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롯데물산이 신사업 강화를 위해 실탄 확보가 시급했던 롯데쇼핑의 백기사를 자처했다.
롯데물산은 롯데쇼핑이 갖고 있던 롯데월드타워와 롯데월드몰 지분을 전량을 사들이며 롯데쇼핑의 유동성에 숨통이 트이게 됐다. 롯데가 5조원에 달하는 인수금액을 모두 확보하면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공격적인 베팅을 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서울=뉴스핌] 정윤영 기자 = 롯데월드타워몰 전경. [제공=롯데물산] 2021.04.22 yoonge93@newspim.com |
이에 비싼 몸값에 흥행에 실패할 수 있다는 우려와는 달리 이베이코리아 인수전 열기가 한층 달아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쇼핑, 롯데물산에 롯데월드몰 지분 매각...1.5조 실탄 확보
26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관계사인 롯데물산에 롯데월드몰과 롯데월드타워 지분 15%를 약 8300억원에 매각했다. 호텔롯데도 롯데물산에 지분 10%를 5500억원에 팔았다.
이로써 롯데물산은 분산돼 있던 롯데월드몰과 롯데월드타워의 지분을 100% 보유하게 됐다.
업계에서는 이번 거래는 자금 수혈이 시급한 롯데쇼핑과 호텔롯데가 'SOS'를 쳤을 것이란 게 업계의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 계열사에서 이런 거래가 있을 경우에는 자금 조달이 시급한 계열사 쪽에서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간 실적이 부진했던 롯데쇼핑이 이베이코리아 인수와 재무개선을 위해 먼저 요청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실적을 따져봐도 이러한 합리적 의심은 충분히 가능하다. 계열사 중 롯데쇼핑은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백화점 부문 실적이 고꾸라지면서 2000년 이후 20년 만에 최저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3460억원으로 전년 대비 19.1% 줄었다. 같은 기간 매출은 전년 대비 8.8% 감소한 16조760억원으로 집계됐다.
롯데쇼핑의 경우 실적이 악화되자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가 절실해졌다. 현재 롯데쇼핑은 오프라인 불황에다 코로나19 여파가 겹치며 성장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
[서울=뉴스핌] 구혜린 기자 = 롯데쇼핑 실적 2021.02.08 hrgu90@newspim.com |
롯데쇼핑 측도 이번 지분 매각 배경으로 신사업 투자 강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이번에 확보한 8300억원 자금으로 미래 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신규 투자 등도 더욱 적극적으로 모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반면 부동산과 임대사업을 영위하는 롯데물산은 지난해 코로나19 타격을 입지 않았다.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증가세였다. 이번 대규모 자금 투입이 실적 회복이란 시급성을 띠는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롯데물산이 현재 시점에서 1조4000억원가량의 자금을 들여 계열사 지분을 사들일 필요가 없었다는 게 이번 거래의 뒷말이 나오는 주된 이유다.
다만 그렇다고 롯데물산이 '밑지는 장사'는 아니다. 연간 900억원대에 달하는 안정적인 수익원을 얻는다는 차원에서 보면 서로 '윈윈(win-win)'인 셈이다.
롯데물산은 앞으로 롯데쇼핑에게는 롯데월드타워에 있는 e-커머스 사업부 사무실과 롯데월드몰 매장 임차료로 연간 539억6400만원을 받게 된다. 호텔롯데가 내는 연간 임차료는 연간 386억6600만원에 달한다.
◆이커머스 출구전략 세운 롯데...이베이 인수 완주 기대감 ↑
롯데쇼핑은 코로나 사태 이후 급성장 중인 이커머스 시장을 미래 먹거리로 낙점하고 출구전략을 세웠다.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뛰어든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다만 롯데쇼핑이 5조원대에 달하는 '높은 몸값'을 충당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시한 이들이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롯데쇼핑의 자금 조달여력이 충분치 않은 탓이다.
롯데쇼핑이 이번 인수전에 투자할 수 있는 재원은 3조8700억원이다. 인수자금에서 1조1300억원이 모자라다. 이번에 지분을 매각한 8300억원이 확보되면서 자금조달에 숨통이 트이게 됐다.
이에 앞서 지난해 11월 롯데쇼핑이 7300억원 규모의 부동산(5개 점포·물류센터 토지)을 롯데리츠를 통해 유동화하기도 했다. 이번 매각대금까지 합하면 롯데쇼핑이 확보한 자금은 1조5600억원에 이른다. 이는 인수자금에서 부족분을 충당하고도 남는 수준이다.
롯데쇼핑은 지난 달 진행된 예비입찰 때 4조원가량을 인수금액으로 써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자금을 더 확보한 만큼 롯데가 '통 큰' 베팅을 할 수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며 인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당초 성장세가 둔화된 만큼 매각가 5조원은 비싸다는 입장이었지만, 쟁쟁한 경쟁자들이 예비입찰에 참여하면서 업체간 '수 싸움'이 치열한 상황이다.
[서울=뉴스핌] 구혜린 기자 2021.01.26 hrgu90@newspim.com |
롯데가 이번에 추가 확보한 실탄으로 5조원 이상을 써낼 경우 이베이코리아를 품는 최종 승자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러한 예상이 나오는 이유는 지난해 4월 출범한 롯데온이 기대에 못미친 성적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온 연간 거래액은 약 7조6000억원으로 온라인몰 통합 이전인 롯데닷컴 때보다 7% 증가하는데 그쳤다. 롯데닷컴과 롯데쇼핑 7새 사업부의 모둔 온라인 쇼핑몰 거래액을 합산한 수치다.
이커머스 시장 평균 거래액 성장률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와이즈리테일에 따르면 지난해 쿠팡은 전년 대비 41% 늘어난 거래액 21조7500억원을 기록했다. 오픈마켓인 11번가의 거래액도 전년 대비 10% 증가한 10조원으로 조사됐다.
최근 롯데쇼핑은 국내 1위 온라인 중고거래 업체인 중고나라를 유진자산운영과 NH투자증권-오퍼스PE(기관투자형 사모펀드)와 공동으로 인수하며 이커머스 사업 확장을 본격화하고 있다. 롯데쇼핑이 인수에 투자한 금액은 300억원가량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SSG닷컴이 여성패션 편집숍 플랫폼인 'W컨셉', 카카오는 패션 플랫폼 '지그재그'를 잇달아 인수한 것과 비교하면 롯데의 중고나라 인수는 시장 파급력이 제한적이란 평가다.
때문에 롯데는 롯데온 수장을 이베이코리아 전략본부장 출신으로 교체하며 '인수전 전략짜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롯데가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게 되면 단번에 이커머스 2위 사업자로 등극한다. 시장 점유율은 단숨에 17%까지 수직 상승하고 거래액도 27조원으로 치솟는다. 이커머스 1위 사업자인 네이버쇼핑(점유율 17%, 거래액 27조원)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시장 지배력을 갖게 되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는 계열사간 힘겨루기가 심하는 등 경직된 조직문화를 가져 이커머스 사업 경쟁력을 갖추기는 쉽지 않는 구조"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롯데온으로는 이커머스 시장에 안착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고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뛰어든 것"이라며 "이번에 자금 조달에 나선 것도 해당 인수전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것으로, 자금력 싸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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