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합수본)가 투기 의혹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으나 용두사미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합수본은 내부정보를 이용한 투기의 경우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구속수사한다는 방침으로 약 3개월 간 수사를 진행했으나 국회의원이나 고위 공직자 등 고위급 인사는 단 한 명도 구속하지 못했다.
2일 합수본이 발표한 '부동산 투기 의혹 단속수사 점검 결과'를 보면 지난 3월 10일 출범 이후 이날까지 총 2796명을 내·수사해 20명을 구속하고 529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구속된 20명은 기획부동산 불법 중개인 등 일반인 7명, 한국토지주택공사(LH) 포함 공공기관 종사자 3명, 지방자치단체 관계자 2명, 국가·지방공무원 5명 등이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김부겸 국무총리가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 투기 조사 및 수사 중간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1.06.02 yooksa@newspim.com |
◆ 수사 대상 국회의원 13명이지만, 지지부진
반면 국회의원과 고위 공직자 등을 구속한 사례는 아직 없다. 지자체장인 전 강원 양구군수를 구속한 게 전부다. 합수본 수사 대상에 오른 국회의원이 13명, 고위 공직자 8명, 지자체장 14명 등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성과가 초라한 수준이다.
특히 국회의원에 대한 수사가 지지부진하다. 합수본을 이끄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투기 의혹을 받는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을 압수수색한 후 약 40일 넘도록 소환 조사나 구속영장 신청 등 수사에 진척을 내지 못하고 있다. 또 다른 투기 의혹을 받았던 양향자·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경우 '혐의 없음'으로 수사를 종결했다.
고위 공직자 수사도 마찬가지다. 내부정보를 이용해 세종 스마트 국가산업단지 인근 땅을 매입한 의혹을 받는 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행복청장)에 대한 구속영장 재신청도 한달 넘게 감감무소식이다. 경찰은 지난 4월 30일 전 행복청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이 보완 수사를 요구하며 반려했다. 이후 경찰은 한달이 넘도록 보완 수사 중이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투기 의혹을 제기했던 참여연대 관계자는 "국회에서 국회의원 전수조사라도 하겠다는 등 떠들썩하게 약속했는데 고위 공직자나 국회의원에 대한 수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범 정부 차원에서 짧은 시간에 많은 사람을 수사해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최종 수사 결과를 기대하겠다"면서도 "투기 근절을 위해서는 상시 단속 등을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 '내부정보 이용' 규명에 수사 성과 달려
고위급 인사에 대한 구속 등 수사가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내부정보 이용 혐의 규명이 필수적이다. 내부정보를 이용해 투기했다는 정황을 잡으면 부패방지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
반대로 내부정보 이용 입증이 어려울 경우 농지법 위반 등 다른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 이 경우 구속 및 기소하기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2019년 농지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은 1050명 중 절반인 511명이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경찰은 향후 성역없는 수사 및 과학 수사로 국민 기대에 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이날 "공직자 투기 비리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성역없이 엄정 수사하겠다"며 "데이터 분석 등 과학적이고 전문적인 수사를 통해 범죄 혐의를 객관적으로 입증해 투기 범죄가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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