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정성훈 기자 = 여야가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대한 합의를 통해 재정당국의 입장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그동안 2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 과정에서 소득하위 80%에 한해 재난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며 고집을 부린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회의 인해전술에 이번에도 뜻을 굽힐 지 관심이 높아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 김부겸 총리 "여야 합의하면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검토"
16일 국회 등에 따르면 김부겸 국무총리는 지난 15일 국회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 종합정책질의에서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하면 정부로서는 (소득하위 80% 지급안을) 재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여야 합의 여부에 따라 전국민 지급 재검토 가능성이 있는지 묻는 질의에 대한 답변이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김부겸 국무총리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1.07.15 leehs@newspim.com |
앞서 재난지원금 전국민 확대에 대한 총리 의견을 묻는 의원들의 수차례 질의에서 "소득하위 80% 재난지원금 지급을 제출한 정부안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기에 김 총리의 발언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한 정부 관계자는 "여야 합의가 어려울 것을 알고 국회를 안심시키기 위한 발언일 가능성이 높지만, 여야가 극적으로 합의를 이룰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전했다.
현재 여야는 정부의 2차 추경안에 포함된 코로나19 재난지원금 지급과 관련,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를 두고 대립하고 있다. 여당은 재난지원금 전국민 지급을 당론으로 채택한 상황인 반면, 국민의힘은 전국민 지급보다 코로나19 피해가 집중된 소상공인·자영업자 등 소득하위계층을 집중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김 총리는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재검토하게 되더라도 국민들의 뜻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재검토) 과정에서 재정 당국이 왜 이렇게 고민했는지, 또 국민이 원하는 것은 모두 똑같이 나눠달라는 것인지, 아니면 조금 더 어려운 사람들에게 더 투텁게 지원하는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있을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정부는 재난지원금 소득하위 80% 지급안을 제시하면서 소득 1~4분위 계층의 소득은 줄었지만, 상위 20%에 해당하는 5분위 소득은 오히려 늘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총리는 "이런 부분들을 따져봤을때 5분위에 속한 분들께는 사회적 양보를 구하고자 추경안을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 홍남기 부총리 "전국민 지급 반대"…해임건의론에도 배수진
홍남기 부총리는 재난지원금 전국민 지급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홍 부총리는 16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국회에 정부안으로 소득 하위 80% 지급방안을 제출했고 그리 유지됐으면 좋겠다"고 재난지원금 전국민 지급에 재차 반대 입장을 밝혔다. 전날 김 총리가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발언한데 대한 반대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1.07.15 leehs@newspim.com |
지난 14~15일 국회에서 열린 예결위 종합정책질의에서도 추경안 증액과 재난지원금 지급 범위를 전 국민으로 확대해야한다는 의원들의 요구에 소득 하위 80% 선별 지급을 고수했다.
그러나 불과 몇일만에 주장의 강도가 다소 약해진 모습이다. 홍 부총리는 지난 13일 국회 기재위 전체회의에 참석해서 "소득 하위 80%를 대상으로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게 적정하다고 판단한다"면서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의원들에 날을 세운 바 있다. 그러면서 "재정을 아끼기 위해 소득 하위 80% 지급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고 소신을 확실히 밝혔다.
국회의 압박과 김 총리의 전국민 재난지원금 검토 발언 등으로 홍남기 부총리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일부 여당 의원들은 홍 부총리에 대한 해임건의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내놓고 있다.
정부 안팎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홍 부총리 해임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문재인 정부 임기가 불과 10개월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경제사령탑 교체는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다. 다만 홍 부총리가 스스로 물러날 가능성은 있다고 내다봤다.
정부 한 고위 인사는 "문 정부 임기 막바지기에 홍 부총리도 더 이상 물러날 수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면서 "여당이 국회에서 독자적으로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안을 통과 시킬 경우 홍 부총리 스스로 사퇴의사를 밝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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