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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HMM 전환사채 전환했지만…주가 급등에 매각은 불투명

기사등록 : 2021-07-05 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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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주식 전환으로 정부 지분 24.09%→34.45%
매각 조건 갖췄지만 지분 가치 5.3조, 주가수준 부담
주식전환 채권 3.3조, 시장 풀릴 가능성은 적어
정부 지원 받는 채권단 관리 긍정적…장기화는 부담

[서울=뉴스핌] 강명연 기자 = 산업은행이 HMM 전환사채(CB)를 주식으로 전환하면서 HMM 주가를 억눌렀던 불확실성이 해소됐다. 특히 산업은행이 HMM 경영권 매각을 포함한 자금 회수에 대해서는 신중론을 펴고 있는 만큼 당분간 물량 부담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궁극적으로 공적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산업은행이 민영화에 본격적으로 나설 경우 불확실성은 다시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HMM 주가가 1년 만에 10배 이상 급등해 매각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 산은 약 2.3조 시세차익…HMM CB·BW 3.3조, 시장 풀릴 가능성 거의 없어

5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지난달 28일 3000억원 규모의 CB를 주식으로 전환했다. 전환가격은 주당 5000원으로, 산업은행은 주식 6000만주를 추가 취득해 지분율은 12.94%에서 24.96%로 올라갔다. 지난 2일 종가(4만4800원) 기준 산업은행은 2조3880억원의 시세차익을 얻은 셈이다. CB는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채권을 말한다.

앞서 이동걸 산은 회장은 지난 14일 브리핑에서 HMM CB에 대해 "이익의 기회가 있는데 포기하면 배임이라 전환을 안할 수 없다"며 주식 전환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산업은행이 HMM 지분을 25% 가까이 확보하게 됐지만 주식을 시장에 내놓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대규모 물량이 풀릴 경우 시장에 미칠 영향을 포함해 민영화를 포함한 자금 회수 방안을 면밀하게 검토해 결정하겠다는 게 산은과 정부의 입장이다. 주식 전환 후 매각 여부에 대해 이 회장은 "시장과 회사 상황, 정책적 판단, 유관기관과 협의해 종합적으로 검토할 사안"이라고 밝힌 바 있다.

추가로 산업은행과 해진공이 보유한 주식 전환이 가능한 채권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1분기 말 기준 HMM이 발행한 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는 3조2800억원 규모다. BW는 채권과 신주인수권이 결합된 증권이다. 전환 가능한 주식 수는 약 6억6000만주로 현재 HMM의 발행주식총수인 약 4억주의 1.5배가 넘는다. 하지만 이 역시 전환청구 기간이 많이 남아 있고 정책 자금이어서 당분간 주식으로 전환돼 시장에 풀릴 가능성은 거의 없다.

다만 정부가 HMM 지분을 매각할 조건은 어느정도 갖췄다. 산은과 한국해양진흥공사(3.44%), 신용보증기금(6.05%) 주식을 합치면 지분율은 34.45%에 달한다. CB 주식 전환 이전(24.09%) 대비 지분율이 10% 이상 늘어난 것이다. 경영권을 매각하더라도 지분율이 30% 이하일 경우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노출될 우려가 있는 점을 감안할 때 매각이 가능한 셈이다. 물론 매각에 유상증자 등이 동원될 경우 상황이 달라질 수는 있다.

◆ 정부 지분율 24.09%→34.45% 매각조건 갖춰…지분가치 5.3조, 주가 부담 커

문제는 당장 매각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산은과 해진공, 신보의 지분가치는 현재 기준 총 5조3000억원에 달한다. 신보 지분율을 제외해도 4조4000억원이 넘는다. 현 주가 수준에서 매각이 쉽지 않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최근 주가 급등을 제외해도 최소 2조원의 매각금액이 거론된다. 현실적으로 대기업을 제외하면 인수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것이다. 현대차그룹, 포스코, SK그룹, HDC현대산업개발 등이 인수 후보군으로 거론되지만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HMM 인수에 관심을 비치는 곳은 없는 상황이다.

회사 입장에서는 채권단 관리 장기화가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해운업 특성상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위기를 대비한 자본 조달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앞서 2018년 HMM은 악화된 재무상황에서 정부 보증을 통해 2만4000TEU(1TEU=6m 컨테이너 1개)급 12척, 1만6000TEU급 8척 등 초대형 컨테이너선 총 20척을 발주했다. 작년부터 발주한 선박을 순차적으로 현장에 투입하면서 컨테이너 운임 급등의 수혜를 누릴 수 있었다.

HMM은 최근에도 1만3000TEU급 컨테이너 12척을 신규 발주했다. 이번 발주를 포함하면 HMM 선복량은 현재(81만8000TEU)보다 늘어난 97만4000TEU까지 늘어나게 된다. 하지만 세계 2위 해운사인 스위스의 MSC의 발주 잔량(72만4000TEU)이 현재 HMM 선복량의 90%에 달하는 등 글로벌 해운사들의 선박 발주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다만 채권단 관리체제가 길어지면 직원 임금 인상 등에서 독립경영이 제한된다. HMM은 채권단 관리가 시작된 2016년 이전부터 8년째 임금이 동결돼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해운업 특성상 정부 선박 발주를 위한 보증 등 지원이 필요한 만큼 채권단 관리를 통해 국내 해운업이 살아날 수 있었다"며 "다만 시장 내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민영화가 늦지 않게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unsaid@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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