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연순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검찰이 공수처로부터 사건을 이첩받으면 검찰이 수사한 뒤 돌려보내 공수처가 기소한다'는 기소 유보부 이첩 조항(25조2항)을 사건사무규칙에 명시했다. 또 타수사기관에 사건 이첩요청 시 14일 이내를 원칙으로 했다.
공수처는 4일 사건의 접수·수사·처리 및 공판수행 등 사건사무처리에 관한 전반적인 업무 관련 사항을 담은 공수처 사건사무규칙을 제정·공포한다고 밝혔다. △사건의 구분·접수 △피의자 등의 소환·조사 △사건의 처분·이첩 절차 등 총 3편 35개조 및 25개의 서식으로 구성됐다.
당초 공수처법안에서 법무부령이 아닌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한 것을 입법 과정에서 공수처 업무의 독립성을 보다 강하게 보장하기 위해 공수처 규칙으로 정하도록 수정했다. 공수처 사건사무규칙은 대통령령에 준하는 효력이 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1.03.16 kilroy023@newspim.com |
공수처가 공개한 사건사무규칙에 따르면, 우선 사건의 이첩 또는 이첩 요청 시 사건 처리의 공정성, 사건의 중대성, 공소시효 등 고려 요소를 구체화하고, 이첩 여부 판단을 위한 자료 제출 절차 등을 규정했다. 특히 검찰과 갈등을 빚고 있는 '기소 유보부 이첩 조항'을 사건사무규칙 25조2항에 명시했다.
즉 수사의 공정성 및 사건의 규모 등을 고려해 수사에도 불구하고 '기소 여부 판단'은 공수처에서 하는 것이 적절한 경우 수사 완료 후 공수처에 이첩하도록 했다.
앞서 공수처의 공소권 유보부 이첩 논란은 김학의 전 차관 사건 중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이규원 검사 등 검사 부분을 공수처로 이첩하면서 시작됐다.
수원지검은 3월 3일 이성윤 지검장 등 검사 사건을 공수처에 이첩했지만 공수처는 같은 달 12일 수사 인력 미비 등으로 검찰에 재이첩했다. 당시 공수처는 "공소권은 행사하겠다"며 '수사 완료 후 송치'라는 공소권 유보부 이첩을 요구해 검찰과 갈등을 빚었다. 대검찰청은 이와 관련해 다른 수사기관이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에 착수한 시점부터는 이첩을 요청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공수처에 전달한 바 있다.
공수처는 타수사기관에 이첩요청 시 14일 이내를 원칙으로 하고 긴급체포 등 특별한 사정이 있어서 추가 기간을 요구하는 경우 협의에 따라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사건은 '수사처수리' 사건과 '내사' 사건 등으로 구분하고 이를 분석조사담당검사가 분석해 입건, 단순 이첩, 불입건으로 각 분류해 처리하도록 했다. 입건 대상은 공수처가 직접 수사할 사건, 수사 완료 후 사건을 수사처로 이첩해 줄 것을 요청하는 사건, 타 수사기관의 수사처 통보 사건 중 공수처가 수사 개시를 통보한 사건이다.
불입건 대상은 혐의없음·죄가안됨 또는 공소권이 없는 것이 명백한 사건 등으로, 단순 이첩은 수사처에 수사권이 없거나, 다른 수사기관에서 수사 및 종국 처분을 하더라도 공정성 등의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하여 이첩하는 사건으로 분류했다.
또 피의자, 참고인 등의 소환 요구시 피의자 등은 물론 변호인과도 협의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 소환으로 인한 피의자의 기본권 제한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피의자 등 조사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영상녹화장비가 설치된 조사실에서 진행하고, 피의자 등에 대한 면담 시 그 진행경과를 서면으로 작성해 기록에 편철하도록 해 조사 등 절차의 투명성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수사 담당 검사가 수사를 마친 경우 공소 담당 검사가 해당 사건의 공소 여부를 검토하도록 해 수사와 공소를 분리했다. 또 공수처가 공소권을 갖지 않는 사건에 대해 공수처가 수사를 종료한 경우 공소제기 요구결정 또는 불기소결정을 하도록 하고 해당 사건 기록 등을 검찰에 송부하도록 했다.
공수처 사건사무규칙에 규정되지 않은 사항에 대해선 '검찰사건사무규칙'을 준용해 공백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공수처는 "이번 사건사무규칙의 제정·공포에 따라 본격적인 수사체제로의 전환이 이루어진다"면서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철저히 지키면서 고위공직자의 비리를 성역 없이 수사해 공정한 수사를 실천할 토대가 마련됐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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