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영태 기자 =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전 오염수 방류 결정에 대해 미국이 한국 정부의 협조 요청을 수용하지 않더라도 한국은 국제원자력기구(IAEA)나 중국 등과 함께 이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은 19일 뉴스핌과의 전화통화에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처리 문제에 대한 한국과 미국의 입장이 당연히 다를 수 있다는 걸 전제해야 한다"며 "미국이 개입하기 어렵다면 한국은 IAEA, 중국 등과 함께 원전 오염수 처리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존 케리 미국 대통령 기후특사가 18일 오전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진행된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답변하고 있다. 2021.4.18 [사진=주한미국대사관] |
김 원장은 "일본 원전 오염수 처리 문제는 오히려 한국이 미국에 서운하다는 입장을 표명할 수도 있는 사안"이라며 "국민이 싫어하고 문제가 있는데 미국이 개입하지 않겠다고 해서 접을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이달 말 열릴 예정이던 한·미·일 3국 외교장관회의가 한일 간 원전 오염수 마찰 등으로 연기됐다는 관측에 대해서도 "한미일 외교장관 회의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주도하는 한미일 3각 공조 차원에서 한·미, 미·일 간 '2+2 회의'(외교국방장관 회담), 한미일 안보실장 회의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로드맵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고 "원전 오염수 처리 문제 때문에 4월 회의가 무산됐다고는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한미일 외교장관 회의는 언론에서 개최 예정이라는 얘기만 나왔을 뿐 애초 언제, 어디서 할 것인지에 대해 3국 간 명확한 합의가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 케리, 정의용 협조 요청에 "IAEA 검증 문제 없으면 개입 안해"
앞서 지난 18일 존 케리 미국 대통령 기후특사는 전날 서울 한남동 외교부 장관공관에서 정의용 장관과의 면담을 마친 후 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이 요청한 정보를 일본이 제공토록 설득하는 등 미국이 특정 역할을 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IAEA와 일본의 능력, 그리고 우리와 IAEA의 관계를 확신한다"며 "IAEA 검증 과정에서 문제가 없으면 개입할 의사도 없다"고 밝혔다.
케리 특사는 "그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그들이 어떻게 하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지만 지금 당장은 계획을 세우고 있지 않다"며 "미국이 이미 진행 중인 과정에, 매우 명확힌 규칙과 기대가 있는 곳에 뛰어드는 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한국과 함께 일본의 오염수 해양방류가 국제 환경과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를 공유하느냐'는 질문에는 "중요한 것은 이행이다. 일본은 철저한 검증절차를 요하는 IAEA와 충분한 협의를 거쳤다"면서 "열쇠는 일본이 모니터링 과정에서 IAEA와의 공조를 지속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IAEA의 원자력 안전기준과 규범을 지지하며, 일본과 IAEA 간 협의가 지속될 수 있도록 주시할 것"이라고 답했다.
케리 특사의 입장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일본 방류 결정 이후 해양 방류의 기술적 측면과 관련 국제보고서 등을 분석한 결과 일본에서 수입한 식품은 물론 미국 해안에서 잡은 수산물 등 미국 내에서 생산한 식품에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관건은 한국 정부가 해양 방류가 안전하다고 판단한 미국의 분석결과를 반박할 충분한 논리나 근거를 제시하는 데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17일 서울 한남동 외교부 장관 공관에서 존 케리 미국 대통령 기후특사와 대화하고 있다. 2021.04.17 [사진=외교부] |
정의용 장관은 전날 중국을 거쳐 한국을 방문한 케리 특사와의 면담과 만찬에서 일본의 원전 오염수 방류 결정에 대한 한국 정부와 국민의 심각한 우려를 전달하고 향후 일본이 국제사회에 보다 투명하고 신속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미국 측이 관심을 가지고 협조해 줄 것을 당부했다.
◆ 정부 "국제해양법재판소 제소·IAEA 국제조사단 파견 등 모든 조치 동원"
이와 관련, 정부는 지난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구윤철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 대응 관계차관회의'를 열고 일본 정부의 오염수 해양방출 결정에 대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모든 조치를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서는 우선 일본 정부의 오염수 해양방출 결정에 따른 미국과 중국, 러시아, 일본의 동향을 공유하고 수산물 방사능 검사 및 원산지 단속 강화, 국내해역 방사능 감시체계, 해양확산 모델 고도화 현황 등을 점검했다. 특히 국제해양법재판소 제소와 IAEA 국제조사단 참여를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구윤철 국무조정실장은 "정부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 결정으로부터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취할 수 있는 가능한 모든 조치를 검토하겠다"며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방출 결정에 대한 정부 입장과 대응현황을 국회, 시민단체, 어업단체는 물론 국민과 충분히 소통해 줄 것"을 관계부처에 주문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IAEA가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방출 결정에 대해 국제조사단 파견을 검토중이라고 밝힌 것과 관련해 한국 전문가가 조사단에 포함될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한국 전문가 파견은 IAEA도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또 원전 오염수 방류로 직접적인 피해를 볼 우려가 있는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 태평양 연안국에 대한 외교적 노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 처리과정과 검증에 대한 키를 쥐고 있는 IAEA의 입장에 대해 이 당국자는 "IAEA는 기본적으로 기술중립적이라고 보는 게 맞다. 당연히 메이저 회원국이고 국제기구 입장에서 회원국 입장을 존중할 수밖에 없는 건 당연한 거 같다"며 "IAEA 스탠스는 분명하다. 일본 선택이 기술적으로 가능하다, 전제는 기준에 맞춰서 할 수 있게 하겠다, 도와주겠다는 거다. 그렇게 다 해서 기준을 맞추면 그럴 때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IAEA의 객관적 검증과 모니터링 없이는 일본이 국제적 정당성을 받아낼 방법은 없다. IAEA와의 협조가 일본에게도 매우 중요하고. 상식적이고 합리적 요구하는 우리 입장이 충분히 관철되고 반영될 걸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일본이 한국 전문가 등 특정국가 전문가가 포함된 조사단 파견을 거절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해봐야 한다"면서도 "그런 문제들이 법적·정치적 영역이 혼재되면 어디까지가 우리가 요구할 부분이고 권리인지에 대해 무 자르듯이 답변드리는 건 적절치 않다. 우리는 그걸 요구할 권리가 있고, IAEA는 충분히 수용해서 만들어낼 의지가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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