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전기차 반도체와 배터리 첨단소재를 중심으로 '새판짜기'에 나섰다.
미국기업과의 인수합병(M&A)이나 투자, 합작회사 설립을 통해 첨단소재, 반도체, 충전인프라 핵심기술 확보에 나서고 있는 것. 최 회장은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 후 두 달 만에 미국 출장길에 올라 현지에서 현안을 점검하고 미래 구상에 여념이 없다. 과거 정유, 통신으로 성장한 SK그룹은 미래차 모빌리티에 적극 투자하며 100년 후를 내다보고 있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최태원 회장은 지난주 전용기로 미국 출장길에 올랐다. 최 회장은 이번 출장에서 SK 워싱턴 지사와 SK하이닉스 사업장을 방문해 임직원을 격려하고 그간 사업 현황을 보고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 회장의 이번 미국 방문은 최근 SK그룹이 미국기업과 M&A나 합작회사 설립을 통해 전기차 반도체와 배터리 첨단소재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는 점에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을 방문 중인 최태원 SK 회장이 개인 인스타그램 올린 회의 모습 [사진=태원 회장 인스타그램 갈무리] |
이날 SK머티리얼즈는 미국 배터리 차세대 음극 소재 기업 그룹14(Group14 Technologies)와 합작회사 'SK머티리얼즈 그룹14(가칭)'를 설립한다고 밝혔다. 합작회사의 지분율은 SK머티리얼즈가 75%, 그룹14가 25%다. SK머티리얼즈의 투자 규모는 약 604억원으로 본사는 한국(장소 미정)에 마련될 예정이다. 그룹14는 미국 시애틀에 본사를 둔 '실리콘 음극재' 관련 기술 및 특허를 보유한 배터리 소재 회사로 2015년에 설립됐다.
이번에 합작회사를 통해 도입하는 '실리콘 음극재'는 전기 자동차에 주로 사용되는 '흑연 음극재'보다 주행 거리가 향상되고 충전시간이 단축돼 전기차 배터리 업체들로부터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SK그룹은 전기차와 자율주행차의 폭발적인 성장을 예고하고 전기차 반도체와 실리콘 음극재와 같은 첨단소재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전기차의 핵심부품은 전력반도체다. 전력사용이 큰 전기차에서 전력반도체는 전력을 효율적으로 제어하는 역할을 맡는다. 전기차 베터리의 성능을 높이고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해서 글로벌 전력반도체 기업들은 차세대 소재 확보를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SiC, 실리콘카바이드 소재가 대표적이다. SiC는 기존 널리쓰이는 실리콘 소재 반도체 보다 전력 변환 손실을 크게 줄여 동일한 배터리를 사용해도 더 오래 사용하고 주행거리는 늘려준다. 지난 2018년 테슬라가 모델3에서 SiC반도체를 적용한 이후 자동차업체들은 SiC 전력반도체로 빠르게 전환 중이다.
독일과 일본의 소수 기업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 이 시장에서 SK는 SiC에 일찌감치 투자했다. 반도체 웨이퍼를 생산하는 SK㈜의 자회사 SK실트론은 지난 2019년 듀폰사의 SiC 웨이퍼 사업을 4억5000만 달러(5400억원)에 통째로 인수하면서 본격적으로 연구개발 경쟁에 뛰어들었다. 또 올 초 국내에서 유일하게 SiC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예스파워테크닉스에 268억원을 투자해 지분 33.6%를 확보했다.
SK는 배터리 핵심소재 동박에서도 글로벌 입지를 다지고 있다. SK㈜는 세계 최대 동박 제조사 중국 왓슨에 2019년부터 약 3700억원을 투자하면서 동박시장에 진출했다. SK 투자를 받은 왓슨은 경쟁사 인수와 증설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SK그룹은 또 지난해 인수한 SK넥실리스를 통해서도 자체적으로 동박을 생산하고 있다.
충전 인프라에 대한 투자도 잊지 않았다. SK㈜는 초급속 전기차 충전기 제조사 '시그넷EV'를 약 2900억원에 인수해 미국 시장 절반을 확보, 이를 기반으로 전기차 인프라 시장에서 토대를 닦았다.
장동현 SK㈜ 대표는 이날 공개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성장과 효율을 중요시하던 기존의 방식을 과감히 탈피해 ESG를 테마로 한 첨단소재, 바이오, 그린, 디지털 등의 핵심영역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새롭게 재편해 시장의 지지를 얻고자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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