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정치인, 현직 검사, 언론인 등 전방위 로비 의혹을 받고 있는 가짜 수산업자가 110억대 투자사기 사건으로 진행 중인 재판에서 사기 혐의를 인정했다. 다만 일부 피해자들에 대한 공갈·협박 부분은 부인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양철한 부장판사)는 7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모(43) 씨에 대한 3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 yooksa@newspim.com |
당초 재판부는 이날 증인신문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증인들이 불출석사유서를 내고 나오지 않아 공전됐다. 재판부는 "꼭 필요한 증인이므로 다음 기일에 다시 진행하겠다"고 했다.
이어 "피고인이 사기 부분은 혐의를 인정하고 협박과 공갈 부분은 부인하는 입장인데 어떤 취지로 부인하는지 상세한 의견이 없고 사기 범행의 종류나 피해 금액, 양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정에 대한 주장도 없다"며 "공소사실에 대한 전반적인 피고인 입장을 밝혀달라"고 요청했다.
김 씨 측 변호인은 "추후 의견서를 내겠다"며 "피해자들이 피고인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합의서도 유리한 양형자료로 제출하겠다"고 했다. 김 씨는 재판 내내 변호인 옆에 붙어앉아 고개를 숙인 채로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검찰에 따르면 김 씨는 지난 2018년 6월부터 올해 1월까지 선박 운용사업과 선동오징어(배에서 잡아 바로 얼린 오징어) 매매사업 투자금 명목으로 피해자 7명으로부터 총 116억2400여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피해자들에게 자신이 1000억원 상당의 유산을 상속받아 어선 수십 대와 포항시 구룡포 인근 풀빌라, 고가 외제차량을 소유하고 있는 것처럼 재력을 과시하면서 '수개월 안에 3~4배로 수익을 벌게 해 주겠다', '사업 수익성이 좋으니 투자하라'고 권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김무성 전 국회의원의 형으로부터 86억4900여만원, 김 전 의원을 소개해준 전직 언론인 송모 씨로부터 17억4800여만원을 교부받는 등 사기 행각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김 씨는 중고차 판매업자가 자신이 판매를 위탁한 벤틀리 승용차 1대를 처분하지 못하자 수행원들을 시켜 2000만원을 갈취하도록 교사한 혐의도 있다.
아울러 또 다른 사기 피해자로부터 법인 명의를 빌려 벤츠 승용차를 운행하던 중 피해자가 투자금을 돌려달라며 벤츠를 회수하자 이를 강제로 받아내기 위해 수행원들을 교사해 협박한 혐의도 받는다.
한편 김 씨는 최근 이모 부부장검사(전 부장검사)와 전 포항남부경찰서장,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 엄성섭 TV조선 앵커 등에게 금품을 제공했다고 폭로했다. 경찰은 이들을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
김 씨에 대한 다음 재판은 오는 21일 오후 3시에 열린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