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영섭 기자 = 4·7 재보궐 선거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청와대는 극도로 말을 아끼며 선거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번 재보선 결과로 문재인 대통령의 레임덕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내년 대선도 장담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6일 공식일정을 잡지 않고 청와대 내부에서 업무를 본다. 선거일인 7일에도 공식일정은 잡혀있지 않다. 문 대통령은 지난 3일 종로구 삼청동주민센터에서 김정숙 여사와 사전투표를 마쳤기 때문에 선거일 투표일정도 없다.
문 대통령은 전날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국민들께서도 많이 지치고 힘드시겠지만, 방역수칙 준수에 조금만 더 힘을 내주시기 바란다"며 "특히 선거 방역을 위해 빠짐없이 투표에 참여하면서도 방역 당국과 선관위의 방역 조치에 철저히 따라주시기 바란다"고 투표를 독려하며 방역수칙 준수를 강조했다.
[서울=뉴스핌] 문재인 대통령이 5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2021.04.05 photo@newspim.com |
청와대 관계자들 역시 선거와 관련된 언급을 피하고 있다. '선거개입' 공세의 빌미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선거 자체에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선거결과가 문재인 정부의 남은 임기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큰 관심을 보이며 선거결과에 따른 시나리오 구상에도 나서고 있다.
청와대는 선거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물론 청와대가 내놓은 각종 정책이 잘못된 언론보도로 선거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까지 차단하고 나섰다. 민감한 선거기간에 오해를 살 수 있는 부분을 사전에 차단하고 나선 것이다.
만약 서울시장-부산시장 선거에서 모두 패배한다면 문재인 정부로서는 최악의 분위기를 맞게 될 전망이다. 부동산 이슈로 30%대 초반까지 떨어진 지지율은 선거 패배시 20%대까지 추락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레임덕이 본격화됐다는 신호이기 때문에 남은 임기 1년 간 문재인 정부가 정책을 제대로 추진할 수 없게 된다.
또한 단순히 재보선에서 패배했다는 것 뿐 아니라 1년도 채 남기지 않은 내년 대선에서 정권을 내줄 가능성도 높아지는 것이기 때문에 청와대는 선거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청와대는 선거 후 민심수습과 국정동력 확보를 위해 대규모 개각을 단행할 예정이다. 우선 대선출마를 결심한 정세균 국무총리의 후임인선을 시작으로 부동산 이슈를 촉발시킨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교체, 홍남기 경제부총리 등 경제팀 쇄신에 나설 전망이다.
이와 함께 장수장관으로 꼽혀온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등이 교체 명단에 오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문 대통령은 재보선 후 정치와 거리를 둔 채 경제활성화, 코로나 방역·백신 접종 등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임기말 최우선 과제로 선정한 부동산 대책의 성과에 따라 내년 대선에서의 승패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당청관계도 이전과 같지 않을 전망이다. 선거 패배시 선거를 지휘한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입지가 좁아지면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중심으로 당이 재편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럴 경우 청와대와 당은 적절한 긴장관계를 유지하며 위태로운 모습을 보일 수 있다. 친문세력이 정세균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모일 것인지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반면 서울·부산시장 두 곳 중 한 곳에서 승리하거나 두 곳 모두 여당이 승리한다면 민심이 '정권 재신임'을 선택한 것이기에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은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이는 그동안 청와대에서 흘러나왔던 "유일하게 레임덕이 없는 대통령"이라는 말의 현실화를 뜻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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