요청하면 가능하다.
이날 약 5시간에 걸친 회의 끝에 수탁위가 기금운용본부의 결정을 존중하는 것으로 결정은 됐으나 수탁위원 2명이 사퇴의사를 밝히면서 갈등이 표면 위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이날 회의에서 위원 9명 가운데 홍순탁 위원(지역가입자 대표 추천)과 이상훈 위원(근로자 대표 추천)은 국민연금 의사결정에 반발하며 사퇴를 표명했다.
이들은 전날 오후쯤 수탁위에 해당 안건 상정을 요청했는데도 기금운용본부가 이를 무시하고 전날 오후 6시쯤 공시까지 마쳤다는 점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홍 위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삼성물산 합병 사건에서의 교훈을 배우지 못한 국민연금에 대한 항의 표시로 오늘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를 사퇴했다"며 "규정에 근거한 권리가 행사됐다면 그 시점에서 모든 절차는 보류되고 다시 한번 숙고했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국민연금은 해당 사안이 수탁위에 결정을 요청할 만한 사안이 아니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국민연금은 이날 보도참고자료를 내고 "기금운용본부가 판단하기 곤란해 수탁위에 결정을 요청할 사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지난 3월 10일 투자위원회에서 의결권 행사방향을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국민연금은 "수탁위 역시 기금운용본부가 결정해 대외적으로 공시된 사항을 수탁위에서 심의하고 결정하는 것은 국민연금의 신뢰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어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고도 부연했다.
다만 국민연금은 이번 경우처럼 기금운용본부가 의결권 행사 방향을 정했으면서 수탁위에 이를 알리지 않는 등 일부 수탁위원의 문제제기에 대해선 향후 보완하기로 했다.
아울러 수탁위는 이날 삼성물산의 안건 중 재무제표 승인과 사내·사외이사 선임안에 대해 찬성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결정했다. 이사 보수한도 승인안은 경영 성과 미연계로 반대하기로 했다. 또 만도에 대해서는 재무제표 승인안과 사내이사 선임안은 찬성하기로 했으나 이사 보수한도 승인안만 경영성과 미연계로 반대 결정했다. 하이트진로 안건은 모두 찬성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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