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우진 기자 = 지난달 공공재개발 사업 보류 판정을 받은 지역들에서 보류 이유를 놓고 주민들 사이에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영등포구 도림동은 인근에 정비사업 후보지가 있어 전세난과 이주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이유로 보류됐는데 다른 지역들과 형평성이 맞지 않고 빠른 공급으로 시장 안정을 꾀한다는 정부 정책과도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 공개된 공공재개발 보류 사유... 커지는 주민 반발
2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공공재개발 보류 판정을 받은 후보지들에 사유서가 전달되면서 보류 사유를 놓고 주민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보류 판정을 받은 사업지는 8곳으로 대부분 용적률과 높이 제한 완화로 사업성이 충분하지 않거나 주민들 사이의 갈등이 보류 이유로 제시됐다.
일부 지역에서는 보류 이유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도림 26-21구역은 인근 지역에서 추진되는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으로 인해 이주문제와 전세난이 발생해 부동산시장 혼란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보류됐다.
공공재개발 신청 보류 공문 [자료=도림26-21구역 공공재개발 추진위원회] |
도림 26-21구역 인근에는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으로 신길 2·4·15구역과 영등포역 역세권이 후보지로 지정돼 여러 사업지가 몰려있다.
도림동 추진위 관계자는 "인근 지역보다 사업 추진도 먼저했고 주민 동의율도 높은데 재개발이 보류된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세난과 이주문제를 이유로 사업을 보류한 것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의 경우 은평구 연신내역과 강북구 미아사거리역 인근에 여러 후보지들이 몰려 있음에도 모두 후보지로 선정되기도 했다.
특정 지역에 정비사업 구역이 몰리는 경우 전세난이나 이주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사업지별 우선순위를 두면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급 정책을 통해 집값 안정을 추진하는 정부 입장에서도 보류 판정보다는 재개발의 신호를 주는게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전세난과 가격 상승 우려에 따른 정책적 판단으로 보류 판정을 내린 것 같다"며 "보류보다는 사업을 유도하는 차원에서 후보지로 지정 후 우선순위를 부여하거나 구체적인 향후 일정을 통지하는 게 주민 불만을 잠재우면서 정책 효과를 거두는 방안이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사업 추진 난항에 불안감 커지는 주민...판정 기준 공개 필요성 제기
보류 판정을 받은 후보지 주민들은 사업 추진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것에 따른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보류지로 묶인 후보지들에서는 민간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를 주장하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당선으로 공공재개발 사업 추진이 어려워질 것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오 시장이 공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공공재개발은 상대적으로 우선순위에서 밀릴 것이란 우려다.
도림동 주민 G씨는 "서울시장이 바뀐데다 추후 일정에 대한 언급도 없어 공공재개발 사업이 이대로 끝나는 것 아닌가 불안하다"며 "공공주도 정비사업은 수용 문제가 있고 민간재개발은 시간이 오래 걸려 선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보류 후보지들도 재심의를 거쳐 사업지로 선정될 수 있으며 추후 일정과 계획이 나오지 않은 것은 오 시장 당선등과 관련은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공공재개발 후보지 발표하고 아직 한 달도 지나지 않았다"며 "아직 추후 일정은 나오지 않았지만 보류지 재심의 논의는 진행될 것이고 보류지들도 이후 후보지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보류 판정을 받은 사업지에서 주민들의 불만과 불안이 커지면서 판정을 내린 기준과 근거를 공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보류 근거와 기준을 명확히 공개할 필요가 있다"며 "후보지 선정에 투명성을 높일 수 있고 추진 주체나 토지주들이 관련 정보를 통해 이를 보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어 주민들의 불안과 불만을 덜 수 있다"고 말했다.
krawj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