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지난해부터 전 세계 자동차 회사에 불거진 반도체 수급난에 현대자동차 울산1공장이 멈춰섰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가동 중단에 이어 올해는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공장 문을 닫는 것이다.
미국 백악관은 반도체 수급난을 해소하기 위해 글로벌 메모리 시장 1위이자 파운드리 시장 2위 삼성전자를 초청하기로 하는 등 국가 차원의 대응에 나섰다. 반도체 수급난을 해소하는 방법은 근본적으로 자국 제조가 유일하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7일 현대차와 업계에 따르면 코나와 아이오닉5 등을 생산하는 울산1공장이 이날부터 14일까지 가동을 중단하기로 했다. 울산1공장에 이어 쏘나타와 그랜저를 생산하는 아산공장도 반도체 부족으로 가동이 중단될 상황에 처했다.
울산1공장의 가동 중단은 반도체 수급난과 함께 지난달부터 생산에 들어간 아이오닉5 구동모터 공급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구동모터를 공급하는 현대모비스는 생산 정상화를 위해 구동모터 설비에 대해 보완 작업 중이다.
당초 현대차는 기아와 함께 지난해 말부터 반도체 재고를 확보하며 수급난에 대비해왔으나 올 1분기를 기점으로 일부 차종에 필요한 반도체 재고가 결국 바닥을 드러냈다. 이번 가동 중단으로 인해 4월 한달간 코나 6000대, 아이오닉5 7000대에 생산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기아는 차종별로 차이가 있으나 차량 한 대에 반도체 약 100개를 쓰고 있다. 아이오닉5와 같은 전기차인 기아 EV6를 비롯해 제네시스 등 차종은 최신 고급 사양이 적용되는 만큼 반도체 수도 더 많기 때문에 생산 차질 우려를 더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서울 양재동 사옥<사진=현대기아차> |
반도체 수급난은 지난해 코로나19 사태에 따라 전 세계 주요 완성차 공장이 생산을 중단하자,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 생산 업체인 TSMC 등 반도체 업체들이 전자, 가전, 게임기기 등 수요가 늘어난 공장으로 공급을 전환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국 텍사스 한파에 인피니언, NXP 반도체 생산시설의 가동 중단과 일본 르네사스 화재 등이 더해지면서 수급난이 더욱 심화됐다. 또 반도체 생산에 공업용 용수가 필수인데, 56년 만의 가뭄을 겪는 대만의 TSMC도 생산 차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문제는 반도체 수급난을 해소하기 위한 해법이 없다는 것이다. 통상 차량용 반도체의 리드타임(발주부터 납품까지의 소요시간)은 약 6~10개월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품을 발주하더라도 수급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리기 때문에 수급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는 것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자동차용 반도체 관련 보고서에서 "반도체 부족 요인은 주문자 부착 생산(OEM)에 의한 수요 증가와 한정적인 반도체 공급에 따른 것"이라며 "두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 한 관련 사태가 풀리지 않는다"고 내다봤다. 수요 증가에 맞춰 공급을 늘리는 방법이 유일한 방법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미국 백악관이 이달 12일 국가 안보와 경제 담당 보좌관들이 참석하는 반도체 수급 대응 긴급회의에 삼성전자를 비롯한 글로벌 기업을 소집한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과 팽팽한 반도체 패권 경쟁 속에서도 자국 산업 보호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4일 '미래차-반도체 연대·협력 협의체' 발족식을 개최, 국내 자동차-반도체 기업간 협력방안을 첫 논의했다. 반도체 수급난을 바라보는 무게감이 백악관과 산업부 차이로 읽히는 대목이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반도체 수급난이 재발되지 않도록 정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에 세제혜택 등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보다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차량용 반도체는 수익이 적지만 공급이 불안하면 산업에 문제가 발생되기 때문에 정부가 전략 물자로 보고 자국 생산 및 공급 등 장기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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