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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전문가 "북한, 바이든 행정부에 잇단 담화로 불만 표출…한미정상회담 포석"

기사등록 : 2021-05-04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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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적인 외교적 노력 및 제재완화 부각 없어 실망감"
"바이든, 전략적 모호성 위해 대북정책 공개 안할 수도"

[서울=뉴스핌] 이영태 기자 =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의 최근 잇단 대미 비난 담화에 대해 바이든 행정부 대북정책의 방향성에 불만을 나타낸 것으로 분석했다. 제재 완화를 압박하고 협상력을 강화하려는 의도라는 지적이다.

프랭크 엄 미국평화연구소(USIP) 선임연구원은 3일(현지시각)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북한 권정근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 명의의 담화는 바이든 행정부 대북정책 검토에 대한 직접적인 반응이 아니라며, 바이든 대통령이 의회 연설에서 북한의 핵 위협에 '외교와 단호한 억지'로 대처하겠다는 매우 모호한 발언에 대한 반발이었다고 분석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뉴스핌 DB]

그는 북한이 최신 담화들을 통해 "조 바이든 대통령으로부터 나오는 (대북정책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방향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점을 표현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북한을 억지 대상인 '위협'으로만 규정하고 긍정적인 외교적 노력을 부각시키지 않는 데 대한 실망감을 나타내고 있다는 설명이다.

엄 연구원은 제재 완화의 가능성, 새로운 미북 관계, 평화 체제 등을 미국이 언급하길 원한다는 신호를 북한이 보내고 있는 것이라고 봤다.

"북한, 미국의 선제적 제재 완화 원해"…"군축협상 사전포석"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일련의 비난 담화를 통해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과 대화에 임하기도 전에 제재를 해제하는 새로운 정책을 도입하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위협과 긴장 고조, 도발을 통해 정치적·경제적 양보를 얻어내는 '협박외교'를 구사하고 있다는 것이니다.

특히 북한의 단기적 목표는 제재 완화라며,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거친 성명을 내고 긴장을 높여 문재인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대북 제재 완화를 요청하도록 압박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수미 테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도 북한이 한동안 미국에 대해 선제적 양보를 요구하는 일관된 메시지를 보내왔다고 언급했다.

그는 올해 초 8차 당대회의 김정은 국무위원장 발언, 3월 중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한미 연합훈련 비난 발언, 미국의 대화 제의 거부, 단거리 미사일 발사, 최근 비난 담화 등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미국이 북한과 대화를 재개하고 진전을 내고 싶으면 제재 완화 등 의미 있는 일방적 조치를 먼저 취해야 한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해석이다.

테리 연구원은 북한이 거친 담화를 통해 도발에 나서기 위한 기초작업을 하고 있다며, 긴장을 점진적으로 고조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한미 정상회담 직전 북한이 모종의 무기 시험을 감행하면서 두 나라가 북한이 원하는 방식으로 움직이도록 압박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수석부차관보는 북한의 메시지는 "향후 미국과의 대화 범위를 스스로 정하려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북한은 담화를 통해 사실상의 핵 보유국으로 남을 것이며, 인권 상황에 대한 토론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고, 미국에 대해 '적대행위', 즉 한미 상호방위조약, 주한미군, 핵우산 철회를 요구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는 것이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미국은 북한과 비핵화 대화를 하고 싶겠지만 북한은 미국과 군축 협상을 하고 싶다는 점을 이번 담화를 통해 분명히 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양측 간 간극이 너무 커서 어느 한 쪽이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 대화 재개가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바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을 지낸 게리 세이모어 박사는 북한의 담화는 바이든 행정부의 새로운 대북정책에 대한 직접적인 반응이 아니라며 추가 반응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다만 바이든 정부 대북정책과 관련해 공개된 내용을 감안할 때 북한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여도 놀랍지 않다고 말했다. 바이든 정부의 정책은 점진적 접근법으로 핵 관련 조치와 제재 완화를 작게 주고받는 것인데, 북한은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핵 조치는 작게 하면서 거의 대부분의 제재 완화를 이미 요구했기 때문에 바이든 정부의 접근법을 거부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러나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유일하게 미국이 추진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포괄적인 비핵화 합의도 불가능하고, 북한을 무시하는 것도 불가능하며, 군사력 사용도 불가능한 가운데 바이든 정부의 접근법이 현실적이라는 평가다.

그는 하지만 이 정책이 성공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며, 수 십년간 미국이 모든 가능한 정책을 구사했지만 하나도 성공한 정책이 없다고 지적했다.

테리 연구원은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 트럼프 정부의 '최대 압박과 정상외교'가 모두 실패한 상황에서 바이든 정부가 왜 이런 접근법을 택했는지 이해한다며, 다만 현실적으로 북한이 호응하지 않을 것이기에 바이든 행정부의 새 정책으로도 비핵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또 바이든 정부가 북한의 위협을 관리하면서 추가 도발을 억제할 것으로 예상했다.

프랭크 엄 "바이든 행정부, 전략적 모호성 위해 대북정책 공개 안할 수도"

프랭크 엄 연구원은 미국이 대북 전략과 관련해 '전략적 유연성과 모호성'을 유지하길 원하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이 다 안 나올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엄 연구원은 백악관이 언급한 "'실용적이고 조정된 접근법'은 상호적, 비례적, 단계적 조치를 말한다"며 2013년 이전 제네바 기본합의, 6자회담, 2.29 합의에 적용된 '신뢰할 수 있는'(tried and true) 원칙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고 북미관계가 나쁜 지금 상황에서 옛 접근법만으로는 성과를 낼 수 없다며, 북한을 단순한 위협이 아닌 협상 상대로 대우하고 새로운 관계와 평화체제 등을 논의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새로운 대북정책에 대한 자세한 내용이 거의 알려지지 않아 효과적일지 판단하기 어렵다"며 "다만 세부 내용과 상관없이 미국에 있어 가장 큰 도전은 북한이 비핵화할 마음이 없다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맥스웰 연구원은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과 단계적으로 행동 대 행동으로 협상할 준비가 돼 있다며, 향후 진전은 북한이 진지하고 책임 있는 협상 상대로 나올지 여부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medialyt@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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