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공군 여군 부사관이 상관의 성추행과 군의 회유 압박 등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과 관련해, 군 당국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성역없이 수사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군 최고 지휘부인 국방부 장관이나 공군참모총장도 그 대상이 될 것인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부승찬 국방부 대변인은 7일 정례브리핑에서 '유족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촉구하는 이성용 전 공군참모총장과 상부 지휘관들에 대한 참고인 조사 등은 어떻게 예정이 돼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성역없이 수사한다는 원칙 하에 진행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왼쪽부터 서욱 국방부 장관, 이성용 전 공군참모총장. [사진=뉴스핌 DB] |
국방부 관계자 역시 '(최근 사임한) 이성용 전 총장이나 서욱 국방부 장관도 조사 대상이 될 것에 가능성을 닫아놓지 않고 있느냐'는 질문에 조심스럽게 "그렇다"고 답했다.
앞서 지난 4일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최고 상급자까지 보고와 조치 과정을 포함한 지휘라인 문제도 엄정하게 처리해 나가라"고 지시한 바 있다.
특히 박 수석은 서욱 국방부 장관도 문 대통령이 지시한 '최고 상급자'에 포함될 수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최고 지휘라인에는 누구도 예외일 수 없다"고 답해 군 안팎에선 '조사 대상에 국방장관이 포함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한민국 공군 공식 마크 [사진=공군본부 홈페이지] |
◆ 국방부 "공군 검찰도 압수수색 예정"…수사 전방위 확대
수사의 핵심은 공군 검찰의 '초동 수사 부실 의혹'이다. 공군 검찰은 지난 4월 초 성추행 사건을 송치받고도 50일 넘게 가해자 장 모 중사를 조사하지 않았고, 장 중사의 휴대전화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고도 집행을 미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국방부 검찰단은 공군 검찰도 수사 대상으로 올려놓고 수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부승찬 대변인은 '압수수색 대상에 공군 검찰은 포함되지 않았다'는 지적에 "다 범위에 넣고 있고, 충분히 논의되고 있다. 수사가 진행 중이다"라며 "(공군 검찰에 대한) 현장 압수수색도 있지만 관련 자료들 검토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진행되고 있다"라고 밝혔다.
앞서 국방부 검찰단은 지난 4일 충남 계룡대 공군본부 군사경찰단과 15전투비행단 군사경찰대대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였다. 15전비는 피해자 이 모 중사가 성추행 피해를 당한 뒤 전출갔던 부대로, 이 곳에서 '관심병사' 취급 등 2차 가해를 당한 뒤 4일 만에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울러 성추행 사건이 발생했던 공군 20전투비행단의 군사경찰대대에는 국방부 조사본부가 성범죄수사대를 투입해 조사하고 있다.
공군본부 양성평등센터도 감사 대상이다. 공군본부 양성평등센터는 이 중사의 피해 사실을 사흘 만에 인지하고도 국방부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감사관실은 센터와 함께 20전비, 15전비 등에 대해 이날 감사에 착수했다.
지난 2일 오후 공군 부사관 성추행 피해 사망사건 피의자인 장 모 중사(사진 왼쪽에서 세 번째)가 국방부 보통군사법원 소법정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국방부] |
또 다른 수사의 핵심은 가해자 장 중사와, 회유 압박 등 2차 가해를 한 것으로 알려진 노 모 준위와 노 모 상사다. 이들은 모두 20전비 소속으로, 장 중사는 지난 2일 구속됐고 노 준위와 노 상사는 이튿날인 지난 3일 유족으로부터 고소당한 상태다.
특히 노 준위는 해당 사건 2차 가해 외에도, 이 중사에 대한 별도의 성추행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유족 측은 지난 2일 "이 중사와 관련한 성추행 사건이 최소 2건 더 있다"며 A 모 부사관과 노 준위를 지목한 바 있다.
국방부 합동수사본부는 현재 노 준위와 노 상사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 중이다.
한편 유족 측은 이날 이 중사의 국선변호인 B씨를 고소한다. B씨는 공군본부 법무실 소속 군 법무관으로 지난 3월 9일 선임됐지만, 결혼 준비 등 개인적인 사정을 이유로 단 한 차례도 이 중사에 대한 면담을 진행하지 않았다. 유족 측은 B씨를 '직무유기' 혐의로 국방부 검찰단에 고소할 예정이다.
suyoung07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