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러시아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인 '코비박'의 관계자들이 우리나라를 방문해 GC녹십자를 비롯한 국내 백신생산시설을 둘러보며 국내 위탁생산 가능성을 높였다.
다만 이 사업을 추진하던 회사 중 하나인 쎌마테라퓨틱스가 상장폐지 절차를 밟게돼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30일 쎌마테라퓨틱스(이하 쎌마)와 제약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백신인 '코비박'을 개발한 러시아 관계자들은 지난주 우리나라를 방문했다.
안동 동물세포실증지원센터를 방문한 러시아 코비박 관계자들 [제공=쎌마테라퓨틱스] |
코비박을 개발한 러시아 추마코프 연구소의 개발 책임자와 프로젝트 관리 대표이사, 코비박의 글로벌 생산·판매를 맡은 스마트바이오텍의 대표이사 등 핵심인력들이 입국한 것이다.
이번 방한은 러시아 백신을 전문적으로 생산하기 위해 한국에 설립된 특수목적법인(SPC) 모스크바파트너스코퍼레이션(MPC)의 주도로 이뤄졌으며, 쎌마와 GC녹십자, 휴먼엔의 공동 초청으로 진행됐다.
MPC는 코비박의 제조, 인허가, 국내외 유통을 위해 지난 8일 쎌마와 휴먼엔과 업무협약을 맺었고, 백신 생산능력을 갖춘 GC녹십자가 가세하며 위탁생산을 맡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쎌마는 코비박 관계자들이 안동의 동물세포실증지원센터와 GC녹십자의 오창·화순공장을 둘러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이들은 안동의 동물세포실증지원센터를 방문했다. 쎌마는 지난 25일 안동을 방문한 코비박 관계자들의 사진을 게재했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이들은 GC녹십자의 오창·화순공장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GC녹십자는 지난해 10월 감염병혁신연합(CEPI)으로부터 최소 5억 도즈의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하며 백신 생산을 준비 중이다. GC녹십자가 최신 모더나 백신의 국내 허가·유통을 위한 수의계약을 체결하며 국내 생산기지가 정해지지 않은 모더나 백신까지 생산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코비박과 또 다른 러시아 백신인 '스푸트니크V'의 경우 국내 업체에서 위탁생산을 맡으며 GC녹십자와의 계약 성사 여부에도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변수가 생겼다. 이번 방한을 추진한 쎌마가 상장폐지 위기에 놓이면서다.
쎌마는 30일 "2020년도 감사보고서의 감사의견으로 '의견거절'을 받았다고 밝혔다. 감사의견 거절은 상장폐지 기준으로, 앞으로 이의신청과 심사 결과에 따라 상장폐지 절차를 밟는다.
감사인은 이 회사가 지난 1월 지분을 얻은 러시아 의료기기 업체 NBT CJSC의 감사보고서와 손상평가보고서에 대한 감사절차가 완료되지 않았다며 감사보고서 제출을 지연한 바 있다.
지난 29일 한동안 쎌마 홈페이지 접속이 중단되면서 투자자들의 우려를 키운 쎌마는 다음날 돌연 '감사의견 거절' 공시를 내며 투자자들의 기대를 저버렸다.
안동 동물세포실증지원센터를 방문한 러시아 코비박 관계자들 [제공=쎌마테라퓨틱스] |
윤병학 쎌마 회장은 이날 회사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리고 "주주 여러분께 최악의 상황을 말씀드리게 돼 진심으로 송구하다"며 "이번 감사의견 거절은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이며, 베빅의 지분 인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환차손의 금액이 결정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윤 회장은 그러면서 코로나19 백신 개발 사업은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백신 사업은 공정공시라는 부분 때문에 투자자 여러분께 알리지 못하고 있으나 상당히 빠른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어 회사의 재무구조개선과 성장성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어떠한 상황에서도 코비박 사업은 계속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쎌마는 1981년 설립된 내외전기가 전신으로, 지난해 지금 회사 이름으로 바꾸고 코로나19 치료제 등 신약 개발과 의료기기 개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쎌마가 상장폐지 위기에 빠지며 코비박 위탁생산 계약 여부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러시아 측이 쎌마의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다만 실제 계약은 회사 규모와 백신생산시설을 감안해 코비박 측과 GC녹십자가 직접 체결할 가능성이 높아 쎌마의 상폐 여부와 상관없이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GC녹십자 측도 쎌마와 관계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GC녹십자 관계자는 "쎌마와는 관계가 없다"며 "구체적인 진행 상황은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
s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