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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인구기금 "북한 출산율 1.9명"…전문가 "여성들의 신체 자율권 침해"

기사등록 : 2021-04-15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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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세계인구현황보고서 '내 몸은 나의 것'
한국 합계출산율, 1.1명으로 198개국 중 꼴찌

[서울=뉴스핌] 이영태 기자 = 유엔은 북한 출산율이 인구 유지에 필요한 수준에 못 미치고 있다며 저출산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15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유엔인구기금(UNFPA, 국제연합인구기금)은 14일(현지시각) 발표한 2021년 세계 인구 현황 보고서 '내 몸은 나의 것'(My Body is My Own)에서 북한의 합계출산율이 1.9명이라고 밝혔다. 이는 세계 평균인 2.4명, 아시아태평양 지역 평균 2.1명, 인구 유지에 필요한 수치 2.1명보다 적은 것으로, 조상 대상 198개 나라 가운데 119위를 기록했다.

유엔인구기금(UNFPA, 국제연합인구기금) 홈페이지 2021.04.15 [사진=UNFPA 홈페이지 캡처]

합계출산율은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다. 가장 높은 나라는 6.6명인 니제르, 가장 낮은 곳은 1.1명인 한국으로 나타났다. 한국 합계출산율은 지난해도 1.1명을 기록해 2년 연속 꼴찌를 차지했다.

북한의 평균 기대수명은 남성이 69세로 세계 122위, 여성은 76세로 세계 109위였다. 남성 80세, 여성 86세인 한국과 비교하면 북한 남성은 11년, 여성은 10년 짧았다. 세계 평균은 여성 75세, 남성 71세다.

북한 전체 인구 수는 2590만명으로 집계됐다.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은 9.6%로 세계 78위였고, 세계 평균치였다. 올해 세계 총 인구 수는 78억7500만명으로 지난해보다 8000만명 증가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북한 내 신생아 10만명 당 사망한 산모의 수는 89명으로 전 세계 평균 211명보다 훨씬 적었다.

북한에서 숙련된 의료진에 의한 분만율은 100%로 나타났다. 또 15세에서 19세 여성 1000명 당 출산율은 북한이 한국, 산 마리노와 함께 1명으로 가장 낮았다.

북한 15세에서 49세 여성의 피임 실천율은 74%, 현대적 피임 실천율은 71%로 조사됐다. 세계 평균은 각각 63%와 57%다.

'신체 자율권' 침해…전문가들 "북한 여성 피해 심각"

올해 보고서는 폭력이나 강제적 위협 없이 성적 자기 결정권, 보건권, 피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신체 자율권'(bodily autonomy)을 주제로 다뤘습니다.

UNFPA 제네바사무소 모니카 페로 국장은 이날 보고서 발간 행사에서 자료가 있는 57개 개발도상국의 여성 절반이 '신체 자율권'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페로 국장은 "성적 활동과 피임, 병원 방문 등의 문제에 결정을 내릴 권한을 여성들이 갖지 못하며, 그 결정은 종종 남성이나 가정, 사회, 심지어 정부가 한다"고 말했다.

보고서가 조사한 57개 개발도상국은 주로 사하라 사막 이남 국가들이었다. 이 국가들의 15~49세 여성 중 신체 자율권을 행사하는 여성은 55%에 불과했다.

UNFPA 보고서에서 '신체 자율권'과 관련해 북한은 자료 부족으로 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국제사회는 북한 여성들에 대한 성 착취 문제의 심각성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토마스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지난달 유엔 인권이사회 정기이사회에서 북한에서 인류에 대한 범죄가 계속 자행되고 있다며 성폭행, 강제낙태, 성폭력을 꼽았다.

영국에서 북한 인권운동을 펼치고 있는 탈북민 박지현 씨는 VOA에 북한사회는 여성을 존중하지 않고, 여성들은 피해를 입어도 목소리를 낼 수 없다고 말했다.

박씨는 "사실 북한 여성들은 성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모든 것이 강요적으로 진행되는 경향이 많다. 아직까지도 북한이라는 나라 자체가 남존여비 사상, 옛날의 문화가 그대로 남아 있어서 여성에 대한 성 존중을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며 "그래서 북한에서 여성들이 성폭행 당하거나 강간 당하거나 하는 문제가 났을 때, 그걸 사회적으로 이슈화 할 수 있는 정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탈북 여성들이 중국에서 숨어 지내며 겪는 성 착취 실태도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국무부는 지난해 발표한 '2020 인신매매 보고서'에서 북한 여성들의 밀입국을 알선하는 북·중 네트워크가 있으며, 이 여성들은 성적 학대, 온라인이나 유흥업소 등을 통한 강제 성매매에 노출돼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북한 여성이 중국 남성과 '강제결혼'해 성매매와 노동을 강요 당하는 사례도 소개했다.

워싱턴DC 민간단체 북한인권위원회(HRNK)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인신매매를 당한 사람들에게 신체 자율권은 없다"고 말했다.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중국 내 탈북민의 80%가 여성이고, 이들은 인신매매를 당했다"며 "피임을 할 수 없는 것은 물론 대부분의 경우 자신의 신체를 통제할 기본적 인권도 빼앗긴다"고 언급했다.

그는 "탈북 여성들이 중국에서 겪는 끔찍한 상황은 유엔 보고서에 담긴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근본적으로 중국 정부가 탈북민들을 난민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지현 씨는 유엔인구기금 보고서의 신체 자율권 관련 부분에 북한 여성들의 실태가 누락된 것에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박씨는 "국제사회가 북한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것 같다. 한국에도 3만명의 탈북자들 중 70~80%가 여성이다. 이 분들의 인터뷰 내용도 많이 나와있고, 서울에도 유엔 인권사무소가 있어서 북한 여성들의 문제를 많이 다루는데 북한 여성들에게 관심을 가졌다면 이번 보고서에도 나오지 않았을까"라고 반문했다.

medialyt@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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