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나은경 기자 = SK텔레콤이 SK㈜와 신설투자회사의 합병 계획이 없다고 밝히면서 SK텔레콤을 통신회사와 비통신회사로 쪼개는 SK㈜→ICT투자전문회사→SK하이닉스 구조의 인적분할안을 제시했다.
애초 SK텔레콤 지배구조 개편의 가장 큰 목표는 손자회사인 SK하이닉스를 자회사로 끌어올려 투자를 쉽게 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투자전문회사를 신설하고 신설회사를 SK㈜와 합병하지 않는다면 SK하이닉스가 손자회사 위치에 있는 현상황은 유지된다.
신설회사가 SK하이닉스를 위한 투자를 대신하게 되면 지금보다는 투자 및 인수합병(M&A)가 용이하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지만, 합병 시나리오만큼 수월하지는 않은 것이 사실이다.
대신 SK텔레콤이 이날 SK㈜와의 합병 가능성에 대해 당장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 인적분할 안건은 큰 어려움 없이 주주총회를 통과할 전망이다.
◆'SK하이닉스 투자 제약 해소'보다 '빠른 주총 통과' 우선
[서울=뉴스핌] 나은경 기자 = SK텔레콤은 존속회사인 'AI & 디지털인프라 컴퍼니'와 신설회사인 'ICT 투자전문회사'로 인적분할을 추진한다고 14일 공시했다. [자료=SKT] 2021.04.14 nanana@newspim.com |
SK텔레콤은 존속회사인 'AI & 디지털인프라 컴퍼니'와 신설회사인 'ICT 투자전문회사'로 인적분할을 추진한다고 14일 공시했다.
시장에서는 그동안 SK㈜→SK텔레콤→SK하이닉스의 SK그룹 지배구조를 SK㈜→SK하이닉스로 재편하는 것이 최태원 회장과 SK그룹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봤다. 이 경우 SK하이닉스가 자회사 위치로 승격돼 손자회사일 때 주어지는 투자나 M&A 제약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고, SK하이닉스의 배당도 SK㈜로 직접 전달돼 대주주에 이득이다.
하지만 이날 SK텔레콤은 SK㈜→ICT투자전문회사→SK하이닉스로 지배구조를 개편할 것이며 SK㈜와 SKT투자전문회사의 합병 계획은 없다고 명시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결정이 SK㈜와의 합병을 우려한 SK텔레콤 주주들의 목소리가 반영된 결과라고 본다. SK㈜와 ICT투자전문회사가 합병하는 과정에서 대주주 지분 희석을 막기 위해 신설회사의 주가를 억누를 수 있는데, 이때 SK텔레콤 주주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SK텔레콤 경영진은 당초 SK㈜와의 합병 시점을 미리 알리거나 SK하이닉스만 신설 투자회사로 가져가는 방안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경우 SK텔레콤 주주들의 반발로 주총 통과를 장담할 수 없어 당장 합병 계획이 없다고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한 통신전문 애널리스트는 "연내 인적분할을 마무리짓지 않을 경우 개정 공정거래법 적용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당장은 기업분할을 완료하는 게 SK하이닉스의 투자 문제 해결보다 우선순위라고 봤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SK㈜-신설투자회사 합병안은 장기전으로
[서울=뉴스핌] 나은경 기자 = 박정호 SK텔레콤 CEO는 14일 온라인 타운홀 행사에서 이번 인적분할의 취지와 회사 비전을 상세히 설명했다. [사진=SKT] 2021.04.14 nanana@newspim.com |
SK텔레콤측은 신설회사인 ICT투자전문회사로 SK하이닉스에 필요한 투자나 M&A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ICT투자전문회사가 신설되더라도 지금과 큰 차이는 없을 것으로 본다. 중간지주사가 보유한 투자자금이 많지 않고, 손자회사 위치에 있는 SK하이닉스가 기업을 인수하려면 피인수기업의 지분 100%를 보유해야 한다는 제약도 지금과 동일하게 적용돼서다.
일각에서 장기적으로는 SK㈜와 중간지주사인 ICT투자전문회사의 합병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한 증권사의 통신전문 애널리스트는 "SK㈜와 중간지주사의 합병은 결국 진행될 것"이라면서도 "당초 시장에서는 중간지주사 설립 후 SK㈜와의 합병까지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오늘 발표 내용을 감안하면 예상처럼 1~2년 안에 진행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시장 반응은 긍정적…SKT 주가도 '쑥쑥'
지난달 31일 박 대표가 정기주총에서 4~5월 중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하겠다고 발언한 뒤, SK텔레콤의 주가는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렸다. 주가는 26만8500원(3월30일 종가)에서 29만3500원(14일 종가)으로 약 2주만에 9.3% 상승했고 전날인 13일엔 52주 최고가(29만3500원)를 경신하기도 했다. 외국인 투자자들도 지난달 31일부터 SK텔레콤 주식을 11일 연속 순매수했다.
이번 인적분할로 SK텔레콤 주주가치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단기적으로는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된 불확실성이 사라졌기 때문이고, 장기적으로도 가치주 성격의 통신사업과 성장수 성격을 가진 비통신사업의 분리가 가치 제고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이번 인적분할의 최우선 목적은 통신사업과 비통신사업을 분리해 기업가치를 재평가 받겠다는 것"이라며 "그간 SK텔레콤의 주가 저평가 이유는 비통신 부문의 투자자산 가치가 SK텔레콤 통신 부문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던 데 있으므로, 인적분할로 SK텔레콤 재평가의 첫 단추가 끼워진 셈"이라고 설명했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도 "초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여전히 합병 리스크가 존재하나, 우량 자회사들의 기업공개(IPO)가 진행되는 2022~2023년에는 합병 리스크에서 자유로울 수 있어 단기적으로 중간지주사 시가총액 증대가 일어날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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