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유명환 기자 = 국내 건설사들이 낮은 수익성으로 인해 그동안 외면했던 리모델링 사업 수주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정부의 재건축·재개발 규제로 인해 사업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리모델링 사업으로 선회하는 단지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건설사들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조직개편 및 영업부서를 신설하는 등 사업 수주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서울=뉴스핌] 유명환 기자 = 2021.07.23 ymh7536@newspim.com |
◆ 낙동강 오리알서 황금알로 떠오른 리모델링
2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들은 리모델링 수주를 위해 전담팀을 구성하는 등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국내 리모델링 시장 규모가 지난해 17조3000억원에서 2025년 37조원, 2030년에는 44조원 등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주요 건설사들도 이에 대비해 리모델링 전담팀을 꾸리는 등 시장 선점에 열을 올리고 있다. GS건설은 이달 초 건축·주택 부문 도시정비사업 그룹의 조직개편을 통해 도시정비2담당 산하에 리모델링팀을 신설하고 리모델링 사업을 본격화했다.
현대건설은 지난 5월 9일 대구 우방청솔맨션 리모델링 조합을 대상으로 사업설명회를 열었다. 이 회사는 우방청솔맨션을 시작으로 비수도권 리모델링 사업에도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리모델링 전담팀을 꾸린 데 이어 올해 초에는 직원을 채용하는 등 리모델링 사업 강화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DL이앤씨와 대우건설은 산본 우륵아파트 리모델링과 송파구 가락쌍용1차아파트 사업을 수주전에서 경쟁사를 재치고 사업을 따내면서 화려한 복귀전을 치렀다.
리모델링 시공실적 1위인 쌍용건설은 후발주자의 기술 격차를 벌리고 있다. 쌍용건설은 국내 최초 2개 층 수직증축을 비롯해 지하층 하향 증설공법, 단지 전체 1개 층 필로티 시공, 2개 층 지하주차장 신설 등 다양한 리모델링 공사 신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정비사업 규제 강화로 먹거리가 줄어들자 리모델링 시장이 상대적으로 급부상 하고 있다"라며 "1기 신도시가 노후화 되면서 리모델링 사업이 수도권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리모델링 시장이 확대되면서 대형건설사들이 사업 영역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다"며 "건설사 간 리모델링 기술 확보와 사업수행 역량 축적을 통한 리모델링 시장 선점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올해 1분기 기준 서울에서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는 단지는 총 51곳으로 강남구 청담동 건영과 개포동 대치2단지, 송파구 가락동 쌍용1차 등이 대표 단지로 꼽히고 있다.
입주한지 20년 이상이 지난 1기신도시 아파트가 노후화돼 살기 불편해지자 신도시 주변 새 아파트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다. |
◆ 강남4구·산본 신도시서 수주 경쟁 벌여
올해는 리모델링 수주 경쟁이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와 압구정 등 준공한 지 40년이 넘은 아파트들조차 재건축 사업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데다 부동산 규제가 강화되면서 일찌감치 리모델링 사업으로 선회한 단지가 증가추세다.
대형 건설사들이 강남4구와 1기 신도시를 주목하고 있다.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는 조합 설립을 마치고 사업자 선정에 돌입했다. 강남4구에서 청담동 건영(240가구), 개포동 대치2단지(1753가구), 강동구 현대1·2·3차, 송파구 현대6차 등 이미 14개의 단지가 조합 설립을 마치고 시공사 선정에 들어갈 예정이다.
용산구도 리모델링 사업자 선정에 나서고 있다. 최근 용산구 이촌동 코오롱아파트가 창립총회를 열고 시공사 선정 등 조합설립인가 단계에 돌입했다. 해당 단지는 834가구로 1999년에 지어져 재건축 연한(30년)은 채우지 못했지만 리모델링 사업은 가능한 연한(15년)을 넘겼다.
1기 신도시인 경기도 군포시 산본 신도시도 리모델링 사업을 위한 절차가 진행 중이다. 산본 신도시 개나리주공13단지는 5월 28일 리모델링 사업을 위한 조합 설립 인가를 군포시청에 신청했다.
개나리주공13단지도 산본신도시 리모델링 추진 단지 중 규모가 제법 큰 편에 속해 현대건설과 DL이앤씨, 포스코건설, 쌍용건설 등 내로라하는 대형 건설사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현재 이 일대에선 덕유8단지, 설악8단지, 무공화 1단지 등도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 중이다.
◆ "수익성보다 사업 속도 택한 단지 늘어나"
리모델링 사업 증가는 건축초과이익환수제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등 각종 규제에 더해 높아진 안전진단 통과 문턱에 재건축 대신 리모델링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그동안 재건축 시장이 워낙 호황이다 보니 리모델링이 반사이익을 못 받았는데 현 정부 들어 재건축 규제가 강화되면서 15년 이상 된 공동주택들이 대안을 찾다 보니 틈새시장으로써 리모델링이 부각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단순 수익성만 비교한다면 재건축 쪽으로 무게가 기울지만 리모델링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대상이 아니고 사업기간도 상대적으로 짧을뿐더러 안전진단과 관련한 규제사항도 다르기 때문에 사업을 추진하기가 용이하다"며 "사업지별로 다를 순 있지만 계산기를 두드렸을 때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면 리모델링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수요 확대로 인해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경쟁구도도 다각화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원래 리모델링 사업은 재건축을 추진하기 애매한 소규모 단지 위주로 진행되면서 사업성이 크지 않았다"며 "최근 규모가 큰 단지들도 리모델링을 추진하기 시작하면서 대형 건설사 역할도 점차 확대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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