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지난 4월부터 금융소비자보호법이 본격 시행되면서 외형상 소비자 권익이 크게 강화됐지만 금융 약관과 설명서에는 여전히 낯선 한자어와 외래어가 대부분입니다. 금융감독원 등 당국에서도 우리말 표준약관 사업을 펼치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 변화를 체감하기엔 역부족입니다. 이에 뉴스핌은 '외계어' 수준의 금융용어 실태를 점검하고 쉬운 우리말로 순화할 수 있는 표현을 찾아보고자 합니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5월부터 '새말모임' 위원회에 국어전문가와 통번역 전문가를 보강해 외래어가 아닌 순화된 우리말이 일상에서 자주 사용될 수 있도록 '우리말 순화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문체부는 2019년 4월부터 '쉬운 우리말 쓰기 사업'의 하나로 국립국어원, 사단법인 한글문화연대와 함께 외국어 새말대체어 제공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한글문화연대가 정부·지자체가 발행하는 보도자료와 뉴스·기사 점검하고 국립국어원과 새말모임의 운영을 통해 새롭게 유입된 외래용어가 자리잡기 전에 선제적으로 발굴하고 이에 대한 순화어를 마련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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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1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국립국어원은 자체적으로 '말다듬기' 사업을 통해 매해 분기마다 외래어와 외국어를 대체할 수 있는 우리말을 발굴하고 순화해왔으나 보다 발빠르게 국민이 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문체부의 지원으로 국립국어원과 함께 '쉬운 우리말 쓰기 사업'으로 운영되고 있다. 한글문화연대는 정부 지자체의 보도자료와 뉴스 기사를 통한 외국어 표현 점검과 다듬은 말을 반영한 자료를 각 언론사와 정부 및 지자체에 발송하고 있다.
최근 '새말모임'에서는 코로나19와 관련한 쉬운 우리말과 어려운 경제용어를 대체할 수 있는 우리말을 선정해 눈길을 끌었다. '팬데믹'을 '세계적 유행'으로, '언택트 서비스'를 '비대면 서비스'로, '진단 키트'는 '진단 도구' 혹은 '진단 꾸러미', '부스터 숏'과 '부스터 샷'은 '추가 접종' 등으로 대체어를 선정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재테크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지난 3월에는 펀 세이빙, 인슈어테크, 펜트업효과에 대한 우리말 재정비에 발빠르게 나서기도 했다. 거대 자료와 인공지능, 가상화폐, 사물 인터넷 등의 정보 기술을 활용하는 신상품 보험을 개발하는 보험 산업 기술을 뜻하는 '인슈어테크'는 '보험정보 기술'로 순화했다. 또 재미있는 방식으로 저축을 유도하는 금융 상품인 '펀 세이빙'은 '놀이형 저축'으로 외부 요인으로 억제된 수요가 요인 해소 이후 급격히 증가하는 '펜트업 효과'는 '수요 분출 효과'로 다듬었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2021.05.27 89hklee@newspim.com |
앞서 '새말모임'을 통한 '우리말 순화 사업'이 빠르게 외래어를 우리말로 바꾸는 것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5월부터는 많은 사람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우리말 대체어를 만드는데 무게를 둔다. 이에 매주 문체부를 통해 발표됐던 새말모임이 선정한 다듬은 말은 2주에 한 번으로 주기가 바뀌었다. 문체부 관계자는 "다듬은 말이 우리말 풀이 형식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순화어를 잘 쓸 수 없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이를 반영해 대체어를 선정하는데 있어 좀 더 심사숙고하는 시간을 갖고, 우리말 순화어가 사회에 정착할 수 있도록 새말모임 운영이 개편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앞서 국어와 통번역뿐만 아니라 경제, 교육, 출판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됐던 새말모임 위원회는 국어학계와 통번역계, 언론계로 축소하고 전문화됐다. 7명으로 구성된 새말모임 2개의 조가 교대로 다듬을 말 후보에 대한 자료를 찾고 선정하고 의결하게 된다.
새말모임 1조는 매월 첫째 주 수요일 화상회의를 통해 신규 외래 용어 다듬기 작업을 진행한다. 회의 일주일 전 다듬을 말을 6개 내외로 추려 국어원에 송부하고 회의에서 다듬을 말 2~3개 정도에 대한 후보안을 선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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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말모임 2조는 매월 셋째 주 수요일에 대면회의를 통해 신규 외래 용어 다듬기는 물론이고 기존에 다듬었던 말을 정비하는 작업도 함께한다. 국어원에 정비할 기존의 다듬은 말을 담은 회의자료를 보내고 이에 대한 검토본을 국어원에 회신한다. 그리고 다시 다듬을 말 6개 후보군을 담은 회의 자료를 국어원에 보낸 다음 회의를 열어 다듬을 말 2~3개와 다듬은 말 후보안을 선정하고 기존의 다듬은 말을 정비한다.
국립국어원 관계자는 "신규 유입 외래용어의 선제적 발굴과 순화어 마련 및 확산을 신속하게 추진함으로써 순화어가 빠르게 자리 잡을 수 있는 추진체계 구축을 진행했다"며 "우리말 순화의 전문성과 국민 수용도를 높이고, 철저한 검증 절차를 마련해 말 다듬기의 실효성 및 보급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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