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홍보영 기자=감사원이 사모펀드 관련 금융감독원의 검사·감독에 대한 총체적 부실을 지적하면서도, 실무급에게만 중징계를 내려 논란이다. 금융감독원 수장이던 윤석헌 전 원장과 원승연 전 부원장은 징계 대상에서 제외됐다.
감사원은 5일 '금융감독기구 운영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 금감원 임직원 4명과 예탁결제원 직원 1명에 대해 징계를 내렸다. 감사원은 지난 1일 감사위원회 의결로 총 45건(△징계 3건 △주의 18건 △통보 24건)의 감사결과를 확정했다. 이중 수위가 높은 징계대상자 5명 중 4명이 금감원 직원이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2020.05.11 angbin@newspim.com |
◇ 금감원, 사모펀드 설정·운용 소홀
감사원은 옵티머스 펀드가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95% 이상 투자하는 것으로 설정해놓은 뒤 일반 회사채에도 투자 가능한 집합투자규약을 첨부하는 등 모순된 보고서를 제출했는데도 금감원이 보완 요구를 하지 않아 투자 부실을 키웠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옵티머스 펀드 관련 검사도 제때 이행하지 않았다. 금감원은 2017년 옵티머스자산운용의 자본금이 기준에 미달했는데도 옵티머스가 사모펀드를 부당 운용하고 있는 사실 등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적기시정조치 유예를 금융위에 건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2018년 국회의원 질의 과정에서 확인할 수 있었는데도 옵티머스 측의 설명만 듣고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검사계획에 반영하지 않았다.
또 지난 2019년 옵티머스 펀드가 특정기업을 인수했다는 등 구체적 내용의 민원이 접수됐는데도 검찰이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조사 없이 종결했다. 지난해 서면검사에선 펀드자금 400억여 원이 대표이사 개인 증권계좌로 이체되는 등 위법사실이 드러났는데도 즉시 현장검사에 착수하지 않은 점이 드러났다.
◇ 고위자 문책 없이 실무급만 징계 '논란'
감사원은 "사모펀드는 공모펀드와 달리 신탁회사의 감시의무가 배제돼 있어 사모펀드에 대한 포괄적인 검사·감독권을 가진 금감원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관련 사태에 대한 금감원의 책임을 물었다.
하지만 정작 감독 부실에 따른 고위자 문책은 없이 실무진만 징계를 받아 논란이다. 옵티머스 사태가 시작된 이후 내내 감독 책임자 역할을 수행한 윤 전 원장과 원 전 부원장은 징계 대상에서 빠졌다. 원 전 부원장은 2017년 11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금감원에서 자본시장 부문을 담당하며, 옵티머스 사태가 시작된 이후 내내 감독 책임자 역할을 수행했다.
감사원은 징계는 공직자의 신분상 책임을 묻는 것으로 퇴직자에 대해서는 징계를 하지 못한다는 입장이지만, 금감원 내부와 금융업계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감사원 감사 결과가 전해지자 금감원 내부 게시판과 블라인드 등에는 익명으로 직원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은행·증권사 등 금융권의 반응도 싸늘하다. 특히 윤 원장과 원 전 부원장은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해 금융사 최고경영자(CEO)의 내부 통제 미흡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던 만큼, 형평성 논란이 불거진다.
은행권 관계자는 "일반 시중은행이나 판매사는 감독자도 아닌데 내부통제로 다 엮어서 수장들까지 징계 내려놓고, 정작 감독책임이 있는 금감원에 대해선 실무급에만 중징계를 내린 것은 황당하다"며 "다만 사모펀드 관련해서 감독원의 책임을 지적한 것은 마땅한 일"이라고 말했다.
금감원 노조도 '납득이 안돼요, 납득이'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감사원의 징계 결정을 납득하기 어렵다"며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 감사"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사모펀드 사태에 책임이 있는 고위직들이 퇴직자라는 이유로 징계 대상자에서 빠졌다"며 "(상부의) 의사결정 내용을 단순히 수행한 부하직원이 책임을 떠안는 것이 정당하냐"고 반문했다. 또 김근익 금감원장 권한대행을 향해 감사원에 재심의를 청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금융 감독 체계 재정립 필요"
사모펀드 부실 사태는 금융정책과 금융 감독 간 견제와 균형이 무너진 현재 금융 감독 체계가 화근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금융 감독은 정책과 집행이 분리돼 운영되고 있는데, 금감원은 금융위의 금융정책 권한 아래서 심의·의결권 없이 금융 감독 집행만을 맡고 있다.
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 교수는 "금융위원회가 금융 감독과 금융정책에 대한 권한을 다 갖고 있어 독립된 감독기구가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이것이 감독실패 원인을 제공한 것이기 때문에 감독기구체제에 문제를 지적한 것으로 논의가 전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융위의 금융 감독 기능을 금감원으로, 금융정책기능은 기재부로 넘겨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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