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채송무 기자 = 4·7 재보선 패배의 여파가 채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운명을 쥔 신임 당대표에 5선의 송영길 의원이 당선됐다. 이에 따라 전당대회 당시부터 쇄신을 강조했던 송 대표가 약속한 대로 '유능한 쇄신'을 할지가 1년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서 민주당의 운명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송 대표는 이미 세 차례 당 대표에 도전한 전력이 있다. 하지만 한 때 대세론이 거론될 정도로 탄탄한 조직과 인지도를 자랑했음에도 불구, 막판에 좇아온 친문 주류 홍영표 의원에 간신히 신승했다. 최고위원들은 주류가 대다수일 정도로 친문 주류들의 힘은 막강했다.
송 대표는 취임 일성부터 변화를 이야기하며 민심 이반의 원인 중 하나였던 부동산 정책과 코로나19 백신 문제부터 해결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치 전문가들은 주류의 힘이 확인된 상황에서 변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하고 있다.
송 대표의 변화가 실패하면 민주당은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현대 정치사에서 민심을 수용한 변화와 역동성을 갖춘 집단이 늘 선거에서 승리해왔다.
대세론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압도적인 지지율을 갖고 있었던 이회창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역동적인 대선후보 경선 끝에 승리한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패배한 것이 대표적이다. 또 이명박 정부 당시 정부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았음에도 당내 야당 역할을 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전권을 줬던 한나라당은 다시 정권 재창출에 성공할 수 있었다.
역대 총선에서도 뿌리깊은 정치 불신 속에서 쇄신을 통해 새로운 인물을 수혈하고 공약을 통해 시대정신을 받아안은 정당이 승리해왔다. 변화하는 민심을 잘 파악하고 이에 순응해야 국민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민주당은 4·7 재보선에서 그동안 텃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승리해왔던 서울 지역에서 국민의힘에 철저하게 참패했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완패다. 선거 이후 당내 의원들도 민심 이반을 인정하며 철저한 쇄신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힐 정도다.
그러나 민주당의 쇄신은 여전히 쉽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30%대로 여전히 높고 민주당이 친문 주류 일색으로 구성돼 견제 세력이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송 대표의 쇄신이 문재인 정부의 정책과 다른 방향을 가져갈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강력한 주류 반대에 부딪히면 변화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
이는 이미 4·7 재보선에서 나타난 민심의 방향을 더욱 굳건하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이재명 경기지사,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 등 여전히 민주당의 대선주자군은 두텁지만, 심판론이 민심으로 굳어지면 여권의 대선 승리 가능성은 그만큼 줄어든다.
송 대표 체제의 변화가 성공하느냐 여부는 역시 부동산 정책의 보완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송 대표는 취임 첫 일성으로 부동산특위를 통해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 등 정책 보완에 나설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에 따라 송 대표가 문재인 정부 내내 유지해왔던 세금을 통한 주택가격 인상 억제 방향을 바꿀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물론 과거 '108 번뇌'라고 불릴 정도로 당 내 이견이 많았던 열린우리당의 분열을 따라갈 필요는 없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무조건적인 비토나 거리두기가 혁신일 수도 없다. 그러나 변화할 때 변화하지 못하는 애벌레는 나비가 될 수 없다. 송 대표가 '유능한 개혁'을 통해 친문 주류를 품에 안는 변화를 이룰지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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