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정화 기자 =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및 봐주기 수사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에 나선 경찰이 이 전 차관을 증거인멸교사 혐의로 검찰에 넘기기로 했다. 이 전 차관의 폭행사건을 수사한 담당 경찰관도 특수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송치한다. 다만 당시 '윗선의 개입은 없었다'고 결론 내면서 '꼬리 자르기'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9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이 전 차관의 증거인멸교사 혐의를 인정,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기로 결정했다.
이 전 차관은 지난해 11월 6일 술에 취해 택시기사를 폭행하고 이틀 뒤 합의금 1000만원을 주면서 폭행 장면이 찍힌 블랙박스 영상 삭제를 요구한 혐의다. 경찰은 택시기사에게 건넨 1000만원을 증거인멸의 대가로 판단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택시기사를 폭행한 혐의를 받는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지난 1월 2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2021.01.26 yooksa@newspim.com |
택시기사 역시 증거인멸 혐의가 적용돼 검찰에 송치된다. 경찰은 "택시기사의 경우 폭행사건의 피해자이며, 가해자의 요청에 따른 행위라는 점 등을 참작 사유로 덧붙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 차관 폭행사건을 담당한 A 경사는 특수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송치한다. A 경사는 지난해 11월 11일 오전 9시쯤 택시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했음에도 압수나 임의제출 요구를 하지 않았다. 또 이 전 차관의 폭행사건이 보도된 지난해 12월 19일에도 영상 열람 사실을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다.
당시 보고라인에 있던 서초경찰서장, 형사과장, 형사팀장에 대해서는 지휘·감독 소홀 책임을 물어 감찰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서울경찰청 청문·수사 합동 진상조사단은 이 전 차관 폭행사건이 경찰 범죄수사규칙상 상부 보고대상 사건임에도 보고하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았다.
이들은 또 이 전 차관이 당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 후보로 거론되는 유력인사라는 사실을 인지했음에도 진상파악 과정에서 서울경찰청에 "평범한 변호사로 알았다"고 보고했다.
A 경사와 함께 특수직무유기 혐의로 입건됐던 형사과장과 형사팀장은 경찰수사심의위원회에 회부할 예정이다. 경찰은 "이들의 특수직무유기 혐의는 명확하지 않아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경찰수사심의위에 회부, 심의할 예정"이라며 "기타 진상조사를 통해 밝혀진 내용들에 대해서는 필요할 경우 청문 기능에서 감찰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진상조사단은 사건 처리에 있어 경찰 내·외부의 부당한 외압이나 청탁이 작용한 정황은 발견하지 못했다. 진상조사단이 조사 대상자들의 지난해 11월 6일부터 12월 31일까지 통화내역 8000여건을 분석한 결과 이 전 차관과 전·현직 경찰관의 통화내역은 없었다. 이 전 차관의 통화 상대방 중 서초서장 이하 사건 담당자와 통화한 내역도 없었다.
또 이 전 차관이 사건 발생 다음날인 지난해 11월 7일 유류물을 찾기 위해 서초서 형사팀을 방문한 사실은 있으나, 내부 CC(폐쇄회로)TV 등을 확인한 결과 형사과 사무실 외 다른 곳을 방문하거나 형사과장을 만난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 사건 발생 현장에서 이 전 차관이 경찰관에게 전화를 바꿔주려고 했던 것도 가족과의 통화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과 관련해 서울경찰청 등 상급 기관에는 전혀 보고가 들어가지 않았다"면서 "사건 처리와 관련한 외압·청탁 여부에 대해서도 이 전 차관과 수사 담당자 등의 휴대전화·PC 등을 포렌식했지만 관련 정황은 없었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경찰청은 서초서가 이 전 차관 사건을 부실 수사했다는 의혹이 일자 지난 1월 진상조사단을 꾸렸다. 경찰은 이 전 차관과 택시기사, A 경사, 형사과장, 형사팀장 등을 입건하는 등 총 91명을 조사했다. 또 휴대전화 12대, PC 17대, 서초서 CCTV 등을 디지털 포렌식하고 조사 대상자들의 통화내역도 확보해 분석했다.
이 사건으로 이 전 차관은 사의를 표명했으며,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3일 이 전 차관의 사표를 수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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