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
주요뉴스 문화

[쉽게 쓰는 금융용어] 피부치? 자부상? 기왕증?...보험 가입하려다 '멘붕'

기사등록 : 2021-07-05 10:30

※ 뉴스 공유하기

URL 복사완료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편집자] 지난 4월부터 금융소비자보호법이 본격 시행되면서 외형상 소비자 권익이 크게 강화됐지만 금융 약관과 설명서에는 여전히 낯선 한자어와 외래어가 대부분입니다. 금융감독원 등 당국에서도 우리말 표준약관 사업을 펼치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 변화를 체감하기엔 역부족입니다. 이에 뉴스핌은 '외계어' 수준의 금융용어 실태를 점검하고 쉬운 우리말로 순화할 수 있는 표현을 찾아보고자 합니다.

[서울=뉴스핌] 김승동 기자 = # 사회초년생 A씨는 온라인 자동차보험에 직접 가입하려다 멘붕(멘탈 붕괴의 줄임말)에 빠졌다. 생소한 용어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결국 선배의 도움을 받아 가입했지만 사고가 나면 제대로 보상받지 못할 것 같아 찜찜했다.

보험은 태어나기 전부터 가입해 사망 이후까지 혜택을 보는 유일한 금융상품이다. 태어나기 전부터 선천적 질병에 대비해 태아(어린이)보험에 가입하며, 사망 이후 종신보험·연금보험 등을 통해 상속한다.

그러나 보험에 가입할 때 어떤 경우에 얼마나 보상을 받는지 이해하고 가입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보험약관에 담긴 용어를 이해하기 쉽지 않은 탓이다. 이에 분쟁이 가장 많은 금융상품도 바로 보험이다. 2019년 보험연구원의 '보험소비자 설문조사' 결과 가입자의 절반 정도는 본인이 가입한 상품의 보장내용도 제대로 모르고 있었다.

◆ 자동차보험도 용어만큼은 어려워

자동차보험은 자동차를 소유했다면 무조건 가입해야 하는 의무보험이다. 때문에 매년 새로 가입해야 한다. 또 최근에는 온라인으로 직접 가입하는 다이렉트 자동차보험이 활성화되고 있다. 보험설계사를 통해 가입하는 것보다 보험료가 저렴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동차보험에 가입하려고 보험사 홈페이지를 보면 이해하기 힘든 용어가 많다. 자기신체손해사고특약과 자동차상해특약이 그 대표적인 예다. 두 특약을 줄여서 흔히 자손, 자상이라고 일컫는다. 둘 다 교통사고시 본인이 다쳤을 경우 보상한다. 차이점은 자손의 경우 실제치료비만 보상하지만 자상은 치료비에 위자료, 휴업손해 등까지 보상한다는 점이다. 한 마디로 자상이 보상범위가 넓고 보상금액도 크다.

자동차보험에 익숙하지 않은 사회초년생은 자손과 자상을 쉽게 구별할 수 없다. 이에 자기신체손해사고특약명을 교통사고치료비특약 등으로 변경하면 표현이 더 정확할 수 있다.

◆ 피부치? 자부상? 기왕증?...'정체불명' 줄임말에 '이해 불가'

지난해 3월 일명 민식이법(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으로 가입자가 증가하고 있는 운전자보험에도 어려운 용어가 많다. 대표적인 것이 '피부치', '자부상', '교사처' 등이다.

피부치는 '교통사고피해부상치료지원금'의 줄임말이다. 교통사고로 피해를 입고 치료를 받으면 보상 받는 담보다. 피해자부상치료지원금으로 명확히 하면 오히려 이해가 더 잘 될 것이다.

자부상은 '자동차사고부상치료지원금'을 뜻한다. 자동차사고 부상등급표에서 정한 상해등급을 받은 경우, 그 등급에 따라 치료비가 지급된다. 이 역시 줄임말이 더 이해가 어렵다. 사고보상치료지원금으로 부르는 게 정확하다.

교사처는 '교통사고처리지원금'을 의미한다. 가해자의 형사합의금을 지급하는 특약이다. 이 역시 줄여 부를 필요가 없다.

이외에 '기왕증', '부보', '배서'라는 단어는 10여년 전부터 꾸준히 지적돼 왔지만 여전히 보험약관에 쓰이고 있다. 기왕증은 이미 걸린 병, 부보는 보험 가입, 배서는 보험가입 이후 추가 가입 등을 뜻한다.

◆ 보험용어 무턱대고 바꾸면, 오히려 문제 될 수도

보험사들도 할 말이 있다. 어려운 용어를 쉽게 바꾸면 오히려 송사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의학계나 법조계에서 사용하고 있는 용어로 약관이 작성되어 있지만, 이는 법리적으로 다툼이 있을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의학계·법조계에 익숙한 용어라는 의미다.

십수년간 전문용어에 대한 법적 판례가 쌓여 있어, 이 용어를 변경했을 때 법리적으로는 보험사의 의도와 달리 해석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다만 보험업계는 그러면서도 점진적으로 보험용어를 알기 쉽게 변경해야 한다는 것에는 공감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소비자가 이해할 수 있어야 가입자도 증가할 것"이라며 "보험사는 물론 금융당국도 소비자 보호를 위해 어려운 용어를 쉽게 정리하는 노력을 멈추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0I087094891@newspim.com

<저작권자© 글로벌리더의 지름길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Newspim),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