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뜨거운 상승 열기를 펼쳤던 미국 주택시장이 적신호를 보내고 있다.
주택 매매부터 가격 등 주요 지표가 아래로 꺾이는 조짐을 보이는 한편 외국인 투자자들의 '입질' 역시 크게 줄었다.
시장 전문가들은 미국 주택시장이 정점을 찍고 하강 기류로 접어들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버블 논란이 뜨거운 데다 연방준비제도(Fed)의 테이퍼링 및 금리인상이 가까워지면서 투자자들이 움츠러들기 시작했다는 진단이다.
26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 미국 신축 주택의 판매가 연율 기준 67만6000건으로 파악됐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팬데믹 사태가 본격화되기 시작했던 지난해 4월 이후 최저치에 해당한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6월과 올해 5월에 비해 각각 19.4%와 6.6% 떨어졌다. 시장 전문가들은 지난해 대비 3.4% 상승을 예상했지만 실제 결과는 커다란 엇박자를 냈다.
신규 주택 재고 물량이 지난 5월 5.5개월분에서 6월 6.3개월분으로 상승한 점도 주택시장의 적신호라는 지적이다.
레나가 세운 주택 안내 표지판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에 따라 지난해 가을 재고 물량이 3.5개월분으로 위축되면서 고조됐던 수급 불균형 우려 역시 진화되는 모습이다.
거래가 크게 위축되면서 가격 상승세도 한풀 꺾였다. 6월 신규 주택 거래 가격의 중간값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 상승하는 데 그쳤다. 연초 이후 15~20% 치솟았던 가격이 풀썩 주저앉은 셈이다.
투자자들의 경계감을 자극하는 부분은 또 있다. 해외 투자자들이 미국 주택 시장에서 발을 빼려는 움직임이 포착된 것.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에 따르면 지난 3월 말까지 1년 사이 해외 투자자들이 매입한 미국 주택이 54억4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이전 1년과 비교할 때 27% 줄어든 수치다. 뿐만 아니라 협회가 수치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최저치에 해당한다.
지구촌 전역에 바이러스가 확산된 데 따라 국경이 봉쇄됐던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해외 투자자들의 주택 매입 감소 폭이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팬데믹 사태에도 브레이크 없는 가격 상승을 보이며 버블 우려를 증폭시켰던 주택시장이 추세적인 하강 기류를 맞았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린다.
온라인 부동산 중개 업체 질로우의 매튜 스피크만 이코노미스트는 투자 보고서를 내고 "연초까지 거래와 가격이 동반 급등했던 주택시장에 판도 변화가 뚜렷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부동산 시장 애널리스트 역시 아이비 젤만 역시 "주택 시장 지표가 일제히 적신호를 보내고 있다"며 "호황이 한풀 꺾이는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플로리다 지역의 부동산 중개업자인 브렌트 리드우드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외국인들의 발길이 뚝 끊어졌다"며 "연초까지만 해도 국내 투자자들의 매수 열기가 주택시장에 훈풍을 몰고 왔지만 이 역시 꺾이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끊이지 않는 버블 경고와 함께 연준의 통화정책 기조 변화 역시 투자 심리를 냉각시킨 요인으로 꼽힌다.
연준이 이번주 통화정책 회의를 앞둔 가운데 월가는 다음달 잭슨홀 미팅에서 제롬 파월 의장이 테이퍼링을 공식 발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내년 초 모기지 증권을 중심으로 월 1200억달러 규모의 자산 매입 프로그램이 축소되는 한편 2023년 금리인상이 이뤄지는 시나리오를 점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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