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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혈맹에 이베이까지 눈독...정용진의 '쿠팡 포위 작전' 먹힐까

기사등록 : 2021-03-18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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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벌 '등'에 올라탔다...이마트 장보기·백화점 명품, 네이버서 만난다
이베이코리아 인수전 참여...쿠팡이 불붙인 '왕좌 게임' 최종 승자될까

[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국내 유통 시장에서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공격적인 경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정 부회장은 온라인 쇼핑사업에 힘을 주기 위해 적과의 동침도 마다하지 않았다. SSG닷컴과 경쟁 상대인 네이버 플랫폼에 이마트의 강점인 '장보기'와 신세계백화점과 신세계인터내셔날을 태우고 이베이코리아 인수전까지 뛰어들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사진=신세계] 2020.06.04 nrd8120@newspim.com

업계는 이러한 신세계의 광폭 행보에 대해 온라인 사업에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보고 있다. 쿠팡의 성장세를 저지하기 위한 이마트의 전략이 효과를 발휘할지 주목된다.

◆라이벌의 '등'에 올라탔다...이마트 장보기·백화점 명품, 네이버 입점

올 3월 16일은 신세계그룹이 이커머스 패권다툼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겠다고 선포한 날로 기억될 전망이다.

신세계는 이날 온라인 사업 강화에 초점을 맞춘 두 가지 계획을 발표했다. 한 가지는 네이버와 맺은 '반(反) 쿠팡 혈맹'이다. 신세계는 전날 네이버와 2500억원 규모의 지분 맞교환 협약식을 가졌다. 이마트는 1500억원, 신세계백화점은 1000억원 규모의 지분을 네이버 지분과 맞교환할 예정이다.

이마트는 자사주 82만4176주(지분 2.96%)를 네이버 주식 38만9106주(0.24%)와, 신세계는 신세계인터내셔날 주식 48만8998주(6.85%)를 네이버 주식 25만9404주(0.16%)와 상호 교환하게 된다.

네이버는 신세계와 이커머스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최대 라이벌'이다. 네이버는 이커머스 업계 최강자다. 지난해 거래액이 27조원을 기록해 이커머스 업계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16일 오전 서울 JW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신세계·이마트와 네이버간 사업제휴 합의서 체결식'에서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사진 왼쪽부터) , 한성숙 네이버 대표, 강희석 이마트 대표, 차정호 신세계백화점 대표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신세계그룹] 2021.03.16 nrd8120@newspim.com

라이벌인 네이버에 이마트의 최대 강점인 온라인 장보기 서비스뿐 아니라 신세계백화점과 신세계인터내셔날의 패션·뷰티 명품 상품을 입점시키는 것은 '상당한 모험'일 수 있다. 네이버의 성장에 힘을 실어주는 꼴이 될 수 있어서다.

다만 신세계는 오히려 네이버와의 동맹으로 낼 수 있는 시너지가 더 크다고 판단했다. SSG닷컴만으론 5조원이란 큰 돈을 손에 쥔 쿠팡을 이길 수 없다는 문제 의식이 저변에 깔려 있다.

국내 최대 플랫폼인 네이버에 올라타면 현재 SSG닷컴을 통해 유입되는 고객 수를 훨씬 능가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방문하는 고객이 늘어나면 매출 증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수익성 개선 여지도 있다. SSG닷컴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469억원이다. 2019년 SSG닷컴 출범 이후 아직 이루지 못한 흑자 경영의 '한'도 풀 수 있는 유리한 경영 환경이 조성되는 셈이다. 

두 기업은 쿠팡의 로켓배송보다 '빠른 배송' 구현을 위해서도 협력한다. 네이버의 유일한 약점인 물류 역량 보완이 가능해진 것이다. 오픈마켓 서비스 기반인 네이버는 전적으로 상품 배송은 입점해 있는 개인·법인 사업자에 의존하고 있다. 자체 물류 인프라를 구축하지 못한 네이버는 쿠팡처럼 스스로 배송 경쟁력을 높이기엔 역량의 한계가 있다. 

반면 이마트는 최첨단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인 네오(NE.O)와 7300여개 오프라인 거점을 활용해 새벽·당일배송 등 빠른 배송을 실시하고 있다.

현재 신세계와 네이버는 새벽배송과 당일배송뿐 아니라 2~3시간 안에 배달해 주는 즉시배송 서비스 협력 방안을 논의 중이다. 배달 대행업체인 부릉과 생각대로 등 네이버가 투자한 물류서비스를 활용해 이마트 매장을 거점으로 상품을 빠르게 배달한다는 구상이다.

경기도 김포시 고촌읍에 위치한 SSG닷컴의 최첨단 자동화 물류센터 '네오003' 전경 [사진=신세계 제공] 2019.12.19 nrd8120@newspim.com

여기에 신세계가 네이버와 사업 제휴를 맺은 CJ대한통운의 풀필먼트 물류서비스를 이용한다면 '배송 속도'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신세계는 네이버·CJ대한통운과 '오프라인·플랫폼·물류' 삼각편대를 구축해 쿠팡에 맞설 압도적인 경쟁력을 갖춘다는 전략이다. 신세계와 네이버는 공동으로 물류 관련 신규 투자도 적극 검토한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국내 온∙오프라인을 선도하는 양사가 만나 커머스·물류·신사업 등 유통 전 분야를 아우르는 강력한 협업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라며 "신세계가 가진 국내 최고 수준의 온∙오프라인 유통·물류 역량과 네이버의 플랫폼·AI 기술 등이 결합해 고객들에게 최고의 혜택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베이도 품나...쿠팡이 불붙인 '왕좌 게임' 승자될까

이커머스 시장을 향한 정 부회장의 도전은 이 뿐만이 아니다. 같은 날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올 상반기 오픈마켓 시장 진출을 준비했던 이마트는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해 SSG닷컴 키우겠다는 복안이다.

