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세계적인 연기금을 비롯해 금융권이 최근 석탄 투자에 줄줄이 손을 떼면서 국민연금에 대한 '탈석탄' 투자 요구도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국내 3대 연기금 중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사학연금)과 공무원연금공단(공무원연금)은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일찍이 석탄 사업에는 투자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투자를 줄이고 있다.
22일 금융투자업계와 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최근 10년 동안 석탄 산업에 지원한 투자 규모는 약 9조9955억원으로 10조원에 육박한다. 이는 국내 연기금과 금융기관 중에서 가장 많은 규모다.
국민연금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요소를 고려한 책임투자 원칙은 수립했지만, 아직 기후위기 요소를 ESG 중점관리사안으로는 지정하지는 않은 상태다. 국민연금은 임원보수한도의 적정성, 반대의결권 행사에도 개선되지 않는 사안 등 5가지를 중점관리사안으로 지정하고 있다. 기후위기와 관련한 내용은 아직 포함돼 있지 않다.
지난 14일 환경운동연합이 국민연금 서울북부지사 앞에서 석탄 투자 중단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환경운동연합] |
만약 기후위기 또는 석탄 사용 문제가 중점관리사안에 포함되면, 국민연금은 해당 기업에 비공개 대화, 주주제안 등 수탁자책임 활동을 전개할 수 있다. 가령, 특정 기업에 대해 국민연금이 비공개 대화, 주주제안 등으로 이를 감축시키도록 영향력을 행사하는 식이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지난 2017년부터 탈석탄 투자 정책 수립을 요구하는 업계 안팎의 요구에도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앞서 사학연금과 공무원연금은 지난 2018년 "석탄발전소 건설을 위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관련 회사채 등을 통한 금융투자 및 지원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탈석탄 공동 선언을 한 뒤 관련 투자를 줄여나가고 있다.
특히 국내 112개 금융기관도 지난 3월 '기후금융 지지선언식'을 열고 탈석탄을 선언했다. 노르웨이 국부펀드 GPFG, 미국 캘리포니아공무원 연금 캘퍼스(CalPERS), 스웨덴 국민연금 AP 등 세계적인 연기금도 석탄 투자 중단을 선언하고 관련 금융지원을 단계적으로 철회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국민연금에 대해 석탄 투자를 중단하라는 여론이 일면서 국민연금도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앞서 환경운동연합은 지난 14일 국민연금 서울 북부지역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855조에 이르는 기금을 운용하는 세계 3위 규모의 연기금이 투자 의사 결정 과정에서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사회적 책임을 방기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미 투입된 자금을 철회하거나 석탄발전을 지속하는 기업에 대한 투자 제한 원칙을 세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민연금은 내부적으로 탈석탄 투자 방침 등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책임투자원칙을 수립한지 2년이 지나도록 본격적인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는 상태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탈석탄 등 ESG 투자원칙에 대해서는 단기간에 결정하기 어렵고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 등 국민연금 산하 위원회에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며 "네거티브 스크리닝을 포함해 다방면으로 검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의사결정 구조가 복잡하고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인데, 이를 두고 일각에선 국민연금이 탈석탄 원칙을 세울 의지가 없다고 지적한다. 국민연금이 탈석탄 투자에 대해 차일피일 미루는 등 미온적 태도를 고집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연금 입장에서 석탄 투자는 비교적 안정적인 투자처로 당장 탈석탄 투자 노선으로 선회하면 기금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다.
현재 환경단체 등은 국민연금이 기후위기 요소를 ESG 중점관리사안으로는 지정하는 동시에 네거티브 스크리닝(Negative Screening) 전략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네거티브 스크리닝은 ESG 경영에 적합하지 않은 기업에 대해 국민연금이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제외하는 전략을 말한다. 국민연금의 투자를 받지 못할 경우, 주가 하락 등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에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분석돼 비교적 효과적인 전략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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