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이경태 기자 = 2년 전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미래 신산업으로 인공지능(AI)을 지목했다.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AI'라는 손 회장의 조언에 대한민국은 지난해부터 AI로 산업과 기술의 방향을 급선회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제시된 혁신성장 기조의 큰 획은 AI를 만나 데이터경제로 탈바꿈하게 됐다.
이경태 경제부 차장 |
데이터경제라는 말은 2011년 데이비드 뉴먼(David Newman)이 쓴 가트너(Gartner) 보고서에서 처음 등장했다. 이후 2014년부터 유럽 집행위원회가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 동력으로 데이터 경제를 띄우면서 국제사회가 관심을 갖게 됐다. 이 데이터는 AI를 운용하기 위한 자원이라는 게 경제·기술학자들의 공통된 생각이기도 하다.
데이터경제에 대한 정부의 기대도 크다. 실제 지난해 국내 데이터산업의 시장 규모만 보더라도 전년 대비 14.3% 증가한 19조2736억원에 달할 정도다. 해마다 증가해 오는 2026년에는 36조6382억원까지 예상된다.
데이터 경제를 풀어가는 첫 단추는 단연 데이터댐이다. 그동안 분산돼 있을 뿐더러 전처리 가공이 되지 않아 산업계에서 활용하기 어려웠던 데이터를 댐에 물을 가둬 필요한 용수로 뽑아 쓰듯 활용한다는 개념이다.
당장 AI가 학습할 수 있는 데이터 170종이 이달 안에 공개되고 이같은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바우처 제도 역시 활성화된다. 기업들이 직접 생산한 데이터를 모아 이를 필요로 하는 기업들에게 바우처를 통해 지원한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으로서는 대규모 데이터를 자체 수집하기 어려웠던 문제가 해결될 수 있어 이를 기회로 삼고 있다.
다만, 문제는 AI에 활용될 데이터의 적정성과 수요 기업의 사업화 가능성에 대한 심사가 실제 공정하게 진행되고 있는 지 의문이 남는다는 것이다.
데이터와 AI를 활용한다는 것은 신사업 또는 창업 아이템으로 적용하겠다는 얘기다. 그렇지만 심사위원마다 각기 다른 경험치로 신산업 분야를 주관적으로 제단하고 평가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AI 사업기획안의 잠재성을 판단하기에는 오히려 기존 관행의 심사가 한계에 부딪힐 수 밖에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실제 창업이나 국가 산업 평가 시 심사위원이 1개 기업의 서류를 살펴보는 시간은 몇분 정도에 그친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결국 한 눈에 보기에도 화려한 서류가 높은 평가를 받을 수 밖에 없고 이를 대비해 여유있는 기업들은 대행사에 서류 접수를 맡기고 있는 실정이다.
때문에 사업 성공 잠재력은 풍부하더라도 서류 작성 실력(?)이 낮은 스타트업은 좀처럼 데이터 바우처에서도 고배를 마실 수 밖에 없다. 데이터댐 사업이 취지는 좋더라도 '그들만의 리그'라는 지적을 받는 이유다.
그럼 방법은 없을까. 데이터댐 사업이나 AI 프로젝트를 위한 서류 심사만이라도 AI에 맡기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을 것이다. 정부가 원하는 것도 산업계가 집약된 데이터를 활용해 비즈니스 모델을 성장시켜나가는 것이니, 그동안 축척한 창업과 국가 프로제트의 서류 심사를 데이터로 모아 심사를 위한 AI를 학습시킨다면 창조적인 스타트업이 돈이 없어 서류를 대행사에 맡기지 못해 심사에서 떨어지는 불상사는 없을 것이다.
이미 민간 기업에서는 인력 채용을 위한 AI 면접까지 상용화한 시대다. 정성평가도 아닌, 서류 평가다보니 충분히 그동안 축적된 심사 데이터와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 성공 사례를 매칭한 데이터를 분석한다면 서류 심사 정도는 AI에게 맡겨도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
데이터를 주고 기업에게 생각을 바꿔 창조적으로 변화하라고만 할 게 아니라, 정부 스스로 일하는 방식을 전환해 창조적 파괴를 실천해야 데이터댐 사업도 롱런하지 않을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업무가 일상화되고 변화를 하지 않으면 생존하지 못하는 시대에서 공직사회도 당장이라도 방법을 바꾼다면, 숨어있는 혁신가들에게 희망을 건넬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자, 이제는 행동으로 보여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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