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생후 16개월 만에 양부모 학대로 사망한 정인 양 사인을 재감정한 법의학자가 재판에서 "정인 양이 죽기 전에 최소 2번 이상 발로 밝혀 췌장이 절단됐을 것"이라는 소견을 내놨다. 검찰은 재판부에 정인양 양모에 대한 전자발찌 부착을 청구했다.
7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이상주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정인양 양모 장모 씨의 살인 혐의 및 양부 안모 씨의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 혐의 5차 공판에서 정인양 사인을 재감정한 이정빈 가천의대 법의학과 석좌교수는 복부 손상과 관련한 감정서를 제출했다. 이번 재판의 마지막 증인인 이 교수는 당초 이날 공판에 나올 예정이었지만 출석하지 않고 감정서 제출로 의견을 대신했다.
이 교수는 감정서에서 "머리와 얼굴, 전신에 걸쳐 멍과 발생 시기가 다른 여러 골절이 발견된다"며 "넘어지는 등으로 손상되기 어렵고 일부는 고의적이 아니라면 생기기 어려운 손상"이라고 밝혔다.
이어 "넘어질 때 반사적으로 팔이 바닥을 짚기 때문에 췌장이 절단되거나 장간막이 파열되기 어렵다"며 "겨드랑이를 잡아 올렸다가 떨어뜨렸다 해서 절단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교수는 정인양이 적어도 2차례 이상 발로 밟혔으며 고문에 가까운 폭력을 당했다고 추정했다. 췌장이 절단될 수준의 충격을 가하려면 주먹을 뒤로 뺐다가 앞으로 내지르는 등 큰 움직임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장씨는 유방 수술 등으로 팔 운동에 제약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발로 밟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양부모에게 학대를 당해 숨진 16개월 영아 '정인이 사건'의 5차 공판이 열린 7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 앞에서 시민들이 살인죄 처벌 촉구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2021.04.07 mironj19@newspim.com |
이 교수는 또 정인양이 지속적으로 신체 학대에 시달렸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하며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도 내놨다.
이 교수는 "부검 감정서를 보면 육안 관찰은 대부분 멍"이라며 "타원형이나 길쭉한 건 파리채 같이 휘어지는 유연하고 부드러운 물체로 맞았을 것으로 추정되고 과거에는 나무 등 딱딱한 것으로도 맞았던 걸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사망 즈음 어린이집 원장은 전에 알던 피해자 모습이 아니고 아프리카 기아처럼 말랐고 제대로 서있지도 못했다고 증언했다"며 "생후 16개월에 9.5㎏으로 영양실조가 심해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아이를 발로 밟아도 죽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하는 성인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반면 장씨 측 변호인은 정인양 사망을 예견하지 못했다며 살인 혐의와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부인했다. 특히 다른 혐의는 인정하지만 발로 밟았다는 사실은 부인했다.
검찰은 이날 장씨에게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명령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청구했다. 장씨가 욕구 충족을 우선하는 성향을 갖고 있고 욕구가 좌절되면 감정 조절이 어렵고 향후 살인 범죄를 범할 위험성이 있다는 것이다. 장씨 측 변호인은 재판부에 검찰 청구를 기각해달라고 반발했다.
장씨 측 변호인은 이날 불출석한 이 교수를 다음 재판 증인으로 신청했다.
다음 재판은 오는 14일 열릴 예정이다. 장씨와 안씨에 대한 피고인 신문을 거쳐 검찰이 최종 의견과 함께 구형량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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