이마트가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면 단숨에 이커머스 업계 빅2로 도약하게 된다. 이베이코리아를 품을 경우 거래액은 24조원, 점유율은 15%로 수직 상승하게 된다. 업계 2위인 쿠팡(거래액 22조원, 점유율 13%)을 넘어설 수 있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신세계는 쿠팡이 불을 붙인 '이커머스 왕좌의 게임'에서의 최종 승자로 등극하는 동시에 국내 온·오프라인 절대 강자로 우뚝 서게 된다.

[서울=뉴스핌] 구혜린 기자 2021.02.02 hrgu90@newspim.com

이러한 정 부회장의 '공격 경영' 행보와 관련해 유통 업계는 쿠팡 상장으로 위기감을 느낀 신세계가 '배수의 진'을 친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쿠팡이 미국 증시 데뷔로 100조원에 달하는 시가총액 평가를 받은 데 대해 예상보다 충격이 컸다는 평가다. 신세계와 이마트의 시가총액은 7조7579억원이다. 대략적으로 쿠팡의 1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이미 5조원의 실탄을 갖고 국내로 돌아온 쿠팡은 7개 물류센터를 지어 로켓배송 범위를 전국으로 확대하겠다고 선전포고를 한 상황이다. 

업계는 신세계와 네이버가 맺은 혈맹이 이커머스 시장에 미칠 파급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신세계가 SSG닷컴 키우기를 본격화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네이버와의 사업 제휴는 쿠팡의 파상 공세에 밀리지 않기 위한 대항 차원이라고 봐야 한다. 이커머스 시장에 미칠 파급력은 크지 않겠지만 온·오프라인 쇼핑 업계 1위가 손을 잡았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 유통 시장이 크게 요동친 것도 신세계의 위기감을 키웠다. 자체 물류망과 자금력을 무기로 사세를 확장해온 쿠팡에 맞서기 위한 온·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의 합종연횡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자칫하다간 유통 공룡의 지위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낀 신세계가 온라인 쇼핑 판도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다만 이커머스 시장을 움켜쥐기까지는 장애물이 많다. 특히 이베이코리아 인수가 주요 변수다. 이베이코리아의 비싼 몸값이 문제다. 이베이는 이베이코리아 희망 매각가로 5조원을 제시한 상태다. 하지만 이마트의 현금 창출력은 그다지 좋지 않다.

SSG닷컴 운영사인 이마트의 지난해 이익잉여금은 3조711억원이다. 이중 현금성 자산은 1조1133억원에 불과하다. 정 부회장의 동생인 정유경 총괄사장이 이끄는 신세계의 잉여금까지 끌어와야 희망 매각가를 충당할 수 있다. 이마트와 신세계의 이익잉여금을 합친 사내유보금은 5조8593억원이다.

[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작년 신세계·이마트 이익잉여금 규모. 2021.03.17 nrd8120@newspim.com

인수대금을 사내유보금으로 충당하고 나면 이익잉여금이 얼마 남지 않는다는 점은 그룹 차원에서 부정적 요인이다. 이마트는 올해 5000억원 이상 오프라인 매장 리뉴얼 등에 신규 투자할 계획을 세워놓은 상황이다. 

막강한 경쟁자가 많다는 것도 넘어야 할 산이다. 전날 마감된 예비입찰에는 이마트 외 롯데·SK텔레콤·홈플러스를 운영하는 사모펀드 MBK파트너스 등 6~7곳이 최종 참여를 결정했다.

가장 인수에 적극적인 곳은 롯데와 SKT다. 롯데는 지난해 4월 출범한 롯데온이 기대에 못미치는 성과를 내 변화가 절실하다. 롯데온의 시장 점유율은 5%로 미미하다. 지난 달에는 롯데온을 이끌어온 대표이사까지 물러났다. 운영권한도 롯데쇼핑에서 롯데지주로 넘어갔다.

SKT도 11번가의 재도약을 꾀하고 있다. 11번가도 일찌감치 이커머시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네이버쇼핑과 이베이코리아, 쿠팡과의 경쟁에서 밀려 점유율이 6%에 그친다. 이들은 자금 여력도 갖췄다. 작년 롯데쇼핑의 이익잉여금은 9조1766억원, SKT는 23조원에 달한다.

인수전 판이 커진 만큼 이베이코리아의 몸값이 5조원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베이코리아를 경쟁사에 뺏기면 SSG닷컴의 경쟁력 하락은 불가피한 점을 감안할 때 정 부회장이 적극적으로 이베이코리아 사수에 나설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하지만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을 경우 본입찰에 불참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업계의 예측이다. 

다른 관계자는 "이베이코리아가 배포한 투자설명서가 생각보다 부실해 내부 사정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선 예비입찰에 참여해야 했을 것"이라며 "인수 경쟁이 치열한 만큼 몸값도 치솟을 가능성도 있다. 이마트가 본입찰에 최종 참여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nrd8120@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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