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
주요뉴스 산업

정비업 나서는 진에어…통합 LCC 기단 통일 등 '과제'

기사등록 : 2021-03-22 07:17

※ 뉴스 공유하기

URL 복사완료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26일 주총서 '항공기 정비업' 사업목적에 추가
진에어 "외항사 경정비 목적"…통합 LCC 염두 해석
에어부산 지분 확보 필요…공정위 매각명령 내릴수도

[서울=뉴스핌] 강명연 기자 = 진에어가 정비업에 진출한다.

외국 항공사들의 경정비에 진출하기 위해서라는 게 회사 설명이지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이후를 염두에 둔 결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통합 LCC가 탄생하기까지 에어버스 기종을 운영하는 에어부산, 에어서울과 기단 통일이나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심사 등의 절차를 넘어야 한다.

◆ 외항사 경정비 목적이라지만…통합 LCC 주축 될 진에어 중심 사업 개편 해석

2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진에어는 오는 26일로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업목적에 '항공기 정비업'을 추가하는 내용의 정관 변경안을 상정할 예정이다.

진에어가 염두에 둔 항공기 정비업은 항공정비 가운데 경정비에 해당한다. 항공사들이 일상적으로 수행하는 유지보수관리에 해당한다. MRO(수리·정비·분해조립)라고 불리는 중정비와는 별개다. 국내에서 MRO를 수행하는 곳은 대한항공과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MRO 전문 자회사 한국항공서비스(MAEMS)가 유일하다.

진에어는 외항사가 국내 공항에서 수행하는 경정비를 맡기 위한 목적이라는 설명이다. 경정비는 일부 진에어가 직접 하고 일부는 대한항공에 맡기는 형태로 운영해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통합 LCC를 염두에 둔 결정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연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지분 매입이 마무리되면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은 일시적으로 대한항공의 손자회사로 편입된다. 이때 효율성 차원에서 진에어 아시아나 계열 LCC인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의 정비업무를 맡을 가능성이 높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통합에 앞서 제반 여건 준비에 나서는 것은 진에어가 통합 LCC의 주축이 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통합 LCC 법인이 나오기까지 최소 2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 전까지 진에어 중심의 사업재편이 필요하다.

정비업 역시 통합을 위한 사전작업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통합하면서 우선적으로 정비조직을 합칠 것으로 예상된다. 양사 합병 이후 몸집이 불어날 진에어 역시 정비 역량을 확대해야 한다.

통합 LCC 출범에 앞서 진에어가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의 정비를 담당하면 수익성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 합병 법인이 되기 전까지는 타 법인으로부터 이익을 얻게 되는 만큼 사업목적 추가가 필수적이다.

[영종도=뉴스핌] 정일구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한국인 입국을 제한하는 국가가 늘어나고 있는 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항공기들이 멈춰 서 있다. 2020.03.02 mironj19@newspim.com

◆ 에어부산 지분 확보·기단 통일 필요…공정위, 국내선·단거리 국제선 매각 명령도 배제 못해

다만 통합 LCC 법인이 탄생하기까지 과정은 만만치 않다.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는 에어부산 지분 확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통합법인을 완성하면 에어부산은 한진칼의 손자회사가 된다. 이렇게 되면 공정거래법상 대한항공은 에어부산 지분을 2년 내로 100% 확보하거나 보유지분을 모두 처분해야 한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은 에어부산 지분의 약 44%를 보유하고 있다.

이런 문제를 피하기 위해 대한항공은 진에어와 에어부산을 합병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에어부산이 부산 연고의 항공사라는 점이다. 지역에서는 통합 LCC가 부산을 거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김포공항을 거점으로 운영 중인 진에어가 통합 LCC의 주축이 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공항 본사 이동 등은 현실적으로 선택하기 어려운 대안이다.

기단 통일도 문제다. 진에어는 보잉 항공기 26대를 보유하고 있는 반면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은 에어버스 항공기를 각각 24대, 6대를 운영 중이다. 경정비의 경우 기종이 달라도 어느정도 전환이 용이하지만 효율성을 위해서는 결국 기단 통일이 필요하다. 하지만 에어부산이나 에어서울이 최근까지 항공기 도입을 해왔던 만큼 통합 LCC 출범 이후에도 비효율은 어느정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결합심사에서 LCC를 매각하라고 결론내릴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다. 현재 공정위는 외부 용역을 통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이 항공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 중이다.

특히 LCC를 포함하면 국내선은 물론 동남아 등 단거리 국제선에서 대한항공 계열 점유율이 크게 높아지는 점이 가장 큰 부담이다. 시장 획정 방법에 대한 다양한 방안이 거론되고 있지만 해외 사례 등을 고려할 때 공정위는 노선별 점유율을 따질 가능성이 높다. 요기요와 배달의민족 사례 등을 감안하면 노선이나 LCC 일부 매각 명령 가능성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은 물론 통합 LCC의 출범이 시장 내 미칠 영향이 막대하다"며 "공정위 심사를 지켜봐야 통합의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unsaid@newspim.com

<저작권자© 글로벌리더의 지름길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Newspim),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