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학준 최현민 기자 = 생후 16개월 정인 양 사망 사건에 분노한 시민들이 양부모에 대한 4차 공판에서도 법원 앞에 모여 강력 처벌을 촉구했다. 시민들은 물론, 외국인들도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양부모에 대한 분노 표출과 함께 아동학대 근절을 염원하며 정인양을 추모했다.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회원과 시민 등 90여명은 17일 오후 정인양 양부모의 살인 등 혐의 4차 공판이 열리는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 앞에 운집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양부모에게 학대를 당해 숨진 16개월 영아 '정인이 사건'의 3차 공판이 열린 3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 앞에서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관계자들이 살인죄 처벌 촉구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2021.03.03 mironj19@newspim.com |
이들은 '학대사실 몰랐다는 정인이의 추잡한 양부', '두 얼굴의 양부 뻔뻔하고 가증스럽다', '아이들 학대 외면한 어른들 반성하자', '정인이를 기억해 주세요'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양부모에 대한 강력 처벌 목소리를 이어나갔다.
이날 시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원칙에 따라 1인 시위 방식으로 진행됐다.
법원 주변에는 정인양 생전 사진과 함께 근조화환 수십 개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정인양을 추모하는 파란색 바람개비도 근조화환 주변에서 돌아가고 있었고, 정인양과 마찬가지로 학대로 사망한 피해 아동 12명의 사진도 걸렸다.
외국인들도 정인양 추모 물결에 동참했다. 미국·캐나다·말레이시아·스리랑카·영국·스웨덴 등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들이 각자 '미안하다 정인아(Sorry, Jung-In)'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찍은 사진 수십장이 전시됐다.
재판이 시작되기 약 30분 전인 오후 1시 31분쯤 정인이 양모가 탑승한 것으로 추정되는 호송차가 등장하자 흩어져 시위를 벌이고 있던 시민들이 "사형"이라고 외치기 시작했다.
시민들은 도로를 따라 호송차를 쫓아가며 각자 들고 온 피켓을 흔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 시민은 개인 물건이 바닥에 떨어진 것도 아랑곳 않고 호송차를 쫓았다. 한 시민은 "호송차가 왜 이렇게 빨리 들어가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순식간에 법원 정문에 시민들이 모여들자 경찰은 "신고되지 않은 집회를 중단해 달라"며 경고 방송을 했다. 이에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관계자들이 "다시 흩어지자"며 다독였고, 시민들은 다시 제자리에 위치해 1인 시위를 이어갔다.
그러나 이내 10여명이 일렬로 선 채 양모에 대한 강력 처벌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자 주변에 있던 경찰이 제지하면서 승강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한 회원은 "정인이를 지켰으면 안 이런다"며 항의했고, 또 다른 회원은 울음을 터뜨렸다.
시민 최연제(56) 씨는 "말도 못하고 저항도 못하는 힘없는 아기를 췌장이 터지도록 해서 죽였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최씨는 "시민들이 소리를 내줘야 양부모에게 중형이 처해질 것"이라며 "양부모가 강한 처벌을 받아야 아동학대가 조금이라도 적어질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김현정(43) 씨는 "양부모가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데, 합당한 처벌을 받았으면 한다"며 "이런 마음이 조금이라도 모이면 힘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나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말 폭행을 심하게 해서 아이가 죽은 것 아니냐"며 "이렇게 하면 애가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조금이라도 알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